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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7월 30일 14시 31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7월 30일 14시 49분 KST

뉴트로 열풍 속의 시티팝 ②│김현철·하세가와 요헤이·유게 타쿠미에게 듣는 시티팝 [인터뷰]

한일 시티팝 주자 3인 인터뷰

뉴트로 열풍 속의 시티팝

뉴트로 열풍 속의 시티팝 ①│시티팝이 무엇인지, ‘한국형 시티팝’ 5곡으로 알아 보자

뉴트로 열풍 속의 시티팝 ②│김현철·하세가와 요헤이·유게 타쿠미에게 듣는 시티팝 [인터뷰]

네이버문화재단

 

뉴트로(‘새롭다’는 뜻의 ‘New’와 ‘복고’의 ‘Retro’가 합쳐진 신조어)란 하늘에서 툭 떨어진 트렌드는 아닐 터다. 뉴트로가 ‘오래된 낯섦’을 새롭게 소비하는 것이고 그 흐름의 일환이 시티팝이라고 했을 때 왜, 지금 시티팝일까?

이에 대해 한국 시티팝의 시초로 불리는 김현철, 시티팝 DJ로도 활동 중인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 일본 시부야에서 AOR(Adult Oriented Rock, 시티팝의 전신) 전문 레코드숍을 운영 중이며 DJ도 겸하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 유게 타쿠미씨 등 한일 양국의 시티팝 주자 3인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왜, 지금 시티팝인가?

김현철은 뉴트로 열풍이 발굴해낸 최고의 수확이다. 시티팝을 하려고 했던 것도 아닌데, 귀 밝은 음악 팬들은 기어코 그의 오래된 앨범들을 2010년대에 소환해 시티팝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한국 시티팝 원조’가 된 김현철은 “익숙하지만 뻔하지 않아서”라고 지금 대중이 시티팝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를 짚었다.

“오히려 익숙함이 세월을 입어 새로워지고, 그 감성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Fe엔터테인먼트
가수 김현철

‘한국 대표 시티팝 뮤지션’으로 재정의된 김현철의 초기 앨범들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시티팝 마니아들에게도 잘 팔린다. 2월에는 하세가와 요헤이가 개최하는 ‘This is the City Life’ 공연에 깜짝 등장해 젊은이들의 환호 속에 1집 ‘김현철 Vol.1’ 수록곡들을 불렀다.

“이런 트렌드가 반가우면서도 부담감도 있죠. 즐겁게 음악을 만들어 왔는데, 뉴트로 바람을 타고 요즘 친구들에게 다가간 것 같아요. 더 큰 흐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기타리스트에서 시티팝 DJ의 대명사가 된 하세가와 요헤이는 그야말로 ‘시티팝 세대’다. 그가 어릴 적 TV나 라디오에서 흘러 나왔던 노래들은 고스란히 그의 플레이리스트가 됐다. “그 시절을 경험한 제가 디제잉을 하면 다른 디제이들과 다른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DJ 활동을 시작했어요.”라고 말하는 그는 홍대 인근 클럽에서 정기적으로 시티팝 공연을 열며 뉴트로 트렌드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응을 가장 가까이서 피부로 느낀다.

“젊은 친구들에게는 80~90년대의 음악이나 문화가 시대적으로만 과거, 원래 있었던 것일 뿐 몰랐던 문화, 새로운 문화로 받아들인다는 생각이 듭니다. 트렌드로 봤을 때는 레트로라는 이름이 붙을지 모르지만 사실 2019년 최신인거죠. 그 현상을 표현하는 말을 ‘뉴트로’, ‘뉴트로 감성’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기타리스트 겸 DJ 하세가와 요헤이

현재 일본 도쿄 시부야구에서 ‘AOR’이라는 AOR 전문 레코드숍을 운영하고 있는 유게 타쿠미씨는 시티팝과 독특한 인연을 맺고 있다. 본업은 패션 디자이너지만, 패션을 시작한 계기는 음악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DJ는 물론 토키 아사코(土岐麻子)를 비롯한 다수의 시티팝 아티스트들의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게 됐다. 음악이나 패션 뿐만이 아닌, 복합적 문화 공간들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한 그는 일본 현지의 시티팝 붐에 대해 말했다.

“80년대는 일본이 경제적으로 윤택했잖아요. 그런 시대에 만들어진 음악들은 프로듀스 단계서부터 호화롭죠. 미국 LA로 레코딩을 간다든가, 세계적 뮤지션을 세션으로 쓴다든가. 녹음에 엄청난 돈을 쓸 수 있었던 시절이었죠. 결국 지금의 젊은이들은 그런 윤택함을 동경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시티팝이 태동했을 적과는 반대로 현재는 음악이 팔리지 않는 시대고, 자연히 음악에도 돈을 들이지 않게 됐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 대신 컴퓨터나 소프트웨어들이 발달한 덕에 당시의 음악과 닮은 것들을 만들기는 쉬워졌다. 이에 “과거의 문화에 이끌린 젊은이들이 지금의 기술을 사용해 나름대로의 시티팝을 만들어 나가는 것 같습니다.”라고 유게 타쿠미씨는 진단했다.

