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숍은 대단지 아파트 옆, 사람들 왕래가 잦은 지하철역 등 도심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6월 초와 7월 초, 우리는 그 가운데 두 곳에서 각각 일주일 동안 아르바이트로 일했다.
깔끔한 건물에 화려한 간판을 내건 서울 관악구 △△펫숍은 명품 옷가게처럼 보였다. 오전 10시, 펫숍의 문을 열고 출근하자 강아지 냄새가 밀려왔다. 입구 벽면에는 사업자등록증, 반려동물 관련 학위와 자격증, 도그쇼 수상 리본 등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투명한 유리장 속 강아지들은 인형만큼 작고 귀여웠다. 경매장의 외모 기준을 통과해 펫숍에 당도한 개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건물 전체를 매장 겸 사무실로 이용하고 있는 펫숍에는 모두 30여 마리의 강아지가 살고 있다. 그들은 라면 박스만 한 크기의 유리장에 한 마리씩 갇혀 있다. 강아지들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3개월까지 이곳에서 지내며 팔려나가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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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지 않을 만큼’만
6월4일 처음 출근한 △△펫숍의 첫 업무는 아침 배식이었다. 인기척을 느낀 강아지들은 낑낑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전날 저녁으로 밥숟가락 한 스푼 분량의 사료를 먹은 상태였다.
“불린 사료가 뭉치지 않게 잘 펼쳐 줘야 해요.” 강아지들이 사료를 허겁지겁 먹다가 기도가 막혀 죽을 수도 있다고 점장은 설명했다. 생후 2~3개월의 강아지는 치아가 약하기 때문에 사료를 물에 불려 주었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주면 안 된다고도 했다. 설사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저혈당 쇼크가 오면 큰일”이므로, 설사는 하지 않되 쓰러지지 않을 만큼 배식하는 요령을 익혀야 했다.
강아지들은 오전 10시와 오후 8시, 하루 2번 사료를 먹었다. 한 번에 밥숟가락 한 스푼씩, 하루 두세 스푼 분량의 불린 사료를 먹었다. 배식을 위해 유리장을 열면 강아지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료와 물을 넣어주기 무섭게 그릇은 깨끗이 비워졌다. 배가 고픈 것이다.
강아지들이 먹는 사료의 겉면에는 일일 권장 급여량이 적혀 있었다. “몸무게가 1~2kg인 6~8주차 강아지에게 하루 40~50g의 사료를 급여하라.” 펫숍에서 주는 사료 한 스푼의 중량은 8~10g 안팎. 펫숍 강아지들이 하루 동안 먹는 사료는 많아 봐야 30g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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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작고 더 어린’ 개체의 악순환
더 작고 어린 강아지가 비싸게 팔리는 경매장의 법칙은 펫숍에서 재연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손바닥만 한 강아지들은 펫숍에서도 적게 먹고 작게 키워졌다. 일이 그렇게 된 사정에는 ‘소비자의 기호’가 반영돼 있다.
국내 반려견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품종견은 몰티즈(23.9%), 푸들(16.9%), 시추(10.3%) 등이다.(KB금융경영연구소, <2018 반려동물보고서>) 실내에서 키우기 좋은 소형 견종을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것이다.
△△펫숍이 6월 초 진열하고 있던 28마리 강아지 가운데 푸들이 7마리로 가장 많았다. 몰티즈, 장모 치와와, 비숑이 각각 5마리, 포메라니안은 4마리였다. 나머지 두 마리는 닥스훈트와 시츄였다. ‘판매장부’를 보면, 이 가운데 세 마리가 생후 2개월이 지나지 않은 강아지였다. 나머지 대부분은 생후 3개월 이하였고, 3개월 이상 강아지는 두 마리밖에 없었다. 다 자라도 5kg이 넘지 않는 소형견들 가운데 가장 어린 강아지를 경매장에서 데려온 것이다.
이 특수한 ‘단체 생활’에서 강아지들은 언제라도 죽을 가능성이 있었다. 펫숍 사장과 점장은 작은 부주의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리에게 신신당부하며 경고했다.
“이 강아지를 만지다가, 소독 안 하고 다른 강아지를 만지면 절대 안 돼요.” △△펫숍 점장은 철저한 ‘위생’을 강조했다. 점장은 강아지를 만지고 나면 손과 몸에 소독제를 뿌렸다. 유리장을 닦고 나면 일회용 장갑과 일회용 행주를 모두 폐기했다. 밥그릇을 닦을 때도 설거지 전에 분말 소독제로 소독했다.
각기 다른 농장에서 온 강아지들이 어떤 질병을 갖고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생후 2개월 안팎이 되면, 어미젖을 갓 뗀 강아지들의 면역력이 매우 취약해진다. 이 무렵의 강아지들을 위협하는 질병은 여러 가지다. 감기, 홍역, 파보장염, 코로나장염 등에 대한 예방접종도 이 시기에 차례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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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숍 내 격리실의 용도
경매장을 오가며 만난 관련 업자들은 우리에게 종종 이렇게 말했다. “강아지를 데려다 죽이지 않는 것이 중요해.” 그게 무슨 뜻인지 펫숍에 와서 확실히 알게 됐다. 강아지가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라는 말이 아니었다. ‘자가 치료’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했던 펫숍 두 곳에서도 예방접종을 스스로 해결하고 있었다. “강아지를 오래 관리하다 보면 어디가 아픈지 알게 되고, 병원에 가면 다 돈이기 때문”에 병원이 아닌 펫숍에서 치료해야 한다고 △△펫숍의 사장은 말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자가진료는 위법이다. 2017년 7월 수의사법이 개정돼, 수의사가 아닌 반려인이 백신을 주사하는 행위는 금지됐다. 농식품부의 사례집에도 ‘펫숍과 개농장에서의 주사행위는 불법’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종합백신이나 항생제 등은 아무런 규제 없이 약국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펫숍의 자가 치료 및 예방접종이 만연한 이유다.
펫숍에는 일종의 치료실도 있었다. 우리가 일한 펫숍 두 곳 모두 매장 안쪽에 분양장 두어 개를 따로 두고 있었다. 아프거나 농장으로 돌려보낼 개체들을 위한 ‘격리실’이라고 했다. 격리실에는 포도당 주사제, 항생제 등 약품과 빈 주사기, 링거병 등이 구비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