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9년 07월 18일 17시 44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7월 18일 17시 44분 KST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강신명은 정말 '무전 청취'만 했을까

집회를 직접 관리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을 불러온 ‘2015년 민중대회 경찰 물대포 사건’. 이 사건에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에 대해 과연 얼마나 제대로 규명되었다고 보십니까. <리포액트>의 취재로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살수차 무전 지휘자 허모 경감의 실체가 드러난 바 있지요. 이번에는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에 대한 취재 내용을 전달합니다. 강 전 청장은 검찰의 수사로 무혐의 처분을 받고 기소조차 되지 않았는데요. 이것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요. <리포액트>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강 전 청장에 대한 재수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강 전 청장과 허아무개 경감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합니다.

지금까지 알려졌던 내용은, 강 전 청장이 민중대회 때 경찰청에서 무전 지휘망을 청취했다는 것 정도입니다. 강 전 청장은 2016년 국정감사장에 나와 “민중대회 때 (집회) 상황보고를 받고 있었고, (본인은) 상황실에 있었다. 보통 집회 무전을 잘 청취하지 않는데 그날은 상황이 중대하기 때문에 서울청 지휘망을 청취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검찰은 강 전 청장에 대해 한차례 서면조사 후 백남기 농민 사망 책임에 혐의없다고 처분했습니다. 무리한 살수지시를 직접 했다기보다는 단순히 무전 청취만 했다는 판단이니까요.

강신명, 정말 무전 청취만했을까

자. 이렇게만 보면 강 전 청장은 정말 단순하게 집회시위 상황보고만 듣고 아무런 업무 지시를 한게 아니므로, 그에게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의 책임을 묻는 건 무리하게 비칠 수 있지요. 그러나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의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보고서를 잘 관찰해보면 강 전 청장의 당시 행보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저는 2017년 법원을 출입하는 법조기자였습니다. 그때 친하게 지내던 어떤 판사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허 기자님. 제가 친하게 지내는 어떤 경찰 간부에게서 들은 이야기에요. 누군지는 절대 말해줄 수 없어요. 다만, 민중대회 때 강신명 청장이 단순히 무전 지휘만 듣고 앉아 있었던 것 같지 않아요. 그날 경찰청 간부들을 상황실로 소집해서 오전부터 밤 늦게까지 집회 상황을 모니터링 하면서 보냈다는 거예요. 실시간으로 현장 중계하는 종편 방송 보면서요. 저녁식사 시간에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도시락 시켜서 먹고 강 전 청장과 함께 각 국실의 국장들이 상황실을 지켰다는 거예요. 허 기자가 한번 취재를 다시 해봐요. 당시 강신명 청장과 함께 하루 종일 상황실을 지켰던 경찰청 국장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들의 이야기를 조합해봐요. 그러면 강신명 청장이 얼마나 지휘에 적극적이었는지 또는 그렇지 않았는지 확인이 가능할거예요.”

오죽하면 판사가 이런 제보를 해올까 싶더군요. 뭔가 경찰 간부한테 들은 이야기는 있는데 검찰도 수사를 안하고, 언론도 이 내용을 모르니 저에게 넌지시 알려주는 듯 했습니다. 사실 제보는 받았지만 갑갑했습니다. 저는 법원 출입 기자이고 경찰청 출입기자도 아니지요. 경찰청 출입하는 회사 동료에게 토스하자니, 너무 제보 내용이 막연했고요. 그래서 당시에는 내가 경찰청 출입하거나 탐사보도팀으로 가게 되면 언젠가 파헤쳐봐야지 하고 넘겨야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저는 정말 경찰청에 출입하게 되었고 친하게 지내던 모 경찰 간부(2015년 당시 남대문경찰서 근무)에게 이 판사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전하며 자문을 구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판사 얘기는 좀 신빙성이 있어보여요. 민중대회 때 구은수와 강신명이 경찰 차벽 위치를 어디에 칠 것인지를 두고 의견 차가 있었어요. 제가 남대문 경찰서 근무했기 때문에 잘 알지요. 구은수는 광화문 네거리 정도에 차벽을 치려 했는데 강신명이 반대해서 훨씬 아래 쪽(프레스센터 근방)에 차벽이 쳐졌어요. 그날 시위대가 흥분한 이유중의 하나가 광화문 네거리에서 너무 앞으로 내려와 있던 경찰 차벽이었어요. 이날 실질적인 집회관리는 구은수보다는 강신명의 뜻대로 되었을 겁니다. 강신명 청장이 본청에 상황실까지 설치하고 살펴봤다면 분명 적극적으로 집회 관리를 했을 수 있지요.”

