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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7월 18일 11시 31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7월 18일 22시 17분 KST

자원봉사자들이 인수한 유기견보호소 ‘포해피니스’에 가다

개들은 한가롭게 그늘막 아래에 앉아 쉬고 있었다.

천안의 한 유기견 보호소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보호소 이름은 ‘포해피니스’, 무슨 사연일까.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런 이야기는 직접 찾아가서 들어야 한다. 스탭들에게 취재 허락을 구한 끝에 약속날짜를 7월 6일로 정했다. 7월 6일 아침. 집을 나서자 몇 걸음 걷기도 전에 줄줄 땀이 흘렀다. 올해 들어 두번째 폭염경보가 발령된 날이었다.

천안 성환역에 내려 택시에 오르면서 다시 한번 각오했다. 혹시나 보호소의 상태가 열악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고, 한여름 더위에 개들에게서 냄새가 나더라도 내색하지 말자고 말이다. 보통 유기견 보호소의 근방에서는 오랫동안 씻지 못한 개들에게서 풍기는 냄새가 난다. ‘포해피니스’ 보호소에서도 예의 그 냄새가 날 거라고, 나지 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보호소에 가까워져가는데도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았다. 보호소 입구에 도착해서도, 보호소 안에 들어섰는데도 ‘당연히 나겠거니’ 생각했던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더 이상했다. 개들은 한가롭게 그늘막 아래에 앉아 쉬고 있었고, 마당 한 가운데는 자원봉사자들이 쉴 수 있는 천막이 설치돼있었다. 천막 아래 놓여진 10개 남짓한 의자 옆에서 커다란 선풍기가 느긋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보호소 스탭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근방에서 ‘타악 타악’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작은 체구의 여성이 낫으로 보호소 가장자리 부근에 있는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중이었다.

몇 분 후 가지치기 작업을 마친 김태희씨가 천막 안으로 들어와 선풍기 앞에 앉았다. 김태희씨는 지난 5월에 ‘포해피니스’를 알게 된 자원봉사자다. 한 커뮤니티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유기견 보호소를 인수했다’는 글을 보고 고등학생인 딸과 함께 보호소를 찾았다. 김씨는 “이곳에 봉사를 하러 와서 그동안 몰랐던 딸의 모습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딸이) 보호소에서 가장 약해보이던 개한테 가는 거에요. 실내견사에 3년째 갇혀있던 강아지였는데 그 강아지 앞에서 가만히 앉아있더라구요.”

김씨는 이후에도 줄곧 일주일에 서너번씩 보호소에 갔다. 한 달 남짓한 짧은 기간이지만, 김씨를 비롯해 봉사자들이 한 일들은 한 일들은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사료 주기, 청소, 산책 등 기본적인 봉사 외에 견사 신설, 바닥 방수, 폐기물 정리 등 할 일이 산더미였던 상황이었다. 

‘포해피니스’는 2019년 무척 많은 일을 겪었다. 기존의 사설 유기견 보호소를 인수해 이름까지 바꾸었으니 새로 생긴 해라고 봐도 무방하다. ‘포해피니스’ 이전의 이름은 ‘자비문중’이였다. 2017년 보호소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봉사를 해온 정지인씨는 “(자비문중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개인이 개농장을 인수해 운영하는 보호소’라고 홍보하며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홍보글을 보고 봉사를 왔지만 정씨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었다. 대형견사의 문은 안전을 이유로 굳게 닫혀있었다. 후원금 관리가 불투명하게 되고 있다는 지적도 불거졌다. 그러나 소장은 후원금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밝히는 대신 문제를 제기한 봉사자들 중 일부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소송에 휘말린 사람들은 이후 보호소에 발길을 끊게 된다.

