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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7월 30일 17시 59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7월 31일 09시 46분 KST

20년 동안 아내를 간병하던 남편이 살해범이 된 사연

간병살인이 또 발생했다.

Carmen Iaria / EyeEm via Getty Images

학교 서무국장으로 일하던 A씨(당시 59세)가 정년퇴직한 건 20년 전이었다. 정년퇴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A씨의 아내 B씨(당시 59세)가 큰 병에 걸렸다. B씨는 심장 판막증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 이후에도 병치레가 잦았던 B씨의 건강상태는 5년 전부터 부쩍 악화됐다. 이식한 심장 판막이 수명을 다했기 때문이다. 70대에 접어든 B씨가 재수술을 받는 건 쉽지 않았다. 이후 B씨는 5년간 합병증 치료만 받았다. 그러다 2019년 4월 담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B씨는 2차 치료기관인 요양병원으로 옮겼지만, 오래지 않아 자택으로 돌아갔다. B씨가 요양병원에 머물지 않고 싶어했기 떄문이다. 

20년 동안 아내인 B씨를 간병했던 A씨가 7월 30일 오전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A씨는 29일 범행 후 자녀에게 전화를 걸어 아내가 숨진 사실을 알렸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B씨의 목이 졸린 흔적을 확인하고 A씨를 추궁하자 A씨는 ”간호가 힘들고 자식들에게도 미안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30일 보도된 노부부 간병살인에 대해서 지금까지 알려진 사연이다.

간병살인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10년간 발생한 간병살인을 심층 분석한 서울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간병살인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했다. 

2006~2010년은 10건 안팎이었지만 2011년 12건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10건 이상을 유지했다. 2013년과 2015년에는 최대 21건까지 증가했으며 올해는 7건을 기록 중이다. 물론 이는 집계 가능한 최소치다. 전문가들은 드러나지 않은 간병살인 건수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간병살인 판결문 108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 나이 64.2세, 간병기간 6년 5개월, 부부간 살해, 다툼에 따른 우발적 범행, 10명 중 6명 독박간병, 10명 중 4명 목조름이 간병살인의 핵심 키워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은 간병살인의 양상 중에서 간병기간이 길어질수록 간병살인 가능성이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간병기간이 길어졌을 때 간병살인 가능성이 커지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다. 가해자의 범행 결심 배경에 ‘장기간 간병에 따른 낙담’이 41건(38.0%)이나 됐다.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간병살인 52건(48.1%)에서 가해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국가 차원에서의 대책은 있을까. 서울신문에 따르면,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해당 보도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신문 보도를 보면 최근 10년간 간병살인 사건이 173건 발생했고, 한 달로 따지면 1.4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간병살인에 대한 통계조차 제대로 없는데, 언론사가 이걸 해줘서 고맙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정부에 장기요양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당시 윤 의원의 질문에 답변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제대로 된 돌봄이 될 수 있도록 제2차 노인장기요양보험 계획을 짜면서 가족돌봄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장기요양보험의 적자 증가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 재정수지는 2015년까지 흑자를 유지하다가 2016년부터 적자(432억원)로 전환됐다. 이후  2017년 3293억원, 2018년 6101억원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해도 장기요양 수급자 확대 등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건강보험공단 요양기획실 관계자는 ”서비스를 낮춰 재정을 절감하기 보다 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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