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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트럼프? 보리스 존슨 총리는 누구인가

영국의 새로운 총리 보리스 존슨은 도널드 트럼프와 닮은 구석이 많다. 그러나 그가 독특한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 허완
  • 입력 2019.07.28 14:06
  • 수정 2019.07.28 15:05

런던 - 1952년에 즉위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첫 번째 총리는 영국의 전쟁 영웅 윈스턴 처칠 경(Sir Winston Churchill)이었다. 버킹엄궁에서 상징적인 ‘손에 입을 맞추는’ 의식을 마친 이후, 이제 보리스 존슨은 여왕이 열 네번째로 맞이한 총리가 됐다.

브렉시트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았고 아직 브렉시트가 벌어지지 않은 지금, 영국은 1945년 이래로 가장 큰 국내적, 국제적 격변을 마주하고 있다. 국내와 해외에서 제기되는 핵심 질문은, 과연 알렉산더 보리스 디페펄 존슨에게 그럴 역량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는 어떤 사람이고, 그가 이끄는 정부는 전임자인 테레사 메이의 정부와 어떻게 다를까?

존슨에 대해 잘 모르는, 영국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대답은 그가 “더 나은 조크와 더 나은 두뇌를 갖춘 트럼프”라는 설명일 것이다.

분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리스 존슨, 그리고 포퓰리스트이자 정치계의 이단아라는 그의 브랜드를 좋아한다. 이번주 워싱턴 연설에서 트럼프는 말했다. “그는 좋은 사람이다. 그는 터프하고 똑똑하다. 사람들은 그를 ‘영국의 트럼프’라고 부른다.”

실제로 몇 년 전 뉴욕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존슨은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려는 사진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그 때 한 여성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걸 목격했다. 그리고는 이 광경에 매료된 그 여성이 이렇게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와, 트럼프예요?”

센트럴파크 인근에서 벌어진 이와 같은 사건은 한 번만 벌어진 게 아니었다. 그가 그곳에 머무는 동안 세 번이나 그런 일이 있었다.

트럼프와 존슨에게는 신체적으로, 정치적으로, 정서적으로 공통점이 정말 많다. 두 사람이 그토록 잘 지내는 이유, 혹은 미국인들이 두 사람을 혼동하는 이유를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보리스 존슨은 영국 정치권과 언론은 물론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성(last name) 대신 그저 이름(first name)으로 불리는 매우 드문 정치인이다.
보리스 존슨은 영국 정치권과 언론은 물론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성(last name) 대신 그저 이름(first name)으로 불리는 매우 드문 정치인이다. ⓒToby Melville / Reuters

 

두 사람의 표면적인 유사점들은 빤하다. 특히 두 사람 모두 각자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코믹한 금발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다. 또 두 사람은 모두 뉴욕에서 태어났다. 트럼프는 퀸즈에서, 존슨은 맨해튼에서 태어났다. (존슨은 2016년에야 미국 국적을 포기했다.)

두 사람 모두 자기 홍보에 능하며, 자신들의 유명세를 - 보기에 따라서는 거부감과 매력을 거의 똑같이 뿜어내면서 - 정제되지 않은 정치적 힘으로 바꿔내는 재능이 있다. 

보리스 존슨의 전기 <보리스 : 보리스 존슨의 부상(Boris : The Rise of Boris Johnson)>을 쓴 앤드류 김슨은 런던 시장과 외무장관을 지낸 존슨에게는 다른 영국 정치인들이 갖지 못한 트럼프와의 연결점이 있다고 말한다.

“트럼프가 오늘날 그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그가 항상 일종의 쇼에 출연하는 위대한 연기자(performer)이기 때문이다. 보리스도 연기자다. 그는 사람들을 즐겁고 재밌게 해주고 싶어한다. 그들은 그런 점에서 자신들이 비슷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볼 거다.” 김슨의 말이다.

