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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혐의 → 징역 10년” 국내 동물 학대 처벌 사례를 해외법에 적용해보면 이렇다

최근 경의선 숲길에서 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인 가해자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된 바 있다

  • 이인혜
  • 입력 2019.07.25 16:26
  • 수정 2019.07.25 19:24

지난 6월 경기도 화성에서 한 50대 남성이 고양이를 벽과 바닥에 패대기쳐 잔혹하게 살해한 남성이 평소 ‘고양이 애호가’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 

시민단체 동물자유연대는 가해자에 대한 고발장을 수원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가해자를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한 상태다. 가해자가 범행 후 새롭게 분양받은 고양이에 대한 별다른 규제도 없어 동물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처럼 반려동물에 대한 잔혹한 학대는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은 극히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 학대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학대 사건 대부분이 벌금형에 그치는 등 처벌이 미약하다는 게 동물단체들의 주장이다.

실제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3년 동안 경찰에 신고된 동물 학대 사건 575건 가운데 실제 처벌받은 사건은 70건에 불과했고, 징역형은 단 2건에 그쳤다. 이 또한 집행유예를 받아 실형을 산 경우는 없었다. 

반면 해외 동물 보호 선진국들에서는 동물을 학대하는 이들을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됐던 국내 동물 학대 사례들을 해외 동물보호법에 적용하면, 이들은 최대 10년까지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악마 에쿠스 사건, 미국에선 최대 징역 10년

기사와 무관한 사진 
기사와 무관한 사진  ⓒShirlaine Forrest via Getty Images

지난 2012년, 에쿠스 차량이 고속도로에서 트렁크에 강아지를 매단 채 질주한 사건이다. 당시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가해자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 사건은 악마 에쿠스 사건으로 불리며 많은 공분을 샀다. 

만약 이 사건이 미국에서 일어났다면 가해자는 최대 징역 10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실제 지난 2014년 미국에서 유사한 동물 학대 사건이 있었다.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를 트럭에 매달고 도로를 질주한 중년 남성에 대해 법원은 동물 학대 위반 혐의로 5년 형을 선고했다. 여기에 상습적 교통위반 혐의를 더해 이 남성은 총 10년 6개월의 징역을 선고받았다.

2015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함태성 교수의 논문 ’미국 동물법의 동향과 쟁점에 관한 법적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기본적으로 모든 주에서 동물 학대 행위를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최고 10년의 징역형, 최고 50만 달러(약 5억90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또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동물 학대를 살인사건과 같은 주요 반사회적 범죄로 분류하며, 동물 학대범의 신원을 공개하고 있다.

 

기계톱 도살 사건, 스위스였다면 벌금 최대 11억

2013년에는 한 50대가 자신의 진돗개를 공격한다는 이유로 이웃집 로트와일러를 기계톱으로 도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 2016년 법원은 ”몽둥이로 로트와일러를 쫓아낼 수 있었는데, 기계톱으로 시가 300만원 상당의 로트와일러를 죽인 것은 지나치다”는 이유로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이외에도 개 주인의 부탁을 받고 가스 토치와 둔기로 무자비하게 개를 도살한 사건의 가해자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 사건이 스위스에서 일어났다면 가해자는 최대 벌금 11억까지 물어야 할 수 있다. 스위스의 경우 동물보호법 위반 시 처벌 수위가 높다. 스위스에서는 동물보호법을 위반하면 최대 3년 이하 징역, 2만 프랑(약 2396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재산에 따라 벌금이 차등 부과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100만 프랑 (약 11억9830만원)까지 부과될 수 있다. 

 

PC방 고양이 사건, 해외였다면 더 이상 고양이 못 길러

한 PC방 업주가 고양이를 학대하는 모습 
한 PC방 업주가 고양이를 학대하는 모습  ⓒ케어

2017년,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발로 밟는 등 상습적인 학대를 일삼았던 PC방 업주는 당초 경찰에게서 구두 경고만 받았다. 당시 고양이 몸에 별다른 상처가 없고 주인을 잘 따르는 모습을 확인해 경고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면서 뒤늦게 업주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가해자의 반려동물 양육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는 없었다. 

