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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이상한 광주 클럽 붕괴 사건

증축, 조례, 안전점검. 세 개의 수상한 키워드

27명의 사상자(사망2명, 부상 25명)가 발생한 광주 클럽 붕괴사고는 일단 인재(人災)로 잠정 결론났다. 이날 사고는 클럽 내부에 설치된 7∼8평 크기 복층 구조물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붕괴돼 일어났다.

 

ⓒ뉴스1

 

문제는 이 복층구조물이 ‘설치된 과정‘과 설치 이후의 ‘관리 과정’에 있다. 이 구조물은 신고되지 않은 불법 증축물이었으며 철거는커녕 제대로 된 관리 감독도 받지 않았다. 심지어 이 클럽은 구청으로부터 여러 차례 행정 처분을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영업을 이어갔고, 이후 구 의회는 이 클럽의 불법을 합법으로 바꾸는 조례를 제정했다.

광주 클럽과 관련한 정황을 살펴보면 단순히 ‘클럽 영업주와 건물주의 과실’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일선 공무원부터 구 의회의원까지,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져야만 한다.

 

작년에도 인명사고 발생, 하지만 불법증축은 문제되지 않았다

광주 클럽 업주 A씨는 작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돼 벌금 20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이 클럽 2층 복층 구조물 일부가 무너졌고 한 손님이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 사고가 난 복층 구조물은 준공검사 당시 없었던 부분, 바꿔 말하면 불법증축된 부분이었다. 이 클럽은 준공 당시 바닥면적 396㎡(120평)에 복층은 108㎡(32평)로 허가를 받았다. 지난 2017년 12월 영업주가 제출한 안전점검 서류에도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클럽은 지난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 사이(추정) 복층 면적을 185㎡로 무단 확장했다.

사고가 난 시점은 2018년 6월로 불법증축이 이뤄진 뒤다. 만약 경찰이 당시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법 증축을 문제 삼았다면 이번 인명피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찰은 당시 불법증축에 대해 수사하지 않았다.

왜 불법증축을 수사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광주 서부경찰서는 ‘몰랐다’며 발뺌하고 있다.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업주의 과실 여부에 중점을 두고 수사해 거기까진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의 가장 주된 원인이었던 불법증축을 경찰이 몰랐다는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건축물 관리 책임이 있는 구청 또한 ‘모른다’는 입장이다. 광주 서구 관계자는 ”관련 기관에서 위법 건축물에 대한 통지·통보가 없다면 우리가 위법 사항을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답했다. 경찰이 통보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 증축을 인지할 기회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뉴스1

 

오로지 사고 클럽만을 위해 제정된 조례?

이 클럽은 두 차례 행정처분을 받았다. 첫번째는 2016년 3월, 두번째는 그해 6월이다. 두 번 모두 ‘일반음식점에서 춤을 추는 영업’을 했기 때문이다.

광주시 서구는 2016년 7월,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공교롭게도 클럽의 불법영업 원인이 조례로 사라지게 되었다.

문제는 이 조례가 제정된 과정이다. 중앙일보의 단독보도에 의하면 조례 제정과 관련한 논의가 한창이던 2016년 6월 당시, 광주 서구 의회는 조례 제정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이 사고 클럽을 피해사례로 제시했다. 영세사업자가 피해를 본다는 논리였다. 춤 허용업소 지정은 조례 제정 일주일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수상한 점은 더 있다. 당시 제정된 조례만으로 따지면 이 클럽은 ‘춤 영업‘을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당시 조례는 춤 영업 허가 대상을 ‘영업장 면적 150㎡ 이하’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엔 흥미로운 부칙이 있었다. 바로 ‘조례 시행 이전 신고된 일반음식점은 조례 시행 전 영업장 면적 내로 춤 허용업소로 지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조례와 부칙 모두 정확히 이 클럽의 불법성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춘 듯한 인상이었다. 광주 서구와 비슷한 내용의 조례는 서울 마포구와 광진구, 서대문구, 부산 부산진구 등 7곳 지자체에서 발견되었지만 면적제한 예외 부칙을 둔 곳은 광주 서구가 유일했다.

그렇다면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 왜 이 클럽은 춤 영업이 허용되는 ‘유흥주점‘으로 허가받지 않고 ‘일반음식점’을 고집했을까?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29일,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라디오에 출연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안 교수는 ”유흥주점에는 피난계단이라든지 방화셔터라든지, 여러 가지 재난시설(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편법적으로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아서) 법적으로 변경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안 교수는 춤을 출 수 있는 무대의 적재 하중이 ”제곱미터당 700kg”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제곱미터당 700kg이 되면 그 무대에 얼마만큼, 많은 사람이 있어도 절대 안전하다”며 ”(충분한 하중을 견딜 수 없는) 그 클럽은 춤을 춰선 안 되는 구조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춤을 춘다면 하중을 굉장히 받기 때문”이라며 ”편법으로 (허가를) 해줬다면 충분한 무대가 안전하도록 점검하고 확인을 했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렇게 보면 구 의회의 조례 변경은 더욱 이상하다. 충분한 안전 시설을 갖춰야 하는 영업장에 사실상 안전 시설 구축을 ‘면제’해 주는 조례를 만들어 줬다. 게다가 이 클럽은 허용하기로 한 면적보다 훨씬 크다. 사람이 많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구 의회는 영세사업장 보호라는 입법취지를 들며 조례를 통과시켰지만 이 조례의 혜택을 받은 곳은 사고 클럽을 포함해 단 2곳에 불과했다.

 

조례에 명시된 안전점검, 사고 클럽은 단 한 번도 받은 적 없었다

다소 부실해 보이는 조례였지만 이를 보완할 단서가 있었다. 해당 조례에는 공용공간을 제외한 객석 면적 1㎡당 1명이 넘지 않도록 적정 입장 인원을 관리하고, 100㎡당 1명 이상의 안전 요원을 두도록 하는 안전기준이 있었다. 특히 조례는 영업장이 이 안전 기준을 잘 지키는지 1년에 2차례 안전점검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할 수 있다‘는 문구다. 강제성이 없었다. 사고 클럽은 단 한차례도 안전 점검을 받지 않았다. 지난 3월, 버닝썬 사건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자 서구는 일제점검의 형태로 해당 클럽을 찾았다. 그러나 형식적이었다. 구청 담당자는 손님이 거의 없는 평일 저녁 시간에 클럽을 방문했다. 그리고는 맨눈으로 식품 위생과 영업 행위를 점검하는 데 그쳤을 뿐 기타 안전과 관련한 점검이나 클럽 내 적정 수용인원의 기준이 되는 ‘객석 면적’ 규모 등은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

서구 관계자는 “1년에 2차례 안전점검을 하도록 정한 조례는 강제 조항이 아니어서 안전 점검을 하지 않았다”며 ”특별점검에서도 손님이 거의 없어 적정 인원수 제한 등을 살펴볼 만한 상황이 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2월18일부터 4월19일까지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국가안전대진단에서도 이 클럽은 ‘우선 순위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점검을 피했다. 모든 안전 점검의 사각지대에 사고 클럽이 있었다.

 

ⓒ뉴스1

 

현재 관계당국은 TF팀을 구성해 사건 조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경찰은 붕괴 사고 당일인 전날부터 이틀간 공동대표 3명을 포함해 관리인·건물주 등 클럽 관계자 9명과 공무원 2명, 피해자와 목격자 등 총 18명을 조사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특혜성 조례와 공무원 유착관계 등에 대해 수사본부는 ”의혹과 입증은 또 다른 문제”라며 ”하지만 관련 의혹이 제기된 만큼 그 부분에 대한 수사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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