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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일본에 대한 '지소미아 파기'를 고심 중이다. '지소미아'는 무엇인가?

파기해야한다는 여론이 우세하지만,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 김현유
  • 입력 2019.08.02 12:24
  • 수정 2019.08.02 14:00
ⓒstudiocasper via Getty Images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한 가운데, 한국 정부가 꺼낼 카드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파기가 거론되고 있다.

GSOMIA?

지소미아는 군사정보보호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의 약자로, 동맹 관계국간에 군사 기밀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맺는 협정이다. 국가 간 정보 제공 방법이나 정보 보호 및 이용 방법 등은 규정에 따르며, 유효 기간은 1년이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 2016년 11월 지소미아를 체결했으며, 양국은 1급 비밀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한국은 주로 탈북자나 북중 인적 정보를 공유하며, 일본은 첩보위성이나 이지스함 등에서 확보한 시긴트(정보기관이 수집한 신호정보) 등을 제공한다.

지소미아는 기간 만료 90일 전 두 나라가 별도의 파기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자동 연장된다. 올해 의사 통보기한은 8월 24일이다.

재검토

ⓒ뉴스1

한일관계 경색이 짙어지던 지난 7월 1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소미아를)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협정 파기 검토 여부를 묻는 기자의 물음에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강경화 장관은 1일, 태국 방콕에서 진행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일본 측 수출 규제 조치의 원인이 안보상의 이유였는데, 우리도 한일 안보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이 있다는 걸 일본 측에 알린 것이다.

머니투데이는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관계장관 대책회의에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참석한 것을 고려할 때, 정부는 이미 일본의 배제강행 맞대응으로 지소미아 파기 카드를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파기 여론

정치권에서는 여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 지소미아 파기론을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2일 YTN뉴스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한국을 더 이상 안보상 우대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일본의 명확한 의사표현”이라며 ”그런데도 우리가 군사 관련 정보를 일본과 공유한다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지소미아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에는 가장 높은 수준의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을 드러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도 같은 뜻을 밝혔다. 김 의원은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일본이 한국을 안보 우방국으로 생각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지소미아 체결의 취지와 정신이 부정당하는데 한국이 재연장을 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지소미아 파기 여론은 유지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

실익?

ⓒ뉴스1

그러나 지소미아 파기는 간단하게 이뤄질 일은 아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군은 정보 획득 면에서 지소미아 파기는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북한과 가까운 한국은 발사와 상승 지점을 포착하는 데 유리하고 영해를 집중 감시하는 일본은 하강과 탄착 지점을 식별할 때 유리하다”라며 ”지소미아는 이런 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전했다. 이같은 시너지 효과 때문에 지소미아는 무난하게 지속돼 왔고, 양국은 지소미아를 통해 총 22건의 정보를 공유했다.

군 뿐만 아니라 미국의 반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지소미아 자체가 미국이 한·미·일 안보협력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는 상징적인 협정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2016년 지소미아 최종 체결에 큰 역할을 했으며, 이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항하고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안보협력체제로 인식하고 있다.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은 문화일보에 쓴 칼럼을 통해 ”지소미아 폐기를 단순논리로 접근하면 우리 국익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라며 ”우리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해 지소미아 폐기로 대응할 경우 동맹국인 미국의 지지를 잃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전 차관은 ”지소미아 폐기로 대응할 경우 더 이상 한·미·일 안보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가 되고, 미국은 한미 동맹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정치문제를 경제로, 경제문제를 안보조치로 보복하고 압박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중재?

ⓒ뉴스1

그러나 미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지소미아 파기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전직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1945년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돼 온 한·미·일 안보협력의 방향성이 바뀌는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봤으며, 전직 군 관계자는 ”미국이 기존의 무관심한 태도보다는 적극적으로 입장을 바꿔 개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북아 안보의 틀이 흔들리기 전, 미국이 한일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지소미아가 없어도 정보자산 확보 차원에서 한국이 입는 손실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연구실장은 ”한일간 군사정보 교류로 한국이 큰 이익을 봤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지소미아 파기 검토 언급은 미국에게 한일 갈등 중재를 요구하는 신호 정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소미아 파기를 주장한 강병원 의원도 ”지소미아를 폐기함으로써 미국이 직접적으로 한일갈등 해결에 뛰어들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럴 때만이 미국이 더 적극적으로 한일문제에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외교부가 ‘상황에 따라 지소미아 폐기 검토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는 달리, 국가정보원은 지소미아 파기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훈 국정원장은 1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연해 ”지소미아 내용상 실익도 중요하고, 상징적 의미도 중요하다”라며 ”이같은 의견을 청와대와 국가안전보장회의에도 전달하고 있다. 정부가 입장을 단정적으로 밝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2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문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대일 메시지를 낼 예정이며, 여기에 지소미아 파기가 포함될지가 주목되고 있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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