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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에서 '트럼프 탄핵안'이 거부됐다. 민주당의 분열이 깊어진다.

민주당 지도부는 여전히 탄핵에 반대하고 있다.

  • 허완
  • 입력 2019.07.18 15:27
  • 수정 2019.07.18 15:5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 연설회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는 그의 재선 캠페인 슬로건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 미국. 2019년 7월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 연설회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는 그의 재선 캠페인 슬로건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 미국. 2019년 7월17일. ⓒNICHOLAS KAMM via Getty Images

미국 하원에 상정된 17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또 한 번 압도적으로 거부됐다. 공화당은 물론 하원 다수당을 점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도 대거 반대표를 던진 덕분이다.

그러나 이번 표결로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민주당 내부의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지도부와 중도파 의원들은 여전히 탄핵 추진에 반대하고 있지만, 진보 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보다 공격적인 대응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이날 하원은 앨 그린(민주당, 텍사스) 의원이 제출한 탄핵안을 두고 표결을 벌였다. 탄핵안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이 미국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모독하고, 조롱하고, 더럽히고, 오명을 남겼다”는 사유를 들었다. 이전 탄핵안에 포함됐던 사법방해 혐의에 관한 내용은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제출한 앨 그린 하원의원(민주당, 텍사스)이 하원 회의장으로 향하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DC, 미국. 2019년 7월1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제출한 앨 그린 하원의원(민주당, 텍사스)이 하원 회의장으로 향하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DC, 미국. 2019년 7월17일. ⓒTasos Katopodis via Getty Images

 

그린 의원이 탄핵안을 제출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선 두 건 모두 압도적인 표차로 폐기됐다. 이번 표결 결과도 비슷했다. 332표 대 95표로 탄핵안을 무기한 연기(폐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반대하는 95표는 모두 민주당에서 나왔다.

이 95표는 여러모로 눈에 띄는 숫자다. 지난해 1월에 있었던 표결에서 탄핵 찬성 뜻을 밝혔던 66명에서 늘어난 것이자, 트럼프 탄핵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의원들의 숫자(83명 : 민주당 82명, 무소속 1명 )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이번에는 제럴드 내들러 법사위원장(민주당, 뉴욕)의 이름도 ‘탄핵 찬성’ 목록에 있었다. 그는 공개적으로 탄핵 지지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 만약 탄핵소추 절차가 시작될 경우 내들러가 이끄는 법사위가 탄핵조사를 벌이게 된다.

하원 운영위원장 짐 백거번(민주당, 매사추세츠)은 ”생각했던 것보다 높은” 수치라며 ”만약 이번 탄핵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에 초점을 맞췄다면 숫자는 더 높았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 연설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는 그의 재선 캠페인 슬로건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 미국. 2019년 7월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 연설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는 그의 재선 캠페인 슬로건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 미국. 2019년 7월17일. ⓒZach Gibson via Getty Images

 

탄핵을 주장하는 의원들은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드러난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 혐의 만으로도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보수조항(Emoluments Clause) 위반, 인종주의 발언 역시 탄핵사유가 된다고 본다. 더 공격적으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반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와 온건파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탄핵에는 반대한다. 탄핵이 불필요한 분열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민생 이슈’를 빨아들여 결과적으로 오히려 트럼프를 돕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이것 만큼은 인정해줘야 한다. 트럼프는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데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펠로시 의장이 이날 말했다. ”우리는 그가 우리의 어젠다를 설정하도록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아젠다는 우리가 설정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 캘리포니아)이 하원 회의장으로 향하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DC, 미국. 2019년 7월17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 캘리포니아)이 하원 회의장으로 향하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DC, 미국. 2019년 7월17일. ⓒTasos Katopodis via Getty Images

 

펠로시 의장은 섣불리 탄핵 절차를 개시해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지금 (하원의) 위원회 여섯 곳에서 권력남용, 사법방해, 그밖에 대통령이 연루되었을 수 있는 것들에 관한 팩트들을 조사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밟고 있는 중대한 절차는 그거다.”

현실적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탄핵이 성사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설령 하원에서 다수결로 탄핵안이 통과되더라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의 문턱을 넘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탄핵이 성사되려면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한편 하원은 전날(16일)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법적 구속력은 없는, 상징적인 조치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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