포해피니스
'포해피니스'가 보호소를 인수하기 전의 실내 견사. 청소되지 않은 좁은 공간 안에 여러마리의 개들이 모여 있었다. 
포해피니스
'포해피니스'가 보호소를 인수하기 전의 실내 견사. 배설물로 덮인 철창 안에서 개들이 고무 사료통에 담긴 사료를 먹고 있었다. 
'포해피니스'가 인수한 뒤 청소한 실내견사. 안에 있던 대형견들은 바깥에서 지내고 있다. 
'포해피니스'가 인수한 뒤 청소한 실내견사. 대형견들은 이 안에서 3년째 갇혀 있었다. 

보호소는 여전히 열악한데 봉사자들의 수는 더 줄어드는 상황이 이어지던 2018년 여름, 당시 봉사활동을 하던 이소정씨가 한 반려견 커뮤니티에 ‘봉사를 함께 할 일손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이씨에게 보호소의 실태를 고발하는 내용의 쪽지가 왔다. ‘개들이 굶고, 방치돼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확인한 현실은 쪽지의 내용와 일치했다. 보호소장에게도 문제를 제기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황당했다. 이씨는 “(보호소장이) ‘대형견들은 며칠 굶겨야 사람을 따라요’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봉사자들의 보호소에 대한 문제의식은 확실해졌다. 

자원봉사자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2018년 12월 16일 보호소장은 급기야 주말봉사도 막았다. 12월 23일부터 다음해인 2월 9일까지 보호소장은 봉사자들을 거부했다. 이소정씨가 보호소를 갈 수 있던 건 2월 16일이 돼서였다. 이씨는 “없어진 애들이 너무 많았다”며 “12월에 촬영한 영상에선 43마리가 있었는데 37마리로 줄어있었다. 게다가 37마리 중에서 2마리는 새로 온 개들이었다”라고 그때 상황을 설명했다.

3월에 보호소를 찾았을 땐 더욱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된다. 소형견들 6~7마리가 단체로 비틀거리면서 경련하고 있었다. 검사 결과 개들의 피에서 중독성분이 검출됐다. ‘이러다 개들 다 죽겠다’는 위기감에 봉사자들은 다급해졌다. 커뮤니티를 통해 공론화하고, 보호소 인수 시도를 시작하게 된다. 커뮤니티에서 글을 보고 3월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한 유주연씨는 “소형견사 청소 봉사를 하다가 비닐봉지 안에 있는 말티즈 시체를 봤다”라고 말했다. “처음 왔을 땐 보호소에서 100m 가량 떨어진 곳까지 악취가 풍겼다”며 “오랫동안 방치돼있던 것들이 수두룩했다. 두 명이 달라붙어서 하루 종일 그릇 설거지를 해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보호소 실태가 알려지면서 후원금이 감소하자 이전 보호소장은 결국 봉사자들에게 보호소 인수 의사를 물었다. 한달 가량 협상 과정이 이어진 끝에, 이전 보호소장은 4월 14일 포해피니스와 인수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봉사자들의 사비를 모아 마련했다. 

보호소를 운영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건 누구보다 봉사자들이 잘 알고 있었을텐데, 개들을 구조하는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봉사자들이 보호단체에 문의했지만 밀린 구조활동이 산적해 있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보호소의 규모가 더 커야 하고 안락사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 붙었다. 죽어가는 개들을 살리기 위해서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실질적인 대책을 찾기 위해 부산의 한 사설 보호소를 찾기도 했다. 안락사 위기에 처해있는 유기동물을 구호하는 단체로부터 비영리 단체를 등록하는 방법과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받기도 했다. 

포해피니스
자원봉사자 안혜인씨가 그린 웹툰 중 일부
포해피니스
자원봉사자 안혜인씨가 그린 웹툰 중 일부

4월 14일 인수 결정이 내려진 뒤부터 ‘포해피니스’의 시간은 정신 없이 흘러갔다. 7명 남짓한 자원봉사자들이 뭉쳐 일단 보호소를 인수했지만 할 일들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쌓여 있었다. 이때 안혜인씨는 그간 보호소에 일어난 일들을 웹툰의 형식으로 그려 커뮤니티에 알렸다. 그림을 그렸던 적은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웹툰 형식으로 알리는 게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해 며칠에 걸려 완성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후원금과 후원물품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자원봉사자들도 늘었다. 개들의 건강상태를 검사하고, 실외 견사를 새로 짓고, 방치된 채 악취를 풍기던 실내견사도 재정비했다. 보호소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곳곳에 매장되어 있던 개들도 발견했다.  지난 겨울, 봉사자가 들어가지 못한 시기에 사라진 개들이었다. 