“또다른 연결점은 두 사람 모두 멸시당하고 수많은 똑똑한 대도시권 (엘리트층) 사람들의 비위를 거스름으로써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는 점이다. 지지자들은 ‘그들이 무언가 옳은 일을 하고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거드름 피우는 진보 위선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그들에 대한 일종의 복수와도 같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반(反)기득권 훼방꾼이다. 그들은 정치는 매우 근엄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그 어떤 것도 절대 트윗으로는 발표하지 않을 이른바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보리스도, 트럼프도 따분한 사람들은 아니다.”

그들의 ‘기술‘에는 영민한 면도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사업적 모험들 중 상당수가 끔찍한 실패로 끝났으며, 아버지의 도움으로 겨우 파산을 면했음에도 ‘성공한 사업가’라는 억지로 꾸민 TV 셀러브리티 이미지를 활용했다.

존슨 역시 실제로는 대단한 야심가이자 경쟁심 강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해 동안 ‘갈팡질팡하고 헝클어진 머리를 한 실수 투성이의 악의없는 사람‘이라는 자신의 공적 ‘페르소나’를 만드는 데 공을 들여왔다.

그는 체면을 차리지도, 고상하게 행동하지도 않는다. 우아한 액센트도, 젠체하는 기색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 덕분에 존슨은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했고, 친숙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다. 영국 정치권과 언론은 물론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성(last name) 대신 그저 이름(first name)으로 불리는 매우 드문 정치인이다.

보리스 존슨의 트레이드마크인 '헝클어진 금발머리'. 
보리스 존슨의 트레이드마크인 '헝클어진 금발머리'.  ⓒHENRY NICHOLLS via Getty Images

 

옥스퍼드대 재학 시절 때부터 시작된 이같은 행동 덕분에 그는 많은 보수당 지지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들은 사람들을 웃음짓게 만드는 드문 재주가 보리스 존슨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잔뜩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그의 위태로운 농담이나 현란한 언변 만큼이나 친숙하다.

그러나 오랫동안 그를 눈여겨본 사람들은 그와 같은 퍼포먼스가 실제로는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또다른 전기 <저스트 보리스 : 금발 야망의 이야기(Just Boris : A Tale of Blond Ambition)>의 저자 소니아 프루넬는 1990년대 초반 브뤼셀에서 보리스와 함께 기자로 일했다.

“그는 대단한 배우이자 쇼맨이다. 머리를 헝클어뜨리는 그 모든 행동은 너무 야심 있는 인물로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실수’는 정말로 실수가 아니라 대본에 짜여진 것들이다.” 프루넬은 말한다.

2007년 보수당 전당대회 때 초청 연사였던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무대 뒤에서 기다리는 동안 존슨이 연설하는 걸 듣고 있었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비록 마이크는 켜져 있었지만) 이렇게 말했다. “두서없이 말을 더듬는군.”

그러나 프루넬은 아놀드가 존슨의 행동에 속아 넘어간 또 한 명일뿐이라고 지적한다. “장황하고 두서없는 말들은 다 대본에 써있었다.” 프루넬이 말했다. “이건 그가 다음날 다른 청중들 앞에서도 똑같은 식으로 장황하고 두서없게 떠들 수 있을 정도로 세심한 예행연습을 거친 연설이었다.”

그는 대단한 배우이자 쇼맨이다. 머리를 헝클어뜨리는 그 모든 행동은 너무 야심 있는 인물로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실수’는 정말로 실수가 아니라 대본에 짜여진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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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사람, 또는 도발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보리스 존슨의 열망이 나중에 그의 발목을 잡은 사례도 꽤 있다. 그가 기자 시절 썼던 칼럼은 비판자들 사이에서 격렬한 분노를 초래했는데, 특히 인종차별적 비방으로 빠진 글들이 그렇다.