반면 해외에서는 동물 학대를 저지른 가해자들의 소유권을 박탈하고 양육을 제한하는 추세다. 같은 해 호주에서는 비슷한 고양이 학대 사건 가해자에게 징역 3개월이 선고됐고, 고양이 치료비 2700달러(약 222만원)를 지급하라는 처분을 받았다. 가해자는 10년 동안 반려동물 양육을 금지당했다. 호주 외에도 독일, 뉴질랜드, 영국 등에서도 학대범에 대해 동물 소유권을 제한하고 있다. 

 

아파트 고층 등에서 동물 던지면, 해외에선 최소 징역형

2013년 여자친구와 다투다 홧김에 여자친구의 고양이 ‘루시’를 아파트 14층에서 던진 남성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유사한 사례로, 2016년 한 40대 남성은 모텔에 강아지와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들어가려다 제지당하자 홧김에 이들을 내던져 죽였는데,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반면, 2014년 모텔 2층 발코니에서 자신의 반려견을 주차장 바닥으로 내던져 크게 다치게 한 미국 남성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외에도 강아지를 창밖에 던져 죽게 한 프랑스 남성은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을 금지당했다. 프랑스는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또한 동물에 대한 물리적 폭력은 물론 심리적 폭력 또한 동물 학대로 보고 있다. 

  

동물 수간, 해외에선 엄벌로 다스려

피해 강아지(왼쪽), 범행 장면 
피해 강아지(왼쪽), 범행 장면  ⓒ뉴스1

지난 5월 20대 남성이 경기 이천의 한 식당에 묶여 있던 생후 3개월 강아지를 대상으로 음란행위를 시도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현재 남성은 공연음란 및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 송치된 상태다. 강아지가 배변 상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신적 충격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동물 수간만으로 강력한 처벌을 받은 사례는 없다. 앞서 2017년 대구에서 진돗개와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남성은 징역 10개월에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동물보호법 외 강제추행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가 더해진 형량이었다. 

이와는 달리 영국에서 동물 수간은 불법이다. 실제 2018년 기르던 강아지에게 수간을 시도한 영국 남성은 3개월 징역형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10년 간 동물을 기르는 것을 금지 당했다. 독일 역시 동물과의 성관계는 물론 그 목적을 위해 타인에게 동물을 제공하는 행위를 일체 금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덴마크는 2015년, 스위스는 2014년에 관련 법률을 통과시켰다. 미국 워싱턴주에선 2005년 수간금지법을 제정한 바 있다.

 

독일과 스위스는 동물 보호를 헌법으로 규정 

이처럼 해외에 비해 국내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이 미약한 여러 이유 중 하나로는 민법 상 동물이 물건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이 동물을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보는 탓에 동물에 대한 법적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동물권을 연구하는 변호사 단체 PNR은 허프포스트코리아에 ”피해자가 사람인 범죄에 비해 수사기관과 법원의 수사, 처벌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와는 달리 독일과 스위스, 프랑스 등은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 이들 국가는 동물 보호를 헌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2018년 법무부의 의뢰로 윤철홍 숭실대 법대 교수가  수행한 연구(민사법 체계에서 동믈의 법적 지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 2002년 연방헌법에 ‘자연적 생활기반과 동물을 보호한다’는 내용을 명시해 헌법적 차원에서 동물을 ’생명체를 가진 동료’로서 존중하고 있다. 스위스 역시 1992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동물을 사물이 아닌 생명으로 인정한 바 있다.

지난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동물단체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보호'가 명시된 대통령 개헌안 통과를 촉구하는 모습 
지난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동물단체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보호'가 명시된 대통령 개헌안 통과를 촉구하는 모습  ⓒ뉴스1

국내 역시 동물 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이에 걸맞게 동물 학대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7년 동물단체들은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한 민법 제98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정신청을 냈다. 당시 이들 단체는 동물권(동물 역시 생명권을 지니며 학대받지 않을 권리)을 언급하면서 ”헌법에 동물권이 명시되면 동물보호법률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민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조계 역시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변호사 단체 PNR은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그간 동물 학대에 대한 법원 판단을 보면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동물 학대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의 실제 형량이 일반 국민의 법 감정에 비하여 낮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법률상 동물이 물건으로 분류되는 현 상황에도 불구하고 동물 학대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내용이 조금씩 변화해 왔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동물 학대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관련 법이 몇 년 내로 크게 성장할 것은 물론 이에 대한 법원의 양형 기준도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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