‘포해피니스’를 찾은 자원봉사자들 중에는 수의사도 있었다. 수의사의 도움으로 심장사상충(모기를 매개로 하여 전염되는 회충) 검사를 진행한 결과 보호소 내 개들의 절반 가량이 심장사상충에 감염돼있었다. 3개월 정도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데, 한 마리당 100만원 가량이 든다고 한다. 소형견 일부는 임보를 받고 있거나 입양됐다. 현재 보호소에는 소형견 4마리와 대형견 35마리가 지내고 있다. 이들 대형견 대부분이 ‘포해피니스’가 보호소를 인수하기 전까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번도 빛을 보지 못한 채 실내견사에 갇혀 있었다. 

심장사상충에 감염된 개들에게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봉사 시스템도 갖췄다. 스탭 2명이 매일 보호소에 나와 개들에게 심장사상충 약을 먹이고, 일일 자원봉사자들이 봉사를 신청해 업무를 돕는다. 스탭들은 ‘포해피니스’에 들어오는 후원금을 정기적으로 정리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후원금의 투명한 공개는 포해피니스의 한 가지 특징이기도 하다. 스탭들은 유기견 보호소의 운영자이기 이전에 자원봉사자로, 이전부터 보호소의 투명하지 않은 사용내역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탭들의 업무 중에는 문의에 대한 응대도 있다. 문의들 중 상당수는 ‘보호소에 개를 맡길 수 있냐’는 내용이다. 포해피니스에서 안정을 찾아가는 개들의 모습이 SNS를 통해 알려지자 보호소에 개를 맡길 수 있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이소정씨는 “쉼터가 아직 열악할뿐더러 기존에 있는 아이들(개)의 치료와 안정에 공들여야할 시기라 구조문의는 현재 받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소가 아무리 좋아보인다 해도, 지금 살고 있는 집에는 비할 수가 없다”면서 유기를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포해피니스’. 보호소 인수를 전후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이소정씨는 ”꿈 같고 까마득하고 현실감 없게 느껴진다”는 소회를 밝혔다. 한편으로는 사설 보호소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두달 남짓한 시간이지만, (아무리 사설보호소라고 해도) 혼자서는 감당 못하겠다는 걸 많이 느낀다”는 고충도 토로했다. 

자원봉사자 유주연씨가 달수(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주연씨는 ”(3월만 해도) 개들은 사람이 쳐다보기만 해도 짖었는데 지금은 반가워 하면서 온다”며 ”개인 밥그릇도 있고 여유로워진 것 같아서 보기 좋다”고 말했다. 유씨는 ”여기는 사람들이 강아지 얘기만 해요”라면서 ‘포해피니스’ 봉사자들의 유별난 강아지 사랑도 언급했다.

웹툰을 그려 ‘포해피니스’를 널리 알린 안혜인씨는 ”중대형견도 애교가 많다는 영상 컨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소형견들만 입양되는 현실이 안타까워서다. 현재 ‘포해피니스’는 후원자와 봉사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앞으로 운영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포해피니스’가 이후에 어떤 활동을 이어갈지에 대해서는 심장사상충 치료가 끝나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논의할 예정이다. 

보호소를 나서면서, 태어난지 2년 만에 땅을 밟았다는 개들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 버려진 개들의 행복을 위해 문자 그대로 ‘동분서주’했던 이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개들은 편안해하고 있었다. 이제는 땅의 감촉이 무엇인지 알겠다는 듯이, 확실하고도 절실하게 편안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