2002년 데일리 텔레그라프에 썼던 칼럼에서 그는 순방에 나선 여왕을 향해 ‘국기를 흔드는 파카니니(piccaninnies ; 흑인 어린이를 비하하는 표현)’에 대한 농담을 늘어놓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토니 블레어 당시 총리가 해외 순방만 다닌다고 비아냥거리면서 콩고 군인들이 “영국 시민들의 세금이 들어간 하얀 새(전용기)를 탄 이 위대한 백인 우두머리가 내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 수박 미소(흑인을 비하하는 표현)를 터뜨릴 것”이라고 적었다. 이후 그는 사과했지만, 보리스의 지인들은 그의 아이러니와 사캐즘(sarcasm)이 너무 가볍게 다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보리스 존슨은 도널드 트럼프와의 '케미'를 바탕으로 브렉시트 이후 미국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p></div>
<p>사진은 유엔총회에서 만난 두 사람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 뉴욕, 미국. 2017년 9월18일.
보리스 존슨은 도널드 트럼프와의 '케미'를 바탕으로 브렉시트 이후 미국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유엔총회에서 만난 두 사람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 뉴욕, 미국. 2017년 9월18일. ⓒASSOCIATED PRESS

 

지난 6월 허프포스트UK는 이 모든 일들에 대해 흑인 영국인들의 의견을 물었다.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정치에 큰 관심이 없다는 콰미 앤서니(45)씨는 존슨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흑인을 그런 식으로 언급했다는 건 몰랐다. 당신이 ‘파카니니’라는 단어를 말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노예’였다. 즉각적으로. 이건 끔찍한 단어다. 이 단어를 쓰는 백인은 흑인들이 자기들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왜 그런 단어를 쓰겠는가?”

티론 스튜어트(68)씨는 그와 같은 표현을 “제국의 악취”로 규정하며 존슨이 그런 단어를 썼다는 사실은 “흑인에 관한 그의 태도에 대해 많은 것들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자메이카에서 우리는 아이들을 부를 때 ‘피크니(pickney)‘라는 표현을 쓴다. 이건 물론 인종주의적 의미가 담긴 ‘파카니니’에서 파생된 것이다. 따라서 (이런 말이) 보리스 존슨에게서 나왔다는 사실과 그가 이런 말을 쓴 맥락은 모욕적이다.”

“(수박에 대한) 존슨의 언급은 오래 전 ‘로버튼슨스 잼(Robertson’s jam)’ 병에 그려져 있던 흑인인형(golliwog)과 비슷하다. 다 비슷한 종류의 것들이다.”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실시되기 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영국 방문을 앞두고 존슨은 오바마를 “부분적으로 케냐인인 대통령(part-Kenyan president)”으로 지칭했다. 그는 오바마가 2008년 백악관에서 윈스턴 처칠의 흉상을 치워버린 건 그가 영국-미국 관계에 관심이 없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누군가는 이것이 영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이것이 처칠이 열렬히 수호하려 했던 대영제국을 향한, 부분적으로 케냐인인 대통령의 선천적 증오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2016년에 더선(The Sun)에 썼던 칼럼에 나오는 구절이다.

남런던 번화가에 상점을 소유하고 있는 스튜어트씨는 존슨이 오바마를 케냐인으로 부른 것 자체는 인종주의적이지 않지만 “우리는 그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안다”고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런던에 사는 안젤라 왓슨씨도 ‘파카니니’라는 표현은 다른 그 무엇보다 실망과 슬픔의 감정을 떠올리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길거리에서 누군가 내 앞에 나타나서는 그런 단어로 나를 부른다면, 나는 누구한테 하는 말이냐고 따져 물을 것이다. 이건 용납할 수 없는 말이다.”

카페에 앉아있던 앨윈씨도 거들었다. “만약 공개적으로, 아무런 제지 없이 그처럼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흑인들을 지칭했음에도 보리스 존슨이 다우닝스트리트(총리관저)로 갈 수 있다면... 우리가 지금 어떻게 되어가고 있다는 얘긴가? 정치인들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수박 미소라고? 그건 나같은 흑인들을 열등한 인간으로 본다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다. 이 나라에서 (인종차별 없는) 평등을 이루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보리스 존슨은 특유의 소탈함과 거침없는 언행 등으로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해왔다.</p></div>
<p>사진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둔 2016년, '탈퇴' 진영 합류를 선언한 보리스 존슨이 자택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이는 '잔류'를 내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의 정면 대결을 뜻하는 것이었다. 런던, 영국. 2016년 2월22일.
보리스 존슨은 특유의 소탈함과 거침없는 언행 등으로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사진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둔 2016년, '탈퇴' 진영 합류를 선언한 보리스 존슨이 자택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이는 '잔류'를 내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의 정면 대결을 뜻하는 것이었다. 런던, 영국. 2016년 2월22일. ⓒStefan Wermuth / Reuters

