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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여성은 성추행 수치심 적을 것” 재판부 판결이 논란에 휩싸였다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는 부적절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AndreyPopov via Getty Images

60대 여성은 성추행에도 수치심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해자인 교감의 해임을 취소했던 재판부가 후폭풍을 맞고 있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최인규)는 최근 택시 안에서 성추행을 저질렀다 해임된 ㄱ교감의 해임처분 취소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해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행위가 학생들이 아닌 교육 외적 상황에서 이뤄져 고민 끝에 이런 결정을 했다. 해임은 위반행위의 내용과 관계법령 취지에 비춰 부당하다. 또 당시 만취한 상태였고, 원만하게 합의했으며, 25년 동안 성실하게 근무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강제추행은 피해자의 의사·성별·연령, 행동 경위와 주위 상황,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피해자가 사회경험이 풍부한 67살의 여성이고, 요금을 받기 위해 신고한 정황으로 미뤄 정신적 충격이나 성적 수치심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인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하현국)는 지난 1월 “교사에게는 다른 직업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며 해임을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성폭력에 고의가 있는 만큼 교원 징계양정 규칙에 따라 파면해야 하지만 심신미약, 성실근무, 사회공헌 등을 고려해 감경한 해임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ㄱ교감은 2017년 9월9일 0시15분께 광주 서구 도로를 달리던 택시 뒷좌석에서 기사 ㄴ(67·여)씨의 가슴 부위를 서너 차례 손으로 더듬었다가 경찰 조사 뒤 검찰에서 보호관찰선도위탁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어 같은해 12월 광주시교육청 징계위원회에서 해임처분을 받았다. 교직에서 배제된 ㄱ교감은 이듬해 1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기각되자 법원에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이 나오자 광주지역 여성단체들은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광주여성민우회는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하는 시대의 흐름과 대법원 의지를 거스르는 부적절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의 김미리내 성폭력상담소장은 “항소심 판결은 여전히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경험이 없는 어린이나 청소년, 20대 여성만이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냐”고 일갈했다. 광주여성의전화는 “이런 판결이 버젓이 내려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성평등 사회는 아직 멀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시민 김효경씨는 “같은 사안인데 재판부에 따라 판결이 정반대로 엇갈린다는 점이 여성을 불안하게 만든다. 여성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사법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들은 이 판결을 계기로 △성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환경 조성 △피해자나 가해자의 수사·재판 과정 감시 △부당한 수사·재판 결과에 맞서는 행동 등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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