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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구 전설 장훈과 다르빗슈 유가 다투게 만든 시속 160㎞ 투수의 결장

신세대와 구세대의 가치

  • 박세회
  • 입력 2019.07.29 12:22
  • 수정 2019.07.29 13:57
오후나토고교의 투수 사사키 로키.
오후나토고교의 투수 사사키 로키. ⓒCaptured

일본 야구의 전설이자 현 야구 평론가인 장훈(79)이 TBS 계열 선데이 모닝의 스포츠 평론 코너에 출연해 한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이 간판 투수의 부상을 염려해 기용하지 않은 데 대해 ”부상을 두려워하면 그만두는 게 낫다”며 쓴소리를 날렸다.  

이에 시카고 컵스 소속의 메이저리거 다르빗슈 유가 ”신룡이 소원을 빌라고 하면 이 코너를 없애달라고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나서며 ‘고시엔 투수 혹사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하계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통칭 ‘고시엔‘)가 열리기도 전에 엄청난 주목을 받은 선수가 있다. 최고 구속 163㎞의 사사키 로키(18. 오후나토고교 3년)가 그 주인공이다. 속구뿐 아니라 시속 120㎞대의 변화구도 자유자재로 구사해 ‘야구의 신이 일본에 보낸 선물’이라 불린다.

사사키 로키는 35년 동안 고시엔에 진출하지 못한 팀을 이끌고 2019년 여름 고시엔 이와테 예선에 출전해 4라운드에서는 12이닝 194구를, 4강전에선 9이닝 130구를 던지며 완봉승을 거뒀다. 16일부터 24일까지 9일 동안 4번 출장해 29이닝 435구를 던졌다.

시카고 컵스의 투수 다르빗슈 유. 
시카고 컵스의 투수 다르빗슈 유.  ⓒASSOCIATED PRESS

그러나 감독은 투구수가 너무 많다고 판단해 결승전에 사사키 로키를 결장시켰다. 팀은 2대 12로 대패해 여름 고시엔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평론가 장훈은 이날 방송에서 ”사사키 투수는 예선에서는 4번 450구 정도밖에 던지지 않았다”라며 ”지난해 요시다는 800개나 던졌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사키를 등판시키지 않아 팀이 희생당했다고 말하며 ”감독과 사사키 군의 팀이 아니다. 나머지 9명은 어떻게 하나.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열심히 연습했다. 고시엔의 무대는 꿈이다. 부상을 두려워하면 그만두는 게 낫다. 모든 스포츠 선수의 숙명”이라고 밝혔다. 

장훈이 언급한 요시다 고세이는 아키타현의 가네아시 농고의 에이스로 2018년 여름 고시엔 본선에서 결승을 포함해 6경기 881구를 던졌다. 

다르빗슈는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신룡이 소원을 하나 이뤄주겠다고 말하면 망설이지 않고 이 코너를 없애 달라고 할 것”이라고 올렸다. ‘신룡’은 일본의 초절정 인기 만화 시리즈 드래곤볼에 등장하는 영물로 드래곤볼 7개를 모아 소환하면 소원을 들어준다. 

다르빗슈는 일본 고교야구의 근성론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해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2월에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라쿠의 ’772구 투구’는 미국에도 보도되면서 논란이 되었다”라며 “1학년은 5회, 2학년은 6회, 3학년은 7회까지로 투구 이닝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 소속인 안라쿠 도모히로는 사이비 고교 재학 시절인 2013년 봄 선발에 출전해 5일 동안 13회 연장 완투를 포함해 46이닝 772구를 던져 논란이 일었다.

한편 사사키를 출전시키지 않은 고쿠보 요헤이(國保陽平) 감독은 미국 독립 리그 출신이다. 장훈은 이를 지적하며 ”그는 미국 독립리그 출신이라 미국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미국인은 (어깨를) 소모품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양인은 던져서 힘을 낸다”라고 밝혔다. 

장훈과 다르빗슈 유의 논란은 상징적이다. 고시엔의 정열에 피지컬 이상의 정신적인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 원로들과 체계적인 훈련법과 스포츠 이론에 정통한 젊은 세대가 맞붙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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