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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가 들끓는 곳' : 트럼프가 흑인 의원을 공격하며 지역구 볼티모어를 비하했다

일라이저 커밍스 하원의원을 겨냥한 트럼프의 공격에 '인종주의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 허완
  • 입력 2019.07.29 14:15
  • 수정 2019.07.29 14:55
ⓒASSOCIATED PRES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유색인종 의원들을 향해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는 인종차별적 공격을 퍼부은 지 2주 만에, 이번에는 흑인 중진 의원을 공격하며 그의 지역구까지 싸잡아 비하했다.

곧바로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민주당이 ”인종 카드”를 쓰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틀째 공격을 이어갔다.

논란은 토요일(27일) 아침 트럼프가 올린 트윗에서 시작됐다.

그는 민주당 중진 일라이저 커밍스 하원의원(볼티모어)를 ”잔인한 깡패”로 묘사하며 그의 지역구인 볼티모어가 ”구역질 나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적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어느 지역을 콕 집어 이처럼 싸잡아 비하하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흑인 인구 비율이 60%를 넘는 볼티모어(메릴랜드주 7선거구)의 유권자들은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줬다. 1953년부터 내리 민주당 하원의원을 선출한 지역이기도 하다.

일라이저 커밍스 하원의원은 남부 국경의 상황에 대해 우리의 위대한 국경경비대 요원들을 향해 고함을 치고 소리를 지르면서 잔인한 깡패처럼 굴어왔다. 그의 지역구인 볼티모어가 훨씬 더 나쁘고 위험한 데도 말이다. 그의 지역구는 미국에서 최악의 지역으로 알려져있다.

지난주 의회 방문단 견학에서 증명된 것처럼, 국경 지역은 깨끗하고, 효율적이고, 잘 운영되고 있어서 사람들로 매우 붐빈다. 커밍스의 지역구는 구역질 나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다. 그가 볼티모어에서 시간을 더 보낸다면 그가 이 매우 위험하고 음산한 곳을 치우는 걸 도울 수 있을지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이어 세 번째 트윗을 올려 ”왜 그렇게나 많은 돈(예산)이 일라이저 커밍스의 지역구로 가느냐”며 ”어떤 인간도 그곳에 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미국에서 최악으로 운영되고 가장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도 왜 그렇게나 많은 돈(예산)이 일라이저 커밍스의 지역구로 가는가.  어떤 인간도 그곳에 살고 싶어하지 않을 거다. 이 돈이 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얼마나 많은 돈이 빼돌려졌나? 당장 이 부패한 난장판을 수사하라!

볼티모어에서 태어났다는 빅터 블랙웰 CNN 앵커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 유색인종들을 언급할 때 ”설치류가 들끓는(infestation)”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 도중 감정이 격해져 잠시 말을 멈춰야만 했다. 

″어떤 인간도 그곳에 살고 싶어하지 않을 거라고요? (울먹임) 대통령님, 누가 살았는지 아십니까? 제가 (볼티모어에) 살았습니다. (태어나서) 병원에서 집으로 옮겨졌던 날부터, 대학 진학을 위해 떠날 때까지요. 제가 소중히 여기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습니다.” 블랙웰이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물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자랑스러워 하고 있어요. 제 고향이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곳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갑니다. 그곳의 가족들을 돌봅니다. 자녀들을 아끼고요. 당신을 지지하는 의원들의 지역구에 사는 다른 사람들처럼,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한 사람들입니다. 그들도 미국인이라고요.”

 

트럼프 대통령이 원색적이고도 인종차별적인 표현으로 커밍스 의원과 볼티모어를 느닷없이 공격한 건, 그가 아침 일찍 일어나 폭스뉴스를 봤고, 볼티모어에 관한 ‘보도’를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라이저 커밍스 하원의원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은 폭스뉴스에 나온 한 부분을 그대로 읊은 것이다. ”국경 지역의 주거 환경은 버려진 건물과 거리의 쓰레기로 대표되는 도시인 그(커밍스 의원)의 지역구 대부분의 지역보다 낫다.”

왼쪽, 폭스앤프랜드, 오전 6시18분

오른쪽, 트럼프, 오전 7시14분 

트럼프가 일라이저 커밍스 의원과 그의 지역구 볼티모어에 대해 알고있는 모든 건 방금 시청한 폭스앤프랜즈에서 나왔다.

커밍스 의원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원 정부개혁감독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커밍스 의원은 지난주 의회에서 국토안보부 장관 직무대행 케빈 매컬리넌을 혼쭐낸 적이 있다. 남부 미국-멕시코 국경 구금시설의 ‘비인간적 환경’을 비판한 것이다.

매컬리넌 대행은 ”혼신의 힘을 다해” 구금시설을 관리·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커밍스 하원의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분노를 쏟아냈다.