그렇다면 시티팝이라는 조용하지만 큰 흐름의 목격자 중 한 사람인 그는 시티팝 리바이벌을 현상적으로 어떻게 보고 있을까. 유게 타쿠미씨는 음악적 운동의 일환으로써 이를 설명했다. “90년대 말 쯤 세계적으로 애시드 재즈(Acid Jazz)가 유행했어요. 애시드 재즈를 만든 사람들은 레코드 수집가들이 많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일본에서 말하는 프리 소울, 레어 그루브 같은 느낌의 음악들을 발굴해냈고, 그 안에 야마시타 타츠로(주 : 山下達郎, 일본 시티팝의 1인자로 불리는 아티스트) 등이 포함돼 있었던 거죠. 거기서부터 점점 일본의 70~80년대의 음악들이 재발견되고, 그런 흐름이 2010년대에 와서 크게 주목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弓削匠
AOR 전문 레코드숍을 운영 중인 패션 디자이너 유게 타쿠미씨

그렇다면, 시티팝은 무엇인가?

도회적 감성의 세련된 퓨전 재즈로 데뷔 때부터 국내 가요계를 놀라게 했던 김현철은 사실 10년이 넘는 기간 음악을 쉬었다. 그러나 시대는 다시 그를 무대에 올렸다. 한국과 일본의 클럽에서는 그의 노래들이 셀 수 없이 플레이됐고, 네이버문화재단의 ‘온스테이지 2.0 디깅클럽서울’ 프로젝트에서는 후배 가수 죠지가 그의 노래 ‘오랜만에’를 다시 불렀다. 김현철의 음악은 오늘에 와서 ‘시티팝’이라는 또 하나의 외피를 장착하게 됐지만, 사실 그가 추구했던 음악과 시티팝의 결은 같다.

“시티팝의 정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음악적으로는 어반사운드에 가까운 것 같아요. 느낌을 말하자면 ‘여름의 노래’라고 할까요? 드라이브를 하면서 듣는 음악, 차 안에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하며 편안하게 듣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시티팝의 첫번째 중흥기를 몸소 체감했던 하세가와 요헤이는 “사실 시티팝을 포함해 제가 디제잉하는 대부분의 노래들은 그 시절 유행했던 대중가요의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티팝을 ‘70~80년대 영미권에서 유행하던 AOR(Adult Oriented Rock, 시티팝의 전신)을 일본식으로 소화하던 과정에서 생긴 약간의 소화불량성 키치함이 섞이면서 탄생했던 노래들’이라고 정의했다. 또 그 키치함을 시티팝 최고의 매력 포인트로 꼽았다.

“시티팝은 가사도 굉장히 독특하고 재밌지만, 가사의 의미를 모르더라도 일단 춤추게 만드는 깔끔한 사운드와 멜로디가 매력적인 듯합니다.”

반면 “시티팝을 정의하기란 사실 어려워요.”라고 운을 뗀 유게 타쿠미씨는 “지금 시티팝으로 불리는 음악에는 기본적으로 재즈의 요소가 포함돼 있죠. 코드 진행으로 보자면, ‘메이저 세븐스’라고 하는 세련된 코드가 들어간 경우가 많은데요. 야마시타 타츠로가 잘 사용하는 코드입니다.”라고 답했다.

70~80년대에 일본에서 활동했던 뮤지션들은 뛰어난 연주 실력을 갖춘 데다가 음악 이론에도 환한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시대의 영향도 있었는데, 당시의 일본 뮤지션들에게는 미국 뮤지션들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인드가 있었던 것 같아요. 때문에 그들은 엄청나게 연습을 하고, 공부도 했었던 거죠.”라고 말하며 당대의 시티팝이 주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80년대에는 해외여행이 갑자기 늘어났어요. 비싸기는 했지만, 거리감이 짧아졌기 때문이죠. 그래서 CM이나 잡지 광고 등 여러군데서 리조트 사진들이 대량으로 등장했는데요. 시티팝은 그 리조트의 느낌을 음악적으로 매칭시켰다는 이미지가 큽니다. 혹은 도쿄를 대표로 하는 도회지에서의 생활과 가까운 음악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시티팝 명곡과 아티스트들을 추천받았다

