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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 오마르 : 왜 무슬림들에게는 늘 무언가를 규탄하라고 요구하는가

  • 허완
  • 입력 2019.07.24 14:46

워싱턴 -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민주당, 미네소타)을 비롯한 미국 무슬림 정치인들은 계속해서 온갖 단체와 이슈들을 규탄해 달라는 요구를 받는다. 무슬림이 아닌 정치인들은 그런 요구를 받지 않는다. 오마르는 질려버렸다.

23일 ’공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무슬림들의 모임′ 컨퍼런스에 오프닝 패널로 참석한 오마르는 한 청중의 질문을 받았다. 오마르와 라시다 틀라입(민주당, 미시간) 의원에게 여성 할례(FGM)를 규탄해달라는 내용이었다.

″(...) 여성 할례에 대해 입장을 밝혀주실 수 있을까요? 오마르 의원님과 라시다 (틀라입) 의원님, 두 여성 무슬림 의원이 여기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주신다면 정말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 같은데요.”

오마르는 ”형편없는 질문”이라고 답했다.

″우리가 발의한 법안들이 있고, 우리가 공동발의에 참여한 법안들이 있고, 많은 입장들을 발표했는데, 오늘 이런 패널토론에서 ‘의원님과 라시다 의원님께서 이것 좀 해주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단 말예요.” 오마르가 말했다.

″제가 얼마나 자주 해야 할까요? 스케쥴을 짜서 5분 마다 이걸 반복해야 하는 건가가요? 제가 그렇게 해야겠습니까?”

″아, 오늘 제가 깜빡하고 알카에다를 규탄하는 걸 까먹었네요. 자, 그럼 알카에다를 규탄합시다. 오늘은 여성 할례를 규탄하는 걸 깜박했네요. 그것도 할게요. 오늘 하마스를 규탄하는 것도 깜박했지 뭐예요. 그것도 규탄합니다. 그리고 또 오늘...”

오마르의 말이 이어지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Chip Somodevilla via Getty Images

 

오마르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이건 정말 절망스러운 질문입니다.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여성 할례에 대해) 네 건의 안건에 서명했습니다. 질문자께서 지금 저에게 요청하시는 똑같은 일을 했다는 말입니다. 의회에서 제가 공동발의로 참여한 (여성 할례 규탄) 결의안을 외교위원회를 통해 냈습니다.”  

″무슬림 의원으로서,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은 받지 않는 질문에 답하라는 요구를 받느라 시간을 낭비한다는 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정말 넌더리가 납니다. (무슬림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는 묻지 않는 이슈들에 대해 발언하라는 요청을 받는데요. 그건 어떤 식으로든 우리가 그 문제들을 ‘지지한다’는 억측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오마르는 ”정말로 끔찍하고, 역겹고, 사악하고, 비도덕적인 어떤 것”을 무슬림들이 ‘지지할지도 모른다’는 억측과 편견이 이같은 질문에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청중석에서 저를 보신다면, 라시다와 압둘과 샘을 보신다면, 다른 의원들에게도 물어볼 만한 제대로 된 질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청중들의 박수가 뒤따랐다.

ⓒKevin Lamarque / Reuters

 

이날 연설을 할 예정이었던 틀라입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2018년 민주당 미시간 주지사 경선에 출마했던 압둘 엘-사예드와 버지니아의 두 무슬림 주의회 의원 중 하나인 샘 라술은 오마르와 함께 행사에 참석했다.

다른 패널로는 이라크에서 전사한 무슬림 미국 전쟁 영웅의 아버지이자 2016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헌법을 들어보인 것으로 유명한 키즈르 칸, 미네소타 민주-농부-노동당 의장 켄 마틴이 있었다.

ⓒChip Somodevilla via Getty Images

 

한편 지난 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마르가 테러 집단 알카에다를 칭송했다는 거짓 주장을 했다. 오마르는 굳이 반응해서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지 않겠다고 답했으며, “무슬림들에게 테러리스트를 규탄하라고 할 때는 지났다. 우리는 이젠 그런 어처구니없는 말을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민주당 유색인종 의원 네 명을 겨냥해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싫으면 떠나도 좋다는 얘기였다’며 거듭 공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민주당은 이 사람들과 함께 급진 좌파쪽으로 가고 있다. 나는 솔직히 말해 이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혐오한다고 본다.” 트럼프가 이날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열린 ‘터닝 포인트 USA 서밋’ 연설에서 말했다.

젊은 공화당원 1500여명이 모인 이날 행사에서는 폭스뉴스 진행자였다가 성범죄 수사 이후 해고된 에릭 토마스 볼링도 연단에 섰다.

“소말리아 난민으로 여기에 와서 의원이 된 사람이 이 체제에 대해 불평한다는 건 내겐 위선으로 보인다.” 볼링이 오마르를 언급하며 말했다.

 

* 허프포스트US의 Ilhan Omar Shuts Down Constant Calls For Muslims To Condemn Thing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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