커밍스 의원 : ”장관대행과 당신의 기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을 듣다보면, 모든 게 꽤 좋고,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것 같은데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 맞습니까? 지금 그 말씀이세요?”  

매컬리넌 장관대행 : ”저희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커밍스 의원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구금시설에 있는) 어린이가 자기 배설물 위에 앉아있는데, 샤워도 할 수 없는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보세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 아무도 우리 자녀들을 그런 상황에 두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인간이라고요! (중략) 우리 미국입니다. 세계 최고의 나라라고요. 전 세계 어디든 가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나라, 그들에게 기저귀와 칫솔이 있는지 챙기고, 은박지 같은 곳에 변을 보지 않도록 하고, 그게 바로 미국이라고요. 말이 되는 얘기를 하세요! 우리가 이것 밖에 안 됩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커밍스 의원을 ”우리의 위대한 국경경비대 요원들을 향해 고함을 치고 소리를 지른 잔인한 깡패”로 지칭한 것이다.  

커밍스 의원은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규탄했다.

대통령님, 저는 제 지역구에 있는 집에 매일 갑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저는 우리 지역을 위해 싸우러 갑니다.

정부를 감시하는 건 저의 헌법적 임무입니다. 하지만 저의 지역구를 위해 싸우는 건 저의 도의적 의무입니다.

졸지에 대통령으로부터 ‘쥐가 들끓는 지역’ 취급을 받은 볼티모어의 버나드 잭 영 시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정치 지도자가 볼티모어처럼 활기 넘치는 미국 도시를 폄하하고, 애국자이자 영웅인 미국 하원의원 일라이저 커밍스를 향해 악의적인 공격을 가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공화당 소속인 메릴랜드주 부지사 보이드 러더퍼드도 거들었다.

대통령님, 저는 커밍스 의원과 정책적으로 꽤 큰 견해차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의 비판이 이 지역에 사는 많은 훌륭하고 근면한 사람들을 향한 게 아니기를 바랍니다. 

민주당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매사추세츠) 등 동료 의원들도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했다. 주말 동안 트위터에서는 #우리가볼티모어다(#WeAreBaltimore) 해시태그가 트렌드에 올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볼티모어가 ”거의 모든 주요 (통계) 분류에서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며 커밍스 의원이 ”볼티모어의 단물을 빼먹는 것 말고는 한 일이 없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다음날인 28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폭풍트윗’으로 커밍스 의원과 볼티모어, 민주당,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의 앞선 트윗을 ”인종주의적 공격”으로 비판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그의 지역구인 샌프란시스코를 공격했다. 

최근 같은 당 사람들에게서 인종주의자 소리를 들은 낸시 펠로시에게 누가 설명 좀 해줘라. 일라이저 커밍스 의원이 지역구과 볼티모어를 위해 일을 매우 못하고 있다는 너무나도 명확한 팩트를 꺼내는 것에서 잘못된 건 전혀 없다고 말이다.

한 번 살펴봐라. 팩트가 말보다 훨씬 더 세다! 민주당은 우리나라의 위대한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을 위해서는 정작 한 일도 별로 없으면서 항상 인종카드를 쓴다. 지금 (흑인) 실업률은 미국 역사상 최저치이고 계속 더 좋아질 거다. 일라이저 커밍스는 끔찍이 실패했다!

끔찍이 실패한 것에 대해 얘기하자면, 낸시 펠로시의 지역구 샌프란시스코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본 사람 있나. 최근에는 존재감마저 사라졌다. 너무 늦기 전에 무언가를 해야한다. 민주당은 마녀사냥 사기극에 시간낭비하지 말고 우리나라에 신경을 써야할 거다!

″일라이저 커밍스에게는 이것(볼티모어의 범죄와 환경)을 해결할 수십 년의 기회가 있었는데, 해내지 못했다.” @PeteHegseth @foxandfriends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고 우리나라를 분열시키는 데 정부감독위원회를 활용하려 하는데 어떻게 그 일을 해내겠는가! 

 볼티모어의 지역신문 ‘볼티모어선‘은 ‘쥐 몇 마리 있는 게 쥐가 되는 것보다 낫다’는 제목의 사설로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했다.

″(...)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을 차지한 이들 중 역대 가장 부정직한 사람, 참전군인을 조롱한 사람, 여성의 개인적 부분을 움켜쥐고 기뻐 날뛰는 사람, 연쇄 기업 도산자, 블라디미르 푸틴의 유용한 바보, 사람을 죽이려 드는 네오나치들 중에도 ‘좋은 사람’이 있었다고 주장함으로써 대다수 미국인들을 속여 자신이 현재 직무를 수행할 능력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믿도록 하는 데 여전히 실패하고 있는 사람에게, 우리는 이 말을 해주려 한다.”

″동네에 해충 조금 사는 게 해충이 되는 것보다 낫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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