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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의원 선거에 나타난 일본의 민심과 한일관계

참의원 선거 결과는 3가지로 요약된다.

ⓒIssei Kato / Reuters

일본에서 참의원 선거가 지난 21일 실시되었다. 선거가 공시된 7월 4일은 일본정부가 한국에 대해 반도체 소재 부품 3품목의 수출심사 강화 조치를 시행한 날이기도 해서, 국내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참의원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러한 시점에 보복 조치를 실시한 것은 아베가 한국 때리기를 통해 지지세력을 결집해서 개헌 동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었다는 관측이 있었기 때문이다.

참의원 선거 결과는 다음의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여당이 과반을 확보했다. 둘째, 정부 여당을 포함해서 개헌파 의원 의석이 개헌 발의가 가능한 3분의 2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셋째, 야당의 아베 비판이 조직적으로 표출되어 교두보를 확보했다. 

아베 총리는 선거전을 치르는 동안 ‘안정이냐 혼란이냐’라는 선택지를 던졌다. 이에 대해 정부 여당에 과반의 의석을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일본 국민은 아베에게 신임을 보내 안정을 선택했다. 그러나 일본 국민은 헌법 개정에 대해서는 아직 아니라는 대답을 내놓아 균형을 잡았다. 이러한 결과는 두가지 면에서 특기할 만하다. 먼저 지난 참의원 선거에서는 개헌파 의원이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차지했으나, 이번에는 일본 국민이 이러한 참의원 구성을 부정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주목할 것은 이번 참의원 선거가 중의원 선거를 포함해 아베가 주도한 선거에서 처음으로 개헌을 정면에서 다루었다는 점이다. 개헌을 화두로 던진 선거에서 이를 견제하는 국민의 의사가 표출되었다는 점은 중요하다. 이미 중의원에서 개헌파 의원이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참의원에서 이를 저지했다는 것은 일본 국민이 다시 절묘한 균형을 잡았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세번째 결과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일본 참의원 선거는 1인에서 6인까지 선출하는 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가 혼합된 매우 복잡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서 1인 선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32개 1인 선거구에서 야당들은 통일후보를 내세워 여야 격돌구도를 만들었다. 그 결과는 22대 10으로 여당의 승리였지만, 그 내용에 주목하면 아베의 독주에 제동이 걸렸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아베가 추진하는 핵심 정책에서 반대가 조직화되었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오끼나와(沖縄)와 니이가따(新潟), 그리고 아끼따(秋田) 현이다. 각각 미군기지 이전, 원전 재가동, 이지스 어쇼어(육상형 미사일 요격 시스템)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확실한 전선이 만들어졌고, 여기에서 모두 야당 후보들이 이겼다. 개헌에 제동이 걸린 것까지 함께 고려하면 아베는 이번 참의원 선거 결과, 정국 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더불어 야당 가운데 아베 비판을 가장 선명하게 보인 일본공산당과 입헌민주당이 선전했다는 사실도 주목할 일이다. TV에서는 입헌민주당의 당대표가 아베의 이번 보복적 조치에 대해 논리가 지리멸렬하다고 몰아세우는 장면도 있었다. 넷우익이 장악한 인터넷 여론은 입헌민주당의 이러한 태도에 뭇매를 가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입헌민주당은 의석수를 늘리는 성과를 올렸다.

이번 선거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유세장에서 아베 비판이 조직적으로 일어났다는 점에서도 특기할 만하다. 과거에도 아베 총리가 나타난 유세장에서 아베 반대 구호가 외쳐진 적은 있었다. 지난 선거에서는 자민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이를 적극 제지하곤 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반대 의사를 표출할 수 있었다. 이들의 조직적인 행동 때문에 결국 선거 유세전 막바지에 아베 총리는 미리 유세 일정을 공표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사정이 한국 때리기를 수습 국면으로 가져가려는 일본정부의 고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정부의 궁색함이나 초조함은 청구권협정 3조에 따른 해결 시한을 넘긴 18일부터 투표일인 21일 사이에 보인 어정쩡한 태도에서 읽을 수 있다. 아베의 한국 때리기가 보수우익 결집을 위한 참의원 선거용이었다면 추가조치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본에서 그러한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나온 반응은 한국이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것이었다. 종래 공언했던 것과는 달리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바로 가져가겠다는 입장도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청구권협정 3조에 따른 협의나 중재를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고 하며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 그렇게 보면 바로 그날 코오노 타로오(河野太郎) 외상이 남관표 대사를 불러서 대놓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결례는, 대응 수위를 고민하는 일본의 초조감이 거칠게 나타났다는 증거다.

이번 참의원 선거 결과에서 표출된 일본 국민의 의사와 일본의 정치지형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에서 아베의 일본을 상대하는 맞춤형 전략이 나올 수 있다. 아베를 악마화하여 모든 것을 음모와 술수로 파악하면 일본의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아베에 대한 과잉 독해를 경계하자. 그래야 우리가 원칙을 지키면서 강제동원 문제에 명예로운 새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

*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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