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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새 총리 보리스 존슨이 첫 의회 연설에서 '영국을 위대하게'를 외쳤다

존슨 총리는 유럽연합(EU)에 브렉시트 합의 재협상을 요구했다. EU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 허완
  • 입력 2019.07.26 14:38
  • 수정 2019.07.26 14:57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가 취임 후 첫 하원 연설을 하고 있다. 런던, 영국. 2019년 7월25일.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가 취임 후 첫 하원 연설을 하고 있다. 런던, 영국. 2019년 7월25일. ⓒReuters TV / Reuters

″우리의 임무는 우리의 위대한 영국을 단합시키고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10월31일에 브렉시트를 이행하고, 이 나라를 지구상 최고의 나라로 만드는 것입니다.”

25일(현지시각)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의 첫 하원 연설은 화려한 청사진으로 가득했다. 영국은 브렉시트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브렉시트 덕분에 더욱 번성할 것이며, 시간이 훌쩍 흐른 뒤에 영국인들은 이 시기를 ”새로운 황금기의 시작”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우리는 깨끗하고, 친환경적이고, 번영하고, 단합되고, 자신감 넘치고, 야망있는 미래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그게 (브렉시트가 수여하는) 상(prize)이며, 우리 하원은 그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2050년에 우리는 이 엄청난 시대를 돌아보며 영국에 있어서 새로운 황금기의 시작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존슨 총리의 말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유럽연합(EU)에 브렉시트 합의 재협상을 요구하며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유럽연합(EU)에 브렉시트 합의 재협상을 요구하며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Reuters TV / Reuters

 

그는 테레사 메이 전 총리가 유럽연합(EU)과 맺은 브렉시트 합의안(‘탈퇴합의’ ; Withdrawal Agreement)을 수정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브렉시트 이후 불거질 아일랜드-북아일랜드의 국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백스톱 조항을 삭제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재협상을 하자는 얘기다.

존슨 총리를 비롯한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백스톱 조항이 한 번 적용되기 시작하면 영국이 ‘사실상 영원히 EU에 남게될 위험이 있다’고 본다. 종료 시점이 명시되어 있지 않고, 영국이 일방적으로 종료할 수도 없기 때문에 EU 경제 체계(단일시장, 관세동맹)에 계속 종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과거에 보리스 존슨은 영국이 EU의 ”속국”이 된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백스톱 조항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연설에서도 그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백스톱의 종료 시점을 못박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EU와 브렉시트 합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존 합의문에 포함되어 있는 백스톱 조항이 ”폐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협상 뿐만 아니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백스톱 조항 삭제를 요구한 것이다.

그는 백스톱 조항이 지금처럼 법적 구속력이 있는 본합의, 즉 ‘탈퇴합의’ 대신 구속력이 없는 부속합의문(‘EU와 영국의 미래 관계에 관한 정치적 선언’)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쪽에서는 호의를 가지고 대안을 협상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존슨 총리의 말이다. “EU 역시 마찬가지로 준비되어 있기를, 탈퇴합의에 수정을 가하기를 거부하는 현재의 입장을 재고하기를 바랍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EU와의 재협상이 무산되면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EU와의 재협상이 무산되면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Reuters TV / Reuters

 

뿐만 아니라 그는 합의가 무산될 경우 예정된 10월31일에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EU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물론 우리는 합의 없이 탈퇴할 것입니다.”

그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딜 브렉시트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turbo-charge”)고 공언하기도 했다.

″우리는 세금 규제를 수정해 자본시장과 연구개발에 투자할 추가 유인책을 제공하는 작업에 곧바로 착수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영국 기업 활동을 촉진하고 유럽 대륙 최고의 해외투자지로서 (다른 국가들과) 격차를 더 벌리도록 하는 경제 정책 패키지를 준비할 것입니다.” 존슨 총리의 말이다.

EU는 브렉시트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사진은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왼쪽),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의 모습. 스트라스부르, 프랑스. 2018년 3월13일.
EU는 브렉시트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사진은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왼쪽),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의 모습. 스트라스부르, 프랑스. 2018년 3월13일. ⓒVincent Kessler / Reuters

  

EU의 대답은 신속하고도 단호했다. EU 측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 미셸 바르니에는 EU의 나머지 27개 회원국들에 보낸 서한에서 ”상당히 전투적인” 존슨 총리의 의회 연설을 언급하며 ”단합된” 대응을 주문했다.

″존슨 총리는 합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백스톱을 제거해야만 한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건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자 유럽이사회 권한 밖의 일입니다.” 바르니에 수석대표가 적었다.

EU는 ‘탈퇴합의’ 재협상은 불가능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여기에 들어간 백스톱 조항 역시 삭제하거나 수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정치적 선언’에 대해서는 협의를 통해 수정할 수도 있다는 게 EU의 입장이다. 

유럽이사회 회의가 열린 지난 6월, 영국과 EU 깃발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 브뤼셀, 벨기에. 2019년 6월20일.
유럽이사회 회의가 열린 지난 6월, 영국과 EU 깃발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 브뤼셀, 벨기에. 2019년 6월20일. ⓒNurPhoto via Getty Images

 

그러면서 바르니에는 ”부분적으로는 EU 27개 회원국의 단합에 압박을 높이기 위해 존슨 총리가 ‘노딜’ 대비를 우선시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회원국들에게 당부했다.

“EU가 결코 노딜 브렉시트를 선택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 어떠한 경우라도 우리 측에서 매우 중요한 건 침착함을 유지하고 우리의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27개 회원국의 연대와 단합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역시 존슨 총리 취임 이후 가진 첫 전화통화에서 기존의 합의문이 ‘가능한 최선이자 유일한 합의’라는 EU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고 대변인이 전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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