 

조지 브라운(58)씨는 보리스 존슨이 “자기중심적인 사기꾼”이라고 생각한다고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우리는 우리가 바닥을 봤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다. 보리스 존슨이 바닥이었다. 그는 (브렉시트당 대표이자 극우 포퓰리스트인) 나이젤 패라지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도널드 트럼프다. 우리는 트럼프의 시대에 살고 있다. 맙소사, 우리는 이에 대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

백인 국수주의 운동가 케이티 홉킨스가 ‘전 세계 극우 정치인’으로 트럼프와 보리스 존슨을 묶어 칭송하는 트윗을 올리고 이걸 트럼프가 리트윗하자, 존슨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즉각 달려들었다.

이 트윗은 “백악관의 트럼프, 다우닝스트리트 10번지의 보리스, 이스라엘을 세우는 네타냐후,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이탈리아의) 살비니, (헝가리의) 오르반, (폴란드의) 카친스키, & 깊이있는 힘을 가져다주는 우파적 시각(을 갖춘 인물들)”을 추켜세우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바닥을 봤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다. 보리스 존슨이 바닥이었다. 그는 우리의 도널드 트럼프다.

 

전통적으로 ‘노동당 텃밭’이었던 런던에서 두 번이나 시장 선거에서 당선됐던 존슨이 중도층을 공략할 모더나이저(modernizer)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그에게 잠시 지지를 내어준 보수당 내 중도 성향 의원들에게, 이런 식의 비교는 꽤나 겁나는 일이다.

출마를 포기하고 존슨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던 맷 핸콕 장관은 존슨이 트럼프와 지나치게 엮이는 것의 위험성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그런 ‘영국의 트럼프’라는 얘기들에 대해 언급하자면, 보리스 존슨의 정치는 근본적으로 진보적이고, (보수당 중도파 의원들의 모임인) 원네이션 컨서버티브(One Nation Conservative)를 현대화하는 정치다. 그가 런던 시장일 때 한 일들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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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존슨과 트럼프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는 자신들의 역량을 대단히 즐길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음(political incorrectness)’을 - 자신들을 지금의 자리까지 끌어올려준 - 포퓰리즘의 거센 물결을 부추길 무기쯤으로 여긴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트럼프의 경우 그건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졌고, 존슨은 그 덕분에 2016년 브렉시트 반란을 이끌 수 있었다.

경제계 거물들을 포함해 (그게 누구든) 상대방에게 기꺼이 무례하게 굴 준비가 되어있는 점도 두 사람의 특징이다.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한 미국 기업가들의 우려를 무시하는 것처럼, 그의 영국 친구는 ‘일하는 사람’들과 - 존슨이 경제적 대혼돈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 경제계 엘리트들 사이에 놓여있는 비슷한 불신을 파고든다.

보리스 존슨은 '정치적 올바르지 않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엘리트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을 파고든다.
보리스 존슨은 '정치적 올바르지 않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엘리트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을 파고든다. ⓒHENRY NICHOLLS via Getty Images

 

여왕의 생일을 맞아 마련된 한 비공개 리셉션에서 존슨은 고용주들의 우려, 즉 EU 탈퇴로 자동차 제조업과 항공산업의 영국 일자리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기업가들은 엿이나 먹으라지(F***).” 존슨이 답했다. 그 이후 보수당 대표 선거를 비롯해 그와 맞붙었던 경쟁자들은 그 발언을 끄집어내서 그에게 타격을 입히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존슨은 그걸 ‘자부심의 배지’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트럼프와 존슨에게 있어서, 이 두 사람을 지배하는 원칙은 오스카 와일드의 유명한 문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보다 나쁜 게 세상에 딱 하나 있는데, 그건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것이다”인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들 사이에서 나스시시즘이 딱히 보기 드문 자질은 아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를 새로운 레벨로 끌어올렸다.

