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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학생들이 김성도 교수의 폭언과 갑질을 폭로했다

김성도 교수는 세계기호학회 부회장으로, '건명원'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한겨레

제자들의 연구비를 수년간 갈취한 혐의(사기)로 수사를 받으면서 직위 해제된 김성도(56) 고려대 교수(언어학)가 평소 제자들에게 폭언과 갑질을 해왔다는 폭로가 추가로 나왔다. 김 교수는 세계기호학회 부회장으로, 인문·예술·과학·경영 분야 학자들이 참여하는 학술교육기관인 건명원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김 교수의 제자 등 피해 학생들과 언어학과 총학생회 등은 24일 김 교수의 복직을 막기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 직위 해제 상태다. 공대위 관계자는 “김 교수가 복직하면 피해자들에 대한 추가적인 인권 침해와 불이익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얘기하는 ‘추가적인 인권 침해와 불이익’은 김 교수가 평소 제자들에게 폭언과 갑질을 했다는 주장에서 기인한다. 복수의 제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교수는 제자들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폭언을 해왔다고 한다. 자신이 시킨 일을 마음에 들게 처리하지 못했다며 “조센진 새끼들은 뇌 구조를 바꿔야 된다”거나 “자폐아”라고 말했다. 몸이 안 좋아 회의에 참석하지 못 하는 학생을 두고 “얘는 사회생활도 못 하는 환자. 다리를 저는 것과 같은 핸디캡(장애)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구비 갈취와 관련해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사실관계에 대해 증언한 학생에게 “영혼의 썩은 내가 난다”는 발언도 했다.

제자들을 ‘하인’처럼 대하며 과도한 지시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교수의 조교로 1년 동안 일했다는 ㄱ씨는 “김 교수가 주말에 ‘인천에 강의를 가는 중인데 내비게이션이 고장 났다’며 ‘길 안내를 해달라’고 전화를 했다. 그래서 1시간30분 동안 전화로 내비게이션 노릇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도서관에 가서 책 45권을 한 번에 빌려오라고 지시하는 등 실현 불가능한 지시를 하고, 해내지 못하면 폭언을 반복했다”며 “김 교수로부터 언제, 어떤 지시가 떨어질지 몰라 늘 긴장 상태였다. 조교로 일하는 학기 동안 스트레스가 심해 정신 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일부 패륜적인 학생들의 주장일 뿐”이라며 “업무적으로 크게 실수한 학생들을 연구실에서 혼낸 적이 있는데, 공격적인 부분이 있었다면 유념하겠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달 7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홍창우)는 사기 혐의로 2심 재판에 넘겨진 김 교수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연구비가 지급되면 이 가운데 일부를 조교 명의의 ‘연구실 공동기금’ 통장으로 이체하라고 지시하는 방식으로 2011년 3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모두 139차례에 걸쳐 학생연구원 13명의 연구비 7천여만원을 가로챘다. 이에 대해 한국연구재단이 감사에 착수하자,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연구비를 국외 석학 초청 등 학술활동에 사용했다는 내용으로 허위 진술서를 작성하라고 강요한 혐의도 드러났다. 김 교수는 자신의 조교에게 직접 자신의 업적을 칭송하는 내용의 허위 진술서 샘플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서명을 지시했다.

1심 재판부는 김 교수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많은 동료 교수와 학생연구원이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김 교수에게 범죄 전력이 없다”며 벌금형으로 감형했다. 다만 2심 재판부도 “한국연구재단이 감사에 착수하자 (김 교수가) 학생연구원들에게 사실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부분에 관하여 정해진 내용의 진술서 작성을 요구하거나, 아예 감사에 협조하지 않을 것을 요청하는 등 이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기도 했다”고 판시했다. 고려대는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달 중으로 김 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또 다른 공대위 관계자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금고형 이상이면 자연퇴직이 되는데 김 교수는 2심에서 벌금형으로 떨어지면서 징계위를 통해 복직될 가능성이 생겼다”며 “아직 학교에 남아 있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김 교수에게 복수를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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