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8월 01일 19시 32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8월 01일 19시 42분 KST

신페인당의 경고 : '노딜 브렉시트 되면 북아일랜드 영국 탈퇴 투표해야'

브렉시트가 북아일랜드에 새로운 긴장을 가져올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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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루 맥도널드 신페인당 대표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의 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벨파스트, 북아일랜드. 2019년 7월31일.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게 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가 벌어지면 북아일랜드의 영국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신페인당 대표가 밝혔다.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에서 활동중인 신페인당은 아일랜드 통일을 지향하는 좌파 민족주의 정당이다.

메리 루 맥도널드 신페인당 대표는 31일(현지시각) 벨파스트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의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 전략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영국을 유럽연합(EU)에서 탈퇴시키겠다며 EU와의 재협상이 무산되면 노딜 브렉시트도 감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맥도널드 대표는 노딜 브렉시트가 ”이 (아일랜드)섬의 상황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우리 통일된 미래를 결정할 기회가 시민들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국경 투표(border poll)’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또 ”우리는 노딜 브렉시트가 아일랜드 경제와 아일랜드의 생계수단, 사회와 정치, 그리고 평화 협정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점을 (존슨 총리에게) 분명히 밝혔다”며 영국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노딜 브렉시트 대책에는 ”헌법적 변화”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이런 경고를) 못들었다는 말은 하지 못할 것이다.”

 

북아일랜드와 브렉시트를 둘러싼 논쟁에는 경제적, 역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우선 경제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자.

노딜 브렉시트가 벌어지면 원칙적으로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에 속하는 북아일랜드 사이에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물리적 국경이 들어서야 한다. 통관 절차와 관세도 다시 도입돼야 한다. 이는 활발한 교역을 이어왔던 양쪽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경제는 무역을 통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의 최대 수출 대상국으로, 북아일랜드에서 수출하는 전체 제품의 3분의 1이 아일랜드로 향한다. 반대로 아일랜드에서 수출하는 축산·농업제품의 절반 가량은 영국으로 간다. 또 영국은 아일랜드의 가장 큰 수입 대상국이이자 두 번째로 큰 수출 대상국이다. 

애초 영국과 EU가 맺은 브렉시트 합의(탈퇴합의)에는 물리적 국경, 즉 하드보더(hard border)의 부활을 막기 위한 장치가 포함됐다. 이른바 백스톱 조항이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주권 침해’라는 이유로 이 조항을 완전히 삭제할 것을 EU에 요구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노딜 브렉시트가 벌어지더라도 물리적 국경이 부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경 설치를 우회할 ‘기술적 해법’이 있다는 것. 그러나 전 세계 어디에서도 아직 제대로 검증된 적은 없다. 영국 정부조차 2030년쯤에나 이 기술이 실제 국경 통제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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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파스트 시내의 한 육교에 걸린 현수막. 보리스 존슨 총리는 취임 이후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를 차례로 방문했다. 벨파스트, 북아일랜드. 2019년 7월31일.

 

피로 얼룩졌던 분쟁의 역사, 그로 인한 정치 세력 간 견해차도 존재한다.

북아일랜드는 영국과의 통합을 원하는 신교(프로테스탄트)와 아일랜드와의 통일을 원하는 구교(가톨릭)가 30여년 간 유혈 충돌을 벌였던 곳이다. 각각 통합주의 민주연합당(DUP)과 민족주의 신페인당으로 대표되는 세력이다. DUP는 현재 보수당과 사실상의 연정(‘신임과 공급 협정’)을 구성하고 있으며, 존슨 총리와도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수천명의 사망자를 냈던 양측의 충돌이 겨우 진정된 건 1998년에 이르러서다. ‘굿프라이데이 협정(벨파스트 협정)’이다. 이 협정에 따라 북아일랜드 의회와 행정부(자치정부)가 수립됐으며, 통합주의 정당과 민족주의 정당이 의무적으로 공동정권을 꾸리게 되어있다.

그러나 2017년 정치적 스캔들과 정책 견해차 등으로 DUP와 신페인당의 공동정권이 무너지면서 2년 넘도록 의회와 정부 모두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자치정부 수반(제1장관)도, 각 부처의 장관도 모두 공석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노딜 브렉시트 대비의 일환으로 영국 정부가 일시적으로라도 북아일랜드를 직접 통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제기되는 중이다. 굿프라이데이 협정을 되돌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존슨  총리는 그와 같은 가능성을 명확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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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노딜 브렉시트'가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에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본다. 정치적 합의와 활발한 무역으로 유지되어 온 아일랜드섬의 평화가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정부연구소(Institute for Government)는 최근 보고서에서 ”영국 그 어느 지역보다 가장 크게 노딜 브렉시트의 영향을 느낄 지역은 북아일랜드”라며 영국이 ”전례 없는 (분열)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존슨 총리는 정치적 연합 하나(EU)를 탈퇴한 뒤 또다른 연합(영국)을 계속 묶어두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쓰게될 지도 모른다. (중략) 북아일랜드는 현저하고도 지속되는 경제적 혼란을 겪을 것이며, 특히 (영국 정부의) 직접 통치가 재개될 경우 그것(경제적 혼란)이 정치적 긴장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가 내놓은 경고다.

영국, 즉 ‘그레이트브리튼 및 북아일랜드 연합왕국’에 소속된 네 국가 중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는 2016년 국민투표 당시 EU 잔류 의견이 반대보다 높았다. 스코틀랜드에서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집권 여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꾸준히 독립(영국 탈퇴) 투표 재실시를 요구해왔다.

한편 대서양 건너편 미국에서도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경고가 나왔다.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만회할 주요 수단으로 꼽은 미국-영국 무역협정을 의회가 저지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 아일랜드계 의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이 (굿프라이데이) 협정을 위태롭게 한다면, 영국과의 양자간 무역 합의를 통과시킬 열의는 나에게 거의 없을 것이다.” 미국 하원 조세무역위원회 위원장이자 ‘아일랜드의 친구들’ 모임의 공동의장인 리차드 닐 의원(민주당, 매사추세츠)이 가디언에 한 말이다. ”우리 (위원회)는 조세관할권의 일환으로 (미국이 체결하는) 모든 무역 합의를 감독한다.”

공동의장인 피트 킹(공화당, 뉴욕)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과 무역협정에 합의하더라도 이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공화당 의원들이 거리낌 없이 비준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아일랜드와 굿프라이데이 협정,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 개방을 강하게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분명 흔쾌히 대통령에 반대할 것이라고 본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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