벌거벗은 자기애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이 다른 정치인들처럼 가식 같은 걸 떨지 않는다고 인식한다는 점이다. 트럼프와 존슨은 실제로 (그냥) 거짓말을 해버린다. 트럼프의 거짓말은 너무나도 잘 정리되어 있는데, 뉴욕타임스(NYT)는 2017년에 그 모든 거짓말들의 목록을 만들 정도였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는 취임 첫 40일 동안 매일 사실이 아닌 무언가를 말했다.) 

존슨의 “큰 거짓말”은 브렉시트에 투표하면 매주 3억5000만파운드(약 5100억원)가 NHS(영국 공공의료서비스)에 추가로 지원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었다. 이는 영국이 그만큼의 돈을 EU로 “보낸다”는 부정확한 주장에 근거한 말이었다. 국민투표 당시 EU 탈퇴 캠페인(Vote Leave) 버스를 장식했던 이 주장 때문에 존슨은 ‘직무상 위법행위’ 혐의로 고발당했다. (지난달 법원은 원고 자격이 없다며 소송을 기각했고, 고발인은 항소를 예고했다.)

존슨은 과거에도 거짓말 때문에 두 번의 큰 해고를 당한 전력이 있다. 브뤼셀 특파원으로 일할 때 있지도 않은 워딩(발언) 꾸며낸 사실이 들통나 더타임스(The Times)에서 해고됐다. 

예비내각 장관이던 2004년에는 불륜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가 당시 보수당 대표 마이클 하워드에 의해 해임됐다. 존슨은 당시 불륜을 폭로한 타블로이드지들의 보도를 “허튼소리로 써내려간 기사”로 규정했으나 하워드는 존슨이 “전혀 정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한 순간 그 자리에서 그를 해임해버렸다.

2016년 국민투표를 앞두고 보리스 존슨이 EU 탈퇴 진영(Vote Leave)의 선거운동 버스를 공개하고 있다. 2016년 5월11일.
2016년 국민투표를 앞두고 보리스 존슨이 EU 탈퇴 진영(Vote Leave)의 선거운동 버스를 공개하고 있다. 2016년 5월11일. ⓒDarren Staples / Reuters

 

존슨의 ‘거짓말’을 언급할 때 그가 브뤼셀 특파원으로 일했던 시절을 빼놓을 수는 없다. 더타임스에서 해고된 뒤 텔레그라프에 자리를 잡은 존슨은 1980년대 후반 브뤼셀에 파견돼 EU를 담당했다. 그곳에서 그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던) 유럽회의주의(Eurosceptic)를 대표하는 언론인으로 입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가 영국으로 보내온 기사는 주로 EU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과 조롱으로 채워졌다. 단편적 사실을 과장하거나 부적절한 맥락으로 발언을 인용하는 일은 예사였다. 대표적인 사례는 존슨이 1991년에 쓴 기사, ‘이탈리아가 콘돔 규정에 미치지 못하다’다.

이건 EU 차원의 콘돔 표준화 규제에 관한 기사였다. 존슨은 최소 크기 규정을 더 작게 해달라는 이탈리아 업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브뤼셀의 관료들이 콘돔 치수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거부함으로써 디테일에 대한 그 유명한 관심을 드러냈다”고 적었다. 그리고는 당시 대변인 윌리 엘링의 멘트를 덧붙였다. “이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 기사는 사실과 달랐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엘링은 최근 가디언에 당시 존슨이 썼던 “수많은 헛소리들”에 대해 언급했다.

“우리는 (콘돔의) 크기에 관심을 가졌던 게 아니었다. 유럽 전역의 의료기관들로부터 콘돔의 안전성을 규제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성기의 크기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이다. 모든 기자들이 독일인과 프랑스인의 성기 크기를 비교하는 데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건 안전에 관한 문제였다. 많은 의사들은 에이즈의 위험에 대해 알아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EU의 ‘관료들’이 개입했다는 얘기도 사실과는 거리가 있었다. 콘돔에 대한 자발적 표준화 규정은 EU 공식 기구가 아니라 유럽표준화기구(CEN)에서 결정된 것이었다. “그는 과장과 왜곡, 거짓말의 대가였다. 그는 어릿광대, 성공적인 어릿광대였다.” 엘링의 말이다.