그러나 아쉽게도 저는 이후 좀 바빠졌고 2015년 당시 경찰청 각 국장들의 전화번호와 이름을 알아내는 것에도 실패했습니다. 강신명 청장이 민중대회 때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확인하는 건 좀 어려워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보고 강신명 청장이 정확히 무엇을 했는지 확인하게 됐습니다. 제가 들었던 판사의 제보 내용은 정확했습니다.

뉴스1
2016년 6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백남기 농민 부인 박경숙 씨가 강신명 경찰청장의 답변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신명의 민중대회 당일 행적은 적극적인 집회시위 관리 정황

조사 내용을 종합하면,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은 사건 당일 서울청과 별도로 경찰청 8층에 대책실을 설치하고 차장, 국장, 관리관급 16명과 경비, 정보, 교통안전 과·계장 4명을 참석시켜 서울청 지휘망과 교통 CCTV, 종편 채널 실시간 송출 영상을 통해 집회상황을 지켜보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하나 또 흥미로운 것은 경찰청 대책실 뒤에 별도 공간을 마련해 여기에 경비 기능 실무자 5명 이상을 배치해두었다고 합니다. 이들이 서울청 지휘망을 청취하면서 과·계장에게 상황을 보고하면 과·계장이 주요사항을 강신명 청장에게 보고했다고 합니다.

여러분. 이 조사 내용을 보면 강신명 전 청장이 단순히 상황보고만 수동적으로 받았다고 느껴지십니까? 오히려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서린 교차로에서의 살수 지휘 사실을 강 전 청장이 들었을 가능성이 크고 이후 살수 중단이라든지 어떤 명령도 하지 않고 방기했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까?

물론, 경찰청 경비대책 문건을 보면 민중대회 집회대응의 총지휘는 서울청장, 현장총괄지휘는 서울청 차장이었습니다. 그래서 검찰은 구은수 전 서울청장에게 책임을 물어 기소를 했고요. 하지만 서린교차로가 대체 뭐라고 구은수 서울청장도 그렇고 신윤균 4기동단장도 그렇고, 그렇게 열심히 사수했을까요. 강신명 청장의 지시가 없었다면 사람이 쓰러질 정도로 그들이 무리해서 물대포를 쏠 수 있었을까요? 강신명 청장은 왜 서울청과 달리 별도로 상황실까지 운영하고 경비 기능 실무자를 다섯명 넘게 배치해 무전망을 들었을까요.

한 경찰 고위 간부는 이렇게 제게 설명했습니다.

“통상적으로 큰 집회가 있으면 경찰청장이 직접 상황실을 꾸려 현장 지휘를 하기도 합니다. 경찰청장이 단순히 텔레비전 시청자 정도의 역할이나 하려고 본청에 상황실을 꾸린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는 강신명 전 청장이 유죄라고 확신하는 게 아닙니다. 강 전 청장의 직접적인 물대포 지시 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설사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무죄가 나올 수 있습니다. 구은수 전 서울청장이 1심에서 무죄가 나온 것처럼요.

검찰은 강신명 전 청장과 허아무개 경감에 대해 재수사해야

다만, 제가 문제제기 하는 것은 강신명 전 청장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이유가 이상하다는 겁니다. 적어도 강 전 청장이 재판에 넘겨져 공개적인 자리에서 심문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검찰이 유독 강신명에 대해서만 관대한 이유가 대체 뭘까요? 무엇을 걱정하는 겁니까? 강 전 청장의 입에서 민중대회 강경대응과 관련해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이라도 나올 것을 걱정하는 겁니까? 당시 민정수석은 우병우였습니다. 우병우와 강신명의 업무 관계로까지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걱정하는 겁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강신명 전 청장의 민중대회 강경 대응 진두 지휘 정황이 뚜렷한데도 그저 서면조사에 그치고 기소조차 하지 않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강신명 전 청장은 아직까지 백남기 농민의 유족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 때 자유한국당의 공천을 받을 거라는 관측이 있습니다. 강 전 청장은 국민 앞에 당당히 나서기 위해서라도 수사를 받아야 합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렇게 <리포액트>에 밝혔습니다.

강 전 청장이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확신하면 수사를 받고 차라리 깨끗하게 털건 털고 가는게 낫습니다. 그날 함께 있었던 경찰청 국장들이 강신명 청장은 아무런 업무 지시 없이 상황실에서 그저 보고를 받기만 했다고 증언하면 될 일 아닙니까.

강신명 전 청장은 경찰청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출석 요청에도 끝내 응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으로 기사가 제작되는 행동탐사언론 리포액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