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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가 설명하는 미국이 한일 갈등 중재에 당장 안나서는 이유

前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무

  • 백승호
  • 입력 2019.07.30 15:20
  • 수정 2019.07.30 15:25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국가 배제’ 결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은 일본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면 우리 경제에는 직접적인 타격이 발생한다. 우선 기존 3개에 국한되었던 수출 통제 품목이 전략물자 전체로 확대된다. 포괄 허가 대상이었던 약 857개 비민감품목에 대해 허가를 일일이 취득해야 한다.

비전략물자에 대해서도 캐치올 규제가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 자국의 수출 제품이 한국에 제대로 도착했는지, 사용 목적이 적절한지, 평화·안전을 위협하지 않는지, 수출·수입 기업이 적절히 관리하는지 등을 놓고 개별 건마다 일일이 심사할 수 있게 된다.

일본이 강경한 태도를 철회하지 않자 한국은 한일군사정보협정(GSOMIA) 파기 카드를 꺼내들었다. GSOMIA는 한미일 군사 동맹을 이어주는 중요한 축이다. 한국은 한일간의 불화가 이어지면 한미일 삼각 동맹 관계 자체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내기 위해 GSOMIA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다. 한국의 ‘신호’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중재에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왜 미국은 두 나라 간의 불화를 방치하고 있는 걸까?

소위 ‘반도체 통’으로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에서 상무로 일했던 양향자 국가인재개발원장은 미국이 중재에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 ”미국이 국제 질서를 정리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뉴스1

 

지난 29일 MTN 이슈&뷰에 출연한 양 원장은 ”메모리반도체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기술 패권국가로 인정을 받은 분야”라며 ”메모리반도체는 한국이 27년동안 세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원장은 그러나 “4G 시대까지는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미래 산업 시대에는 비메모리 반도체에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된다”며 ”(삼성의 최근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 발표는) 삼성이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 양 날개로 세계무대에서 뛸 수 있는 역량을 갖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원장은 ”(그런 가운데) 미국이라는 나라가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펼침에 있어 대한민국의 반도체를 어느 지점에 둘 건지, 메모리 분야와 비메모리 분야 모두 패권을 갖고 있는 나라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가져가는 게 맞는지, 대만(TSMC)에 영향을 나눠주는 게 맞는지, 일본·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가져가는 게 좋은지, 국제 질서를 정리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양 원장은 그러면서 ”(한국이 미국에) 중재자 역할을 해달라 하면 절대로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까지 메모리 반도체를 가지고 전략적 협력관계로서 한미동맹이 굳건히 유지돼 왔다”면서 ”앞으로 반도체가 아니어도 5G, 통신, AI, ICT에 있어서 미국이 한국은 동맹관계로 가는 것이 맞겠다고 미국에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양향자 원장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직을 사임하고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에 합류할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반도체 전문가로 일본 수출규제 대응책을 논의하는 데 산업적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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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한일 무역 분쟁 #반도체 #양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