어쨌거나 당시 존슨은 보수당의 유럽회의론자 우파들의 주목을 끌었고, 보수당 내의 친(親)EU 세력과 반(反)EU 세력의 갈등을 과장하고 부추겼으며, 나아가서는 EU에 대한 영국의 여론을 좌우하게 된다.

“내가 브뤼셀에서 기사를 써서 보낼 때마다, 담장 너머로 이 돌멩이들을 던졌더니 잉글랜드라는 옆집의 온실이 와장창 깨지는 소리를 듣는 것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브뤼셀에서 기사를 보낼 때마다 그게 보수당에 이처럼 놀라운, 폭발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는 나에게  꽤나 기묘한 권력의 느낌을 주었다.” 2005년에 존슨이 당시를 회상하며 한 말이다.

ⓒFrancois Lenoir / Reuters

그는 과장과 왜곡, 거짓말의 대가였다. 그는 어릿광대, 성공적인 어릿광대였다.

 

여성 문제에 있어서도, 그와 트럼프의 유사점이 눈에 띈다. 존슨이 그동안 자신의 파트너들을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때린 적은 없지만, 한 전 측근의 표현대로 그는 분명 “성적으로 자제가 안 되는” 인물이다. 존슨의 해임으로 이어졌던 불륜의 상대방인 페트로넬라 와이어트는 존슨이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남자들이 한 여자에만 얽매여야 한다는 건 정말이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그렇듯, 배우자에 대한 그의 부정(不貞)행위가 지지자들을 떠나게하지는 않았다. ‘성교하는 보리스(bonking Boris)’에 관한 이야기가 넘쳐나지만, 아니나 다를까 트럼프는 존슨의 바람기를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했다. “물론 그건 항상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분명 20년 전과도 다르고, 50년 전과도 다르다. 오늘날에는 훨씬 덜 중요하다고 본다.” 트럼프가 더선에 말했다.

물론 두 사람이 매우 다른 점도 있다. 특히 지적 수준이나 교육이 그렇다. 트럼프가 간단한 사람 및 장소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꽤 유명하다. 반면 존슨은 놀라울 만큼 예리한 기억력의 소유자다. 몇 년 전에 누군가 나눴던 대화의 전체 흐름을 기억해낼 정도다.

존슨은 영화의 한 장면에 나오는 전체 대사를 줄줄 외울 수 있고(특히 ‘아포칼립스 나우’를 좋아한다), 독일어로 노래를 부르고 프랑스어로 농담을 할 줄 안다.

학교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총선이 열리던 날, 존슨은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당시 보수당 대표)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행운을 빌겠네, 데이브. (총리직을) 망쳐도 걱정마시게. 월폴 KS, 맥밀란 KS, ...”

‘KS’는 킹스 스콜라(King’s Scholar ; 왕실 장학생), 즉 잉글랜드의 유명한 사립학교이자 존슨과 캐머런이 졸업한 이튼 칼리지(Eton College)를 뜻한다. 로버트 월폴 전 총리(1721-1742), 해럴드 맥밀런(1957-1963) 전 총리도 이 학교가 배출한 총리다.

존슨이 캐머런에게 건넨 농담은, 설령 캐머런이 총리에 취임한 뒤 모든 게 잘못되더라도 알렉산더 보리스 디페펄 존슨이라는 사람이 언제든 뛰어들어 문제를 수습할 준비와 마음가짐 되어 있다는 얘기였다.

