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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던 음식점만 자꾸 가는 당신의 습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뇌과학자들이 세포 단위의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 박세회
  • 입력 2019.08.02 09:54
  • 수정 2019.08.02 09:56
ⓒ기초과학연구원/경북대학교/한국과학기술연구원

새로운 식당에 도전하기보다는 맛있는 식당에 여러 번 가겠다는 사람이 있다. 가던 식당만 계속 가는 사람. 왜 그럴까? 한국의 과학자들이 행복한 기억의 형성과 이 기억이 장소 선호에 미치는 원리를 밝혔다.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장과 배용철 경북대 치대 교수, 남민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 팀은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한 장소에 대한 기억이 세포 단위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지를 밝혔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추억이 담긴 장소를 기억하고 선호한다. 이는 인간이 전후 관계상 기억을 갖기 때문이다. 전후 관계상 기억이란 시간, 장소, 사람, 그 당시의 감정 등 특정 사건이나 정보와 관련한 맥락을 기억하는 장기 기억의 기본 프로세스다. 예를 들면 하얀 원피스를 보면 즐거웠던 결혼식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진다. 이는 결혼식의 장기 기억이 그날의 정보뿐 아니라 감정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장기 기억의 구슬들이 색을 띠고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연구진은 분노나 두려움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한 뇌의 기억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나온 반면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한 뇌가 분자 또는 세포 단위로 기억을 저장하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거의 없다”고 봤다. 특히 조건부 장소 선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 ‘기쁨’(또는 행복)의 영역이 그렇다.

ⓒ기초과학연구원/경북대학교/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진은 해마에 있는 별세포에 주목했다. 별세포는 뇌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다. 과거에는 신경세포(뉴런)가 그 기능을 잘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만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그 기능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이 별세포에는 ‘뮤-오피오이드 수용체‘가 존재한다. ‘뮤-오피오이드 수용체’는 오피오이드류의 화합물에 결합하는데, 모르핀, 베타-엔도르핀, 엔케팔린이 오피오이드류에 포함된다.

오피오이드류의 화합물이 ‘뮤 오피오이드 수용체’를 활성화해 행복한 경험을 했던 장소에 대한 선호 기억을 형성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자세한 과정을 보면 엔도르핀이 별세포에 존재하는 뮤-오피오이드 수용체에 결합하면 뮤-오피오이드 수용체가 활성화되면서 K2P라는 이온 통로를 통해 글루타메이트가 분비된다. 이 글루타메이트가 신경세포의 축삭돌기에 있는 mGLUR1을 활성화한다.

ⓒ기초과학연구원/경북대학교/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는 해마 시냅스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을 강화하고, 장기강화(LTP)로 이어진다. 장기 강화란 두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전달이 지속해서 증강되는 것을 말하며, 학습과 기억의 주요한 세포학적 기전으로 여긴다. 오피오이드 류가 분비되는 감정 경험이 장기 강화로 이어지는 분자와 세포 단위의 과정이 밝혀진 셈이다. 

ⓒ기초과학연구원/경북대학교/한국과학기술원

남민호 KIST 연구원은 ”뇌에서 베타-엔도르핀 호르몬이 분비되거나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을 투약하는 경우, 행복한 감정을 느낌과 동시에 장소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여 특정 장소 선호 기억을 형성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이창준 단장은 ”공포나 회피와 같은 (부정적) 감정과는 달리 행복과 선호를 유발하는 뇌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행복한 감정과 좋아하는 감정 뿐만 아니라 사랑이란 감정이 생기는 이유를 알아가는 데까지 연구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셀리포트(Cell Reporters, IF 7.815)에 7월 31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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