빛과 소금과 함께 시티팝 바람 속 재발견의 아이콘이 된 김현철에게 그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음악을 물었다. 그러자 “빛과 소금의 ‘슬픈 인형’”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깔끔하고 정결한 느낌의 미디움 템포 곡이라는 설명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데뷔 30주년을 맞은 김현철은 오랜 음악 공백기를 깨고 정규 10집을 냈다. 그 가운데서도 죠지와 함께 부른 트랙 ‘Drive’는 현재의 시티팝으로 청취된다. “같이 작업해 해보고 싶은 좋은 아티스트들이 요즘 정말 많아요. 친하거나 아는사이는 아니지만, 최근에 MBC ‘음악중심’에서 같이 무대에 올랐던 그룹 레드벨벳 멤버 슬기나 그룹 방탄소년단의 정국 같은 친구들도 시티팝에 관심이 많다고 들어서, 같이 작업해 보고 싶네요.”

하세가와 요헤이는 현업 DJ답게 추천곡들을 쏟아냈다. 모두 시티팝의 입문이자 정도(正道)에 가까운 곡들이다.

“야마시타 타츠로의 앨범 ‘For You’에 수록된 ‘Sparkle’과 ‘Loveland, Island’를 추천하고 싶어요. 야마시타 타츠로는 대중적으로 엄청나게 성공한, 말이 필요 없는 ‘시티팝의 왕자’라고 할 수 있죠. 그의 앨범 ‘For You’는 시티팝 명반 중의 명반이고요. 이 곡들은 계절과 무관하게 사랑받는 노래들이예요. 특히 ‘Sparkle’은 디제잉을 할 때 틀면 관객들이 떼창을 할 정도죠.”

이 밖에도 하세가와 요헤이는 발라드 가수로 데뷔해 ‘시티팝의 디바’가 된 안리(杏里), 퓨전 훵크에서 어반 사운드로 이어지는 독특한 음악을 구축한 카도마츠 토시키(角松敏生), 서정적 시티팝의 대표로 불리는 오누키 타에코(大貫妙子)와 세계적 시티팝 붐의 시초와도 같은 ‘Plastic Love’의 주인공 타케우치 마리야(竹内まりや) 등이 발표한 곡들을 언급했다.

AOR 전문 레코드숍을 운영 중인 유게 타쿠미씨는 먼저 가게에 두는 앨범들을 고르는 기준을 밝혔다.

“‘AOR’이 어른 눈높이의 록이라는 의미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어른 눈높이의 음악들을 셀렉트하죠. 음이 세련되고, 도회적인 아름다움이 있고, 보다 지적인 음악들. 사실 장르나 연대를 가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80년대의 음악들을 고르는 편입니다. 미국 음악보다는 그다지 메이저는 아닌 유럽의 AOR들이 많아요.”

유게 타쿠미씨의 레코드숍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김현철의 1집. “처음 들었을 때 정말 놀랐습니다. 감동했어요. 단연코 톱이예요. ‘이런 곡을 만드는 사람이 있구나’ 했죠. 그 이상의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 같아요. 일본에서는 우리 가게에서만 취급할 걸요.”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친구에게 추천받았던 강수지와 소방차의 앨범도 좋았다고 말했다.

弓削匠
유게 타쿠미씨의 레코드숍에서 발견한 김현철의 1집 앨범.

“대부분 안리의 ‘Timely’나 야마시타 타츠로의 ‘For You’부터 시티팝에 입문하는데요. 이 가게를 연 계기이기도 한 마이크 프란시스(Mike Francis)도 추천하고 싶어요. 일본에서는 그의 앨범을 팔지 않으니, 살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꽤 비싸지만 잘 팔려요. 좀 더 매니악한 AOR이라면, 후지로(Fujiro)의 ‘I’m in Love’라는 앨범도 좋고요. 우리 가게에서 내고 있는 리믹스 싱글도 있습니다. 히토미 토이(一十三十一)와 나이트 템포(Night Tempo) 등이 참여했죠.”

그는 최근 주목하고 있는 일본의 시티팝 아티스트로 픽쳐드 리조트(Pictured Resort), 디 오토 팩토리(The Oto Factory), 블루 페퍼즈(Blue Peppers)의 이름을 들었다. 특히 블루 페퍼즈의 경우, “시대를 잘 타고 났으면 앨범 10만장은 거뜬히 팔렸을 걸요.”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픽쳐드 리조트는 80년대 영국 음악과 일본 시티팝 등 다양한 스타일을 융합해서 내놓은 젊은이들이예요. 디 오토 팩토리는 생음악보다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주로 사용하는 아티스트죠. 블루 페퍼즈는 이제 막 데뷔했는데, 이번에 제가 아트 디렉션도 맡게 됐어요. 생음악으로 제대로 AOR을 하고 있다는 느낌의 2인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