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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인종차별 발언에 사과는 커녕 '나한테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인종차별적 발언'이라는 비판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 허완
  • 입력 2019.07.16 11:45
  • 수정 2019.07.16 16:5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제 3회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제품 전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 미국. 2019년 7월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제 3회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제품 전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 미국. 2019년 7월15일. ⓒChip Somodevilla via Getty Images

민주당 유색인종 하원의원들을 겨냥해 ‘원래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인종차별 발언을 퍼부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종차별적 발언‘이라는 비판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이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각) 50개주에서 온 제조업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백악관에서 열린 ‘제 3회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제품 전시회’ 모두발언 이후 질의응답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 

″(내 트윗은) 떠나고 싶다면 떠나도 된다는 말이었다. 영원히 떠나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떠나고 싶으면 떠나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제 3회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제품 전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 미국. 2019년 7월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제 3회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제품 전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 미국. 2019년 7월15일. ⓒASSOCIATED PRESS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초선 하원의원 네 명을 겨냥해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는 트윗을 올렸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뉴욕), 일한 오마르(미네소타), 라시다 틀라입(미시간), 아야나 프레슬리(매사추세츠) 의원이다. 이들 중 세 명은 미국 태생이며, 소말리아 태생인 오마르 의원은 12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미국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이 연방 하원의원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불렀다. 백인이 아닌 미국인은 미국인이 아니라는 자신의 오랜 인식을 다시 한 번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듯 거듭 공세를 이어갔다.

 

″여기에서 행복하지 않다면 떠나도 좋다. 우리나라를 끔찍히 싫어한다면, 여기서 행복하지 않다면, 떠나도 좋다. 내가 늘 했던 얘기다. 내가 트윗에서 했던 얘기도 그거다. 몇몇 사람들은 논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은 (그 트윗을) 엄청 좋아한다. 엄청 좋아한다.” 

″미국에서 행복하지 않다면, 맨날 불평만 할 거라면, 그냥 떠나도 좋다. 지금 떠나도 좋다. 원한다면 돌아오고,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괜찮다. 행복하지 않으면 떠나도 좋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다. 일부 청중석에서 박수가 흘러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제 3회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제품 전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 미국. 2019년 7월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제 3회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제품 전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 미국. 2019년 7월15일. ⓒASSOCIATED PRESS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겨냥했던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미네소타)에 대해서는 ‘알카에다를 칭송했다’는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며 ”내가 보기에 이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증오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그들과 맞서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알카에다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 알카에다가 얼마나 위대한지, 그의 발언을 찾아봐라, 오마르가 한 말이다. 알카에다가 얼마나 위대한지에 대해 누군가 말하는 게 들린다고 해봐라. 우리는 알카에다에게 위대한 군인들을 잃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오마르 의원이 과거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발언으로 당 안팎에서 ‘반유대주의’ 논란에 휩싸였던 사실을 겨냥한 듯 공세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그들이 내놓은 발언들을 볼 때면, 한 번은 망한 정부, 망한 국가인 소말리아에서 온 어떤 사람이 있는데, 소말리아를 떠나서 결국에는 여기로 왔고 지금 의원이 됐는데, 그는 절대 행복해하는 법이 없다. 이스라엘에 대해 끔찍한 얘기들을 한다. 그는 이스라엘을 혐오한다. 유대인을 혐오한다. 유대인을 혐오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겨냥했던 민주당 초선 하원의원들이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라시다 틀라입, 일한 오마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아야나 프레슬리 하원의원. 워싱턴DC, 미국. 2019년 7월1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겨냥했던 민주당 초선 하원의원들이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라시다 틀라입, 일한 오마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아야나 프레슬리 하원의원. 워싱턴DC, 미국. 2019년 7월15일. ⓒASSOCIATED PRESS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루종일 쏟아낸 트윗에서도 ‘급진좌파들‘, ‘공산주의자들‘, ‘사회주의자들’ 같은 단어를 동원하며 이들을 비난했다. 그가 이번 논란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활용하고 있다는 신호다.

급진좌파 하원의원들은 언제쯤 자신들의 악취 나는 언어와 끔찍한 발언들에 대해 우리나라에,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대통령실에 사과할 건가. 엄청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그들의 끔찍하고 역겨운 행동에 분노하고 있다!

 AOC(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와 그 무리들이 공산주의자들이고, 이스라엘을 혐오하고, 우리나라를 혐오하고, 국경 경비원들(국경순찰대원들)을 강제수용소 경비원들이라고 부르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마치 베냐민(네타냐후 총리)을 위해 그러는 것처럼 그들을 비난한다는 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들은 반유대주의자들이고, 반미주의자들이다. 우리가 그들을 개인적으로 알아야 할 필요는 없고, 그들의 정책에 대해 얘기해보자. 나는 그들이 역겨운, 미국인들이 거부할 계획을 내세워 적법하게 선출된 미국 시민들이라고 본다.

(그러나) 불법 이민자들에게 무상 의료보험을 해주고, 우리나라로 넘어오는 걸 범죄로 다루지 않으면 미국은 어떻게 되겠나. 이민 통제가 되겠는가! 그들은 이스라엘이 전체 지역의 희생자들이 아니라 마치 폭력배 집단인양 말한다. 

그들은 첫 날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고 싶어했다. 그들이 미래의 민주당을 이끌게 하라. 그러면 민주당을 무너뜨리게 될 거다. 그들의 정책들이 우리나라를 망칠 거다! @LindseyGrