보이스
2019년 08월 02일 16시 31분 KST

펫숍 강아지들은 목숨을 걸고 미래의 반려인들을 기다린다

#3. 펫숍, 끝나지 않는 생사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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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숍은 대단지 아파트 옆, 사람들 왕래가 잦은 지하철역 등 도심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6월 초와 7월 초, 우리는 그 가운데 두 곳에서 각각 일주일 동안 아르바이트로 일했다.

깔끔한 건물에 화려한 간판을 내건 서울 관악구 △△펫숍은 명품 옷가게처럼 보였다. 오전 10시, 펫숍의 문을 열고 출근하자 강아지 냄새가 밀려왔다. 입구 벽면에는 사업자등록증, 반려동물 관련 학위와 자격증, 도그쇼 수상 리본 등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투명한 유리장 속 강아지들은 인형만큼 작고 귀여웠다. 경매장의 외모 기준을 통과해 펫숍에 당도한 개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건물 전체를 매장 겸 사무실로 이용하고 있는 펫숍에는 모두 30여 마리의 강아지가 살고 있다. 그들은 라면 박스만 한 크기의 유리장에 한 마리씩 갇혀 있다. 강아지들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3개월까지 이곳에서 지내며 팔려나가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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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숍에는 한국인들이 주로 선호하는 견종인 몰티즈, 푸들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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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지 않을 만큼’만

6월4일 처음 출근한 △△펫숍의 첫 업무는 아침 배식이었다. 인기척을 느낀 강아지들은 낑낑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전날 저녁으로 밥숟가락 한 스푼 분량의 사료를 먹은 상태였다.

“불린 사료가 뭉치지 않게 잘 펼쳐 줘야 해요.” 강아지들이 사료를 허겁지겁 먹다가 기도가 막혀 죽을 수도 있다고 점장은 설명했다. 생후 2~3개월의 강아지는 치아가 약하기 때문에 사료를 물에 불려 주었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주면 안 된다고도 했다. 설사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저혈당 쇼크가 오면 큰일”이므로, 설사는 하지 않되 쓰러지지 않을 만큼 배식하는 요령을 익혀야 했다.

강아지들은 오전 10시와 오후 8시, 하루 2번 사료를 먹었다. 한 번에 밥숟가락 한 스푼씩, 하루 두세 스푼 분량의 불린 사료를 먹었다. 배식을 위해 유리장을 열면 강아지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료와 물을 넣어주기 무섭게 그릇은 깨끗이 비워졌다. 배가 고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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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밥숟가락 두세 스푼 분량을 배식받는 강아지들은 사람을 보면 낑낑대며 보채기 시작했다.

강아지들이 먹는 사료의 겉면에는 일일 권장 급여량이 적혀 있었다. “몸무게가 1~2kg인 6~8주차 강아지에게 하루 40~50g의 사료를 급여하라.” 펫숍에서 주는 사료 한 스푼의 중량은 8~10g 안팎. 펫숍 강아지들이 하루 동안 먹는 사료는 많아 봐야 30g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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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작고 더 어린’ 개체의 악순환

더 작고 어린 강아지가 비싸게 팔리는 경매장의 법칙은 펫숍에서 재연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손바닥만 한 강아지들은 펫숍에서도 적게 먹고 작게 키워졌다. 일이 그렇게 된 사정에는 ‘소비자의 기호’가 반영돼 있다.

국내 반려견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품종견은 몰티즈(23.9%), 푸들(16.9%), 시추(10.3%) 등이다.(KB금융경영연구소, <2018 반려동물보고서>) 실내에서 키우기 좋은 소형 견종을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것이다.

△△펫숍이 6월 초 진열하고 있던 28마리 강아지 가운데 푸들이 7마리로 가장 많았다. 몰티즈, 장모 치와와, 비숑이 각각 5마리, 포메라니안은 4마리였다. 나머지 두 마리는 닥스훈트와 시츄였다. ‘판매장부’를 보면, 이 가운데 세 마리가 생후 2개월이 지나지 않은 강아지였다. 나머지 대부분은 생후 3개월 이하였고, 3개월 이상 강아지는 두 마리밖에 없었다. 다 자라도 5kg이 넘지 않는 소형견들 가운데 가장 어린 강아지를 경매장에서 데려온 것이다.

이 특수한 ‘단체 생활’에서 강아지들은 언제라도 죽을 가능성이 있었다. 펫숍 사장과 점장은 작은 부주의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리에게 신신당부하며 경고했다.

“이 강아지를 만지다가, 소독 안 하고 다른 강아지를 만지면 절대 안 돼요.” △△펫숍 점장은 철저한 ‘위생’을 강조했다. 점장은 강아지를 만지고 나면 손과 몸에 소독제를 뿌렸다. 유리장을 닦고 나면 일회용 장갑과 일회용 행주를 모두 폐기했다. 밥그릇을 닦을 때도 설거지 전에 분말 소독제로 소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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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숍 벽면에는 사업자등록증, 반려동물 관련 학위와 자격증, 도그쇼 수상 리본 등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각기 다른 농장에서 온 강아지들이 어떤 질병을 갖고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생후 2개월 안팎이 되면, 어미젖을 갓 뗀 강아지들의 면역력이 매우 취약해진다. 이 무렵의 강아지들을 위협하는 질병은 여러 가지다. 감기, 홍역, 파보장염, 코로나장염 등에 대한 예방접종도 이 시기에 차례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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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숍 내 격리실의 용도

경매장을 오가며 만난 관련 업자들은 우리에게 종종 이렇게 말했다. “강아지를 데려다 죽이지 않는 것이 중요해.” 그게 무슨 뜻인지 펫숍에 와서 확실히 알게 됐다. 강아지가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라는 말이 아니었다. ‘자가 치료’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했던 펫숍 두 곳에서도 예방접종을 스스로 해결하고 있었다. “강아지를 오래 관리하다 보면 어디가 아픈지 알게 되고, 병원에 가면 다 돈이기 때문”에 병원이 아닌 펫숍에서 치료해야 한다고 △△펫숍의 사장은 말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자가진료는 위법이다. 2017년 7월 수의사법이 개정돼, 수의사가 아닌 반려인이 백신을 주사하는 행위는 금지됐다. 농식품부의 사례집에도 ‘펫숍과 개농장에서의 주사행위는 불법’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종합백신이나 항생제 등은 아무런 규제 없이 약국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펫숍의 자가 치료 및 예방접종이 만연한 이유다.

펫숍에는 일종의 치료실도 있었다. 우리가 일한 펫숍 두 곳 모두 매장 안쪽에 분양장 두어 개를 따로 두고 있었다. 아프거나 농장으로 돌려보낼 개체들을 위한 ‘격리실’이라고 했다. 격리실에는 포도당 주사제, 항생제 등 약품과 빈 주사기, 링거병 등이 구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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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실 옆에는 포도당, 항생제 등 약품과 빈 주사기 등이 구비되어 있었다.

서울 성동구 □□ 펫숍 격리실에는 한눈에 보아도 상태가 좋지 않은 품종묘 두 마리가 지내고 있었다. 아래층 샴 고양이는 며칠째 눈병이 낫지 않아 격리실에서 지내는 처지였고, 위층 브리티쉬숏헤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밥을 잘 먹지 않았다. 점장과 직원은 고양이들에게 링거 주사를 놓거나 약을 먹였지만, 병원에 데려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곳에 출근한 6일 동안 두 마리의 고양이는 격리실에서 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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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cm 분양장은 높았다

지난 3월부터 두 달간 서울 ○○ 펫숍에서 일했던 김아무개(21)씨를 나중에 따로 만났는데, 그도 아픈 강아지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펫숍 격리실에서 죽은 강아지를 봤다고 말했다. “원래 애들이 처음 오면 많이 낑낑대고 울어요. 그래도 하루 지나면 괜찮아지는데, 그 프렌치불독은 계속 울었어요.”

프렌치불독은 ○○ 펫숍에 온 지 일주일 만에 격리실에 들어갔다. 펫숍 직원들이 주사를 놓는 등 ‘집중 케어’ 했지만 약 3주 뒤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죽기 하루 전날이 기억난다고 했다. 다가가면 조금씩 반응을 보였던 강아지가 그날만큼은 축 처져 있었다.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요. 보자마자 가슴이 턱 막히면서 ‘얘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질병이 아니어도 강아지들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건강한 강아지들은 때로 분양장 문에 매달려 ‘탈출’을 시도했다. 강아지들이 온종일 생활하는 유리장을 펫숍에서는 ‘분양장’이라 불렀다. 분양장은 지상에서 60~120cm 높이에 있다. 구경하는 사람의 눈높이를 고려한 사이즈로 추정되는데, 강아지들이 여기서 떨어지면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 있다. 천장이 없는 분양장의 유리벽을 뛰어넘다 떨어질 수도 있고, 천장이 있어도 문이 덜 닫혀 추락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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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숍 유리장에서 강아지들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펫숍 점장은 이전에 일했던 다른 펫숍에서 분양장에서 떨어져 죽은 강아지를 봤다고 했다. “머리부터 잘못 떨어져 죽었죠. 순식간이에요. 떨어뜨린 직원은 울고불고….” ‘강아지 값’은 직원의 월급에서 빠져나갔다.

점장이 추락 사고를 주의하라고 몇 번이나 일렀지만, 우리는 일에 서툴렀다. 어느 날 오후, 등 뒤에서 ‘쿵’소리가 났다. 털끝이 쭈뼛 서며 심장이 덜컹했다. 뒤를 돌아보자 검은 포메라니안이 바닥에 떨어져 버둥거리고 있었다. 문이 덜 닫힌 2층 분양장에서 추락한 것이다. 다행히 강아지는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찔끔 났지만, 좁은 방으로 돌아간 강아지는 별일 없었다는 듯 총총거렸다.

우리의 부주의로 큰일을 치를 뻔했지만,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었다.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모를 강아지 25~30마리를 1~2명의 관리 인원이 돌보기에는 아무래도 벅찼다. 동물보호법이 정한 판매업 사육·관리 인원(1명당 50마리) 기준을 준수한다 해도, 한 사람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강아지를 먹이고, 씻기고, 털을 빗기고, 청소를 하다 보면 주의력은 흐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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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시츄의 멈춰버린 시간

배식과 분양장 청소가 끝나면 강아지도 잠시나마 유리장 밖으로 나온다. 눈곱을 떼고, 귓속을 청소하고, 발톱을 다듬고, 엉킨 털을 빗는 시간이다. 이들은 이 과정을 ‘세팅’이라고 불렀다. 강아지를 보기 좋게 단장하며, 아픈 곳이 없는지 상태를 살피는 것이다.

다른 강아지뿐 아니라 사람과의 접촉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관리되는 강아지들이 하루 중 유일하게 사람과 소통하고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강아지들은 빨리 꺼내달라는 듯 다가오는 사람을 향해 짖고 꼬리를 쳤다. 이윽고 품에 안으면 조용해졌다.

□□ 펫숍에서 만난 흰색 시츄를 안았던 일은 특별히 오래 기억에 남았다. 생후 5개월이 지난 시츄는 이미 성견에 가까웠지만, 여전히 아기처럼 사람의 배에 주둥이를 갖다 대고 젖을 찾는 행동을 보였다. 강아지의 시간은 어미와 헤어진 석 달 전의 순간에 멈춰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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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5개월을 넘은 시츄(오른쪽)는 성견에 가까웠지만 어미 젖을 찾는 행동을 보였다.

어린 강아지를 경매장에서 데려와 펫숍에서 몇 달 동안 관리하는 일의 가장 큰 문제는 ‘강아지의 비사회화’에 있다고 권혁호 수의사는 설명했다. 강아지 공장 실태와 입양 상식을 담은 <올바른 반려견 문화를 위한 최소한의 지식서>를 펴낸 권 수의사는 “생후 1~2개월 사이에 엄마로부터 배우고 2~3개월 사이에 다른 개들과 지내면서 강아지가 사회화된다”고 말했다. ‘개로서 가장 자연스러운’ 배변, 행동, 표현, 규범 등을 집중적으로 익히는 이 시기를 어미 또는 다른 개들과 떨어져 지내면, “나중에 행동장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펫숍에서 강아지를 데려갔다가 ‘행동장애’ 때문에 유기하게 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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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숍 포함한 동물판매업체 전국 4400개

독일은 ‘동물헌법’에 따라 반려동물 매매가 완전히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한국처럼 강아지 또는 고양이를 파는 펫숍이 없다.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유기동물을 입양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올해부터 펫숍에서 비영리 동물구조단체가 구조한 유기동물만 거래하도록 했다. 영국에서는 펫숍에서 6개월 이하의 개, 고양이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펫숍은 지난 5년간 급증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등록된 동물판매업체는 현재 4405곳이다.(동물을 판매하는 동물병원, 전자상거래 중개업자 포함) 2014년 2706곳과 비교하면 62.7%나 증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3월부터 동물판매업에 인터넷 중개업체들이 포함돼 등록 업체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 등록 업체 가운데 폐업한 경우도 통계에 포함되어 있어 실제로는 더 적은 숫자가 영업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은 2017년 한해 새 가정을 만난 반려견의 수를 약 148만마리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돈을 주고 개를 입양한 경우는 약 78만 마리였고, 마리당 평균 비용은 25만9000원이었다. 반려견 절반 정도는 돈을 주고 거래된 셈이다.

태어난 지 40~50일만에 어미와 헤어져 험난한 경매를 통과해 펫숍에 왔어도 강아지들의 미래는 아직 알 수 없다. 한 가정의 반려견이 되려면 보호자를 만나야 한다. 미래의 반려인이 요구하는 ‘눈높이’를 이 강아지들은 무사히 맞출 수 있을까.

번식장, 경매장, 펫숍은 한국 반려동물 산업의 ‘블랙 트라이앵글’입니다. 국내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애니멀피플>이 그 현장을 직접 취재했습니다. 한 달 동안 사전 취재와 자료 조사를 벌였고, 두 달 동안 전국의 강아지 번식장 4곳, 반려동물 경매장 6곳, 펫숍 2곳 등을 잠입 취재했습니다.

반려견 산업은 외부자의 접근을 철저히 막고 있습니다. 강아지 번식장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은 경기도의 한 상가를 임대해 관청으로부터 동물판매업 허가를 받았습니다. 엄격한 회원제로 운영되는 반려동물 경매장에 접근하기 위해 펫숍 사업자로도 등록했습니다. 펫숍에서 보름간 ‘알바’로 일하며 개가 물건처럼 사고 팔리는 현장도 기록했습니다.

돈의 논리로 굴러가는 한국 반려견 산업의 실체를 이제 영상과 글로 보여드립니다. 물건처럼, 때로 물건보다 못한 존재로 거래되는 생명을 구출하기 위한 텀블벅 펀딩도 준비했습니다. 동물의 친구, <애니멀피플> 친구들의 참여와 도움을 기다립니다.

 

#1. 컨베이어벨트로 ‘강아지 경매’…생명이 15초만에 ‘상품’ 판가름
#2. 버려지거나, 먹히거나…선택받지 못한 개들의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