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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노딜 브렉시트 진짜 할 수도 있다'며 EU를 압박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조기총선을 소집하기 위한 명분을 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허완
  • 입력 2019.07.30 18:36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연설 도중 손짓을 하고 있다. 맨체스터, 영국. 2019년 7월27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연설 도중 손짓을 하고 있다. 맨체스터, 영국. 2019년 7월27일. ⓒPOOL New / Reuters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연일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브렉시트 재협상을 요구하며 전제조건을 내건 데 이어 이번에는 EU가 전제조건을 먼저 수용하지 않는 한 EU 지도자들과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새로 내정된 영국 측 브렉시트 협상대표는 EU 회원국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10월31일에 무조건 EU를 탈퇴하겠다는 존슨 총리의 입장을 강조하며 ‘이를 가볍게 보아넘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이 본격적으로 EU를 압박하고 나선 모양새다.

29일(현지시각)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은 기존 브렉시트 합의(탈퇴합의)를 수정할 수 없다는 EU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 한 존슨 총리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마주앉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는 지금까지 전화통화로 그들에게 그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앞서 존슨 총리는 기존 합의문에 포함된 아일랜드 백스톱 조항이 완전히 ”폐기”돼야 한다고 천명했다. EU는 곧바로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고 선을 그었다.

“EU는 (백스톱 조항을 놓고) 재협상을 할 의지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중략) 총리는 그 입장이 변할 때 기꺼이 (EU) 지도자들을 만날 것이다.” 총리실 대변인이 밝혔다.

″백스톱이 (합의문에서) 제거되어야 한다는 점을 총리가 분명히 밝혀왔다고 본다. 그는 합의문이 수정될 수 없다는 주장을 EU가 중단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러나 그런 일이 있기 전까지, 우리는 10월31일에 노딜 브렉시트가 될 것이라고 가정할 수밖에 없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유럽연합에 브렉시트 합의문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유럽연합에 브렉시트 합의문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POOL New / Reuters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측 새 브렉시트 협상대표로 내정된 데이비드 프로스트가 지난 금요일(26일) EU 나머지 회원국들에게 보냈다는 이메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그는 ”(브렉시트 예정일인) 10월31일이라는 날짜에 대한 이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또한 덧붙이자면, 많은 사람들은 보리스 존슨을 가볍게 보아 넘기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게 하지 말기를 강력히 권고한다.”

EU는 영국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어리둥절해하는 분위기다. 한 외교관은 “EU에 있어서 백스톱이 중요한 이유를 깨닫는 데는 2분이면 된다. 브렉시트 전문가가 아니어도 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그가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의 회담장 앞에서 한 시민이 플래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에딘버러, 스코틀랜드. 2019년 7월30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의 회담장 앞에서 한 시민이 플래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에딘버러, 스코틀랜드. 2019년 7월30일. ⓒJane Barlow - PA Images via Getty Images

 

영국 정치권 안팎에서 거론되는 시나리오들 중 하나는, 존슨 총리가 ‘안 되는 줄 알면서’ 일부러 EU를 상대로 강경책을 쓰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시나리오는 존슨 총리가 조기총선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두고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기본 전제조건은 이렇다. 재협상이 불발되면 남은 옵션은 노딜 브렉시트 밖에 남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의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노딜 브렉시트 만큼은 막으려 하는 보수당 및 노동당 의원들이 과반을 넘나든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충분히 계산 가능한 상황이다.

그 다음은?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르면 9월쯤 조기총선을 전격 소집한다. ‘고압적인 EU’와 ‘비협조적인 의회’를 모두 탓하면서 국민들에게 직접 묻겠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정권 탈환을 노리는 노동당도 조기총선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선거가 소집되면,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유권자들의 표 결집을 노린다.

노동당 지도부는 여전히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고, 노동당 지지층도 브렉시트 찬성과 반대로 엇갈려있으므로 (브렉시트 반대로 입장을 확실히 정한) 자유민주당(LibDems)으로의 표 분산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보수당이 확실한 ‘브렉시트 정당’으로 거듭난 이상 브렉시트당으로 대거 이탈했던 표가 돌아올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있다.

이를 통해 조기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보수당의 하원 다수당 지위를 회복한다는 게 이 시나리오의 결말이다. 그렇게 되면 존슨 총리는 안정된 기반을 확보하게 되고, 노딜 브렉시트도 강행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선거 결과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지만, 어쩌면 그게 바로 존슨 총리가 구상중인 돌파구인지도 모른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영화 ‘브렉시트‘에서 연기한 실존인물이자 ‘브렉시트 배후의 남자‘라고 불리는 전략가 도미닉 커밍스를 선임고문에 내정한 것도 ‘큰 그림’의 일부일지 모른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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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렉시트 #유럽연합 #보리스 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