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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디터의 신혼일기] 결혼을 하고 나니 정말로 스킨십이 줄어들었다

7월 말 서울은 살짝만 스쳐도 모두가 녹아버릴만치 너무 끈적했다

ⓒSteven Roe / EyeEm via Getty Images

허프 첫 유부녀, 김현유 에디터가 격주 [뉴디터의 신혼일기]를 게재합니다. 하나도 진지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만을 따라가지만 나름 재미는 있을 예정입니다.

매우 습했던 어제 저녁, 남편과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중년의 남녀가 우리에게 다가와 다급히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힙한 한 카페 이름을 대며 위치를 물었다. 어떻게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오는 ‘인스타맛집’ 성지라고 봐도 무방한 이 골목에, 누가 봐도 그냥 동네 주민같이 보이는 사람은 우리뿐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 가게 위치를 상세히 알려드렸고, 두 사람은 우리에게 인사를 한 뒤 갔다. 그들이 사라진 뒤 남편이 물었다.

“부부겠지?”

“누가 봐도 부부지.”

“왜 그렇게 생각했어?”

“부부는 오늘 같은 날씨에 절대 손 안 잡지.”

“아....”

닿자마자 습해...

그렇다. 부부끼리 손을 잡고 걷기엔 너무 끈적한 날씨였던 것이다.

옛날에 ‘세바퀴‘니 ‘동치미’에서 ~갓 만난 애인과 부부의 차이~ 를 주제로 토크를 하면 꼭 아줌마, 아저씨들이 이런 얘기를 했다: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라느니, 의리라느니... 벌써 10년도 전, 고등학생이던 그 시절에는

“세상에 어떻게 자신과 배우자와의 사이를 저렇게 표현한담. 분명 사랑해서 결혼했을 텐데... 난 나중에 만약 결혼을 한다면, 1년 365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곧 죽으나 연애 때처럼 로맨틱하게 살 거야!”

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로맨틱’에는 알콩달콩, 잦은 스킨십도 포함됐다.

하지만 로맨틱하기에는 7월 말 서울 날씨는 살짝만 스쳐도 내 팔 니 팔 할 것 없이 모두가 녹아버릴만치 너무 끈적했고, 이런 날씨에는 상대뿐만 아니라 남의 스킨십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더울 행인들을 배려하는 공익 차원에서 실외에서의 스킨십은 사법당국이 직접 나서서 금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AntonioGuillem via Getty Images

그렇게 부채질할 만큼 더우면 제발 떨어져줘... 제발...

사실 너무 습한 날이 아니더라도, 결혼 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스킨십은 차츰 사라지기 마련이다. 책마다 야한 장면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나와서 읽을수록 기분은 나쁜데 자꾸 읽어보게 되는, 마치 발톱 때 냄새와 같은 중독성을 가진 작가 미셸 우엘벡은 한 책에서 ”남녀 사이의 성적인 긴장감을 극도로 떨어뜨리는 데는 결혼생활만한 게 없다”고 썼다. 이 때문에 오로지 성적인 만족만을 추구하던 남자주인공은 지속적인 관계와 동거를 거부한다. 대신 시즌별로 바뀌는 여자친구를 가끔 집에 부르거나 콜걸을 소환하는 등, 매우 자극적인 독신생활을 즐긴다. 그러다가 결국 남주는 아내를 네 명 두기로 하는데(?) 갑자기 주제가 별 거지같은 이세계물로 빠지는 것 같으니 여기까지만 설명하겠다(”독신남이었던 내가 이 세계에선 아내가 넷-?!”).

책 내용은 사실 결혼과 전혀 상관이 없으므로 별개로 하지만, 그 문장만큼은 맞다. 결혼하면 텐션은 줄어든다. 매우 친밀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칫솔을 한 곳에 두고, 뻔뻔하게 눈앞에서 새로 배송받은 옷을 입엇다 벗었다 하며 패션쇼를 해 대고, 생리현상을 아무렇지 않게 공유하며, 한 사람이 화장실 쓴 직후에 이어서 써도 아무렇지 않은 가족이 되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서로에 대한 텐션을 연애 초반처럼 유지해야만 한다면 누구라도 피곤해 죽어버릴 것이다.

ⓒJTBC

대신 연인에서 가족이 되면, 둘이 노는 게 가장 재미있는 하루하루가 만들어진다. 이효리와 이상순이 말했듯, ‘뭘 해야 생기지!’ 싶지만 동시에 ‘너랑 같이 노는 게 제일 재밌어’ 싶은 나날들. 그런 사이에서는 이렇게 습한 날에는 절대 스킨십하지 말자는 암묵적 합의도 저절로 생겨난다. 어찌 보면 가장 로맨틱한 사이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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