정치적으로도 존슨은 트럼프와는 달리 비교적 주류에 속하는 인물이다. 그는 하원의원과 런던시장, 외무장관 등을 경험한 엘리트 정치인이자, 사회적으로도 명문 사립학교와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엘리트 계층에 속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사미언 쿠퍼는 존슨의 이같은 배경을 언급하며 “브렉시트는 단순한 반(反)엘리트 반란이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이건 엘리트가 이끈 반(反)엘리트 반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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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의 명석한 두뇌와 기억력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다. 트럼프가 그렇듯, 그가 디테일에 거의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거나 공직자로서 부주의하게 일을 처리한 사례들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건은 존슨이 외무장관으로 재직하고 있던 2017년에 벌어졌다. 당시 영국에서는 국가전복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2016년 이란 당국에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던 이란-영국 이중국적자 나자닌 자그하리-래트클리프 석방이 큰 이슈였다.

자그하리의 남편 등 가족들은 자그하리가 이란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러 휴가를 떠났던 것일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이란 정부는 자그하리가 이란에서 반(反)이란 저널리즘 수업을 벌였다며 간첩 혐의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었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10년형에 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존슨은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는 자그하리가 ‘이란에서 언론인들을 교육했다’는 치명적인 실언을 내놨다. 자그하리의 가족들은 물론, 영국 정부가 2년 가까이 줄곧 ‘휴가중이었다’며 석방을 주장했던 걸 무색하게 하는 말이었다.

존슨은 뒤늦게 자신의 실언을 인정하고 말을 주워담았으나 소용없었다. 존슨의 발언이 나온 지 불과 며칠 뒤, 이란에서는 예정에 없던 재판이 열렸고 이 자리에서 존슨의 발언은 자그하리가 반정부 프로파간다에 가담했다는 근거로 활용됐다. 이란은 여전히 영국 정부의 석방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스파이' 혐의로 이란에서 체포돼 투옥되어 있는 이란-영국 이중국적자 나자닌 자그하리-래트클리프. 외무장관 재임 시절 보리스 존슨이 내놓은 '실언'은 자그하리의 석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스파이' 혐의로 이란에서 체포돼 투옥되어 있는 이란-영국 이중국적자 나자닌 자그하리-래트클리프. 외무장관 재임 시절 보리스 존슨이 내놓은 '실언'은 자그하리의 석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Handout . / Reuters

 

그러나 런던 시청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를 지냈던 구토 하리는 존슨이 디테일에 약한 정치인이라는 비판은 빗나간 지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큰 그림을 보는 사람이다. 기자 출신답게, 그는 보고서를 읽고는 곧바로 핵심 내용을 찾아낸다. 나무에서 숲을 볼 줄 아는 사람이다. 반면 고든 브라운(전 총리)이나 테레사 메이(전 총리)는 잔가지에서 나뭇가지를 본다.” 

“하지만 필요하다고 느끼면 매우 작은 것까지 들여다볼 줄 안다. 예를 들자면 런던교통공사(TfL)와의 회의에서 그는 어떤 거리 코너에 있는 신호등을 왜 옮길 수 없는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들여다보는 사람이다. 또 그는 주택의 문이 어느 쪽으로 나있는지, 외부 공간을 더 넓힐 수는 없는지, 더 많은 나무를 끼워넣을 수 있는지 등과 같은 인공 모형에 의한 계획을 정말 마음에 들어했다. 꽤 많은 디테일을 챙기는 사람이다.”

“범죄도 마찬가지인데, 그는 ‘어젯밤 누가 토트넘에서 칼에 찔렸는데 경찰은 어디에 있었는지, 경찰이 사건 장소까지 10분이 아니라 5분 안에 도착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런 것들을 얘기할 수있는 사람이다.” 

그는 큰 그림을 보는 사람이다. 기자 출신답게, 그는 보고서를 읽고는 곧바로 핵심 내용을 찾아낸다. 나무에서 숲을 볼 줄 아는 사람이다.

 

하리는 존슨이 자신의 뜻을 밀어부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보리스에 대해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기자 출신으로서 건강한 회의론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보통의 정치인들은 ‘이걸 하겠다‘고 말하다가도 공무원들이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너무 예산이 많이 들어가거나 너무 복잡하다‘고 말하면 ‘알겠다. 그거 참 안됐군’하고 만다.”

“그러나 보리스는 ‘왜 못하는가?‘라고 말한다. 그런 지독한 마음가짐 때문에 그가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스톱 앤 서치(경찰의 거리 불심검문)를 도입하면 (범죄 해결에) 도움이 되겠지만 (논란이 큰 정책이어서) 정치적으로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조언할 것이다. 그러면 보리스는 ‘나랑은 상관 없는 얘기다. 괜찮을 거다’라고 말한다. 그는 (시장 재직 시절) 이걸 강화했고, 2년이 흐르자 폭력 범죄는 40% 감소했다.”

다른 사람들은 존슨이 런던 시장을 지낸 8년 동안 많은 업적을 쌓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가 일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한다.

한 측근은 “사실 이건 거버넌스 모델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톤을 잡아주고 그런 다음 나머지는 각자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걸 잘한다.”

“그가 (총리로서) 성공할 수 있도록 최고의 발판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단지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브렉시트라는) 엄청난 위기에 놓여있고, 이게 해결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다른 한 전 측근은 마치 사진을 찍은 것처럼 예리한 기억력, 복잡한 문제를 금방 이해할 수 있는 능력 같은 보리스의 재능이 ‘갈팡질팡하는 정치인’이라는 대중적 이미지와 상반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그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식으로 돌아가는, 매우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가 누군가와의 미팅을 앞두고 있을 때, 문자 그대로 5분 전에 모든 디테일이 담긴 5쪽짜리를 던져줘도 된다. 누군가 들어서면 존슨은 그에 대한 팩트를 읊을 것이다. 그는 그쪽으로 매우 뛰어나다.”

“그는 ‘i’자에 점을 찍고 ‘t’자에 획을 긋는(꼼꼼하고 정확하게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팩트들을 흡수한 다음 톤과 방향을 잡아주고는 (부하 직원들이) 일을 하도록 한다.”

영국의 새 총리, 보리스 존슨이 집무실에 들어가기에 앞서 손을 흔들어보이고 있다. 런던, 영국. 2019년 7월24일.
영국의 새 총리, 보리스 존슨이 집무실에 들어가기에 앞서 손을 흔들어보이고 있다. 런던, 영국. 2019년 7월24일. ⓒHannah Mckay / Reuters

 

한 전직 측근은 그가 총리 취임 이후에도 스탭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결과물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총리가 되어서도 그렇게 할 거라고 보는데, 그가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핵심은 ’(부하 직원들을) 신뢰하고 일을 맡기지만,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확인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목요일에 회의에서 어떤 걸 지시했는데 다음주 월요일까지 보고가 안 올라오면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대체 지금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건가?’라고 할 것이다. 만약 일을 잘 처리했다면, 그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찬사를 쏟아내는 데 있어서 뛰어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운전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는 합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런 다음에는 ‘좋다, 이렇게 간다’고 말한다. 그는 모든 주장들을 듣고, 설령 동의하지 않을지라도 주의 깊게 살펴본 뒤 지시를 내린다.”

다만 EU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존슨이 합의를 중시하거나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을 게 분명해보인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그가 ‘노딜(no deal)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자신의 ‘위협’이 허언이 아니라는 점을 EU에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본다.

존슨의 새로운 리더십이 보수당 의원들의 마음을 돌려세워 브렉시트 합의안의 의회 통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테레사 메이 전 총리는 세 번이나 시도했지만 끝내 좌절을 겪었다.

“우리의 임무는 우리의 위대한 영국을 단합시키고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10월31일에 브렉시트를 이행하고, 이 나라를 지구상 최고의 나라로 만드는 것입니다.” 25일 존슨은 취임 첫 의회 연설에서 선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EU에 재협상을 요구했고, 재협상을 거부하면 10월31일에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겠다고 공언했다. 말은 협상을 하자는 얘기지만, 선전포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명백히 그는 모든 걸 전시체제로 돌리고 있다.” 보수당 중진의원 키스 심슨이 말했다.

  

* 허프포스트UK의 Is Boris Johnson Really ‘Britain’s Trump’?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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