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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의 유명한 감성주점엔 위험천만한 불법 구름다리가 있었다

도면에는 없는 구조물이었다

  • 백승호
  • 입력 2019.07.31 22:17
  • 수정 2019.07.31 22:31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ㄱ감성주점(왼쪽)에 있는 ‘구름다리’와 ㄴ감성주점에 있는 휴대용 비상조명등 거치대. 비상조명등은 사라지고 없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ㄱ감성주점(왼쪽)에 있는 ‘구름다리’와 ㄴ감성주점에 있는 휴대용 비상조명등 거치대. 비상조명등은 사라지고 없다 ⓒ한겨레

지난 29일 밤 10시 서울 마포구에 있는 ㄱ감성주점. 지상 1층 카운터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니, 복층 구조를 한 지하 1~2층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27일 불법 증축한 복층 구조물이 무너져 2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광주의 감성주점 ㅋ클럽과 비슷한 구조였다. 그런데 이 감성주점의 지하 1층 양쪽 복도 사이에는 길이가 5m가량 되는 ‘구름다리’가 2.5m 정도 높이로 공간을 가로질러 놓여 있었다. 쇠로 된 서너개의 얇은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구름다리는 경량 철골 구조에 투명한 플라스틱을 덧댄 재질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다리 아래는 앰프로 보이는 쇳덩이 네 개가 밧줄로 감긴 채 매달려 있었다. 눈으로 보기에도 위태로워 보여 직원에게 “다리에 올라갈 수 있는 인원 제한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그냥 올라가는 대로 서 있으면 된다”는 무심한 답이 돌아왔다. 이날은 손님이 적었지만, 에스엔에스(SNS) 등에는 이 구름다리 위에 12명이 빼곡하게 올라가 있는 사진도 게재되어 있었다.

지난 27일 광주에서 발생한 ㅋ클럽 붕괴 사고는 불법 증축된 면적 77㎡가량의 복층 구조물이 천장에 용접된 파이프 2개와 1층 바닥에서 받쳐주는 파이프 1개로 지탱하다 무너진 게 원인이었다. 특히 ㅋ클럽이 예외조례를 통해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인 이른바 감성주점으로 등록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감성주점의 안전관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겨레>가 서울 마포구와 서대문 일대 감성주점 3곳을 현장에서 점검해보니,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한 안전관리 규정을 위반한 위험 사례들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우선 관할구청인 마포구청은 ㄱ감성주점에 구름다리 구조물이 존재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해당 건물의 건축물대장과 마포구청이 확보한 내부 도면을 보면, ㄱ감성주점의 지하 1~2층이 복층 구조라는 건 기록되어 있었지만, 구름다리 설치 사실은 등재되어 있지 않았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3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도면상 복층 천장은 뻥 뚫려 있다. 구름다리 같은 구조물은 나와 있지 않고, 신고가 들어온 것도 없다”며 “현장 점검을 통해 다리의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한 뒤 위법성 여부를 판단해 적절히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감성주점에 대한 안전관리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 각 구는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 등을 통해 △비상구 상시개방 △안전요원 고정 배치 △휴대용 비상조명등 5m당 2개 묶음 1개씩 설치를 비롯한 안전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연 2회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거나 ‘연 2회 안전점검을 할 수 있다’고도 정해놓았다.

 

ⓒHuffpost KR

 

그러나 실제 가본 감성주점들에는 이런 규정이 무의미해 보였다. ㄱ감성주점의 비상구 한 곳은 상시 개방 규정과 달리 도어락이 달려 있었고, 그마저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있어 문인지 벽인지 위치를 한눈에 확인하기 어려웠다. 다른 비상구 인근에는 주방용품 등 각종 장애물이 쌓여 있었다. 마포구에 있는 ㄴ감성주점 또한 비상구 두 곳 중에 한 곳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고정 배치된 안전요원은 보이지 않았고, 휴대용 비상조명등이 있어야 할 자리엔 거치대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역시 지하 복층 구조로 되어 있는 서대문구의 ㄷ감성주점은 서대문구청에는 입구 오른쪽에 복층 구조를 만들겠다고 신고해놓고, 실제로는 왼쪽에 만들어뒀다. 크기도 신고 내용과 달랐다.

상황은 이렇지만 감성주점을 찾은 시민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29일 밤 ㄱ감성주점을 찾은 석아무개(26)씨는 “광주 클럽 사고 영상을 보고 클럽이나 감성주점을 갈 때 미리 정보를 알아보고 가게 된다”며 “검색해보니 그나마 이곳이 안전하다고 해 여기로 왔다”고 말했다. 같은 주점을 찾은 ㄹ(20)씨도 “지하에 있으니 불이 나면 탈출이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여긴 클럽이라기 보단 ‘세미 클럽’이니 크게 위험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ㄷ감성주점을 찾은 ㅁ(24)씨는 “최근 한 클럽에서 여성분이 사람에 깔릴 뻔한 걸 목격한 적 있다”며 “스테이지가 좁고 사람이 확 몰리면 위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청은 감성주점의 구조적 특성상 상시 단속과 적발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감성주점이 대부분 지하에 위치해 있어 무단으로 건물을 증축해도, 내부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단속이 어렵다는 얘기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외부 증축은 항공사진을 찍어 높이 등을 비교해 불법증축을 적발할 수 있지만 내부는 얘기가 다르다. 신고받고 직접 내부에 진입하지 않는 이상 문제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령 적발된다고 해도 이행강제금을 물고 기존 구조물을 유지하는 게 비용상 이득이라 버티는 업주들이 많다. 심할 경우엔 경찰에 고발 조처하기도 하지만, 고발한다고 경찰에서 바로 나서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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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마포구 #감성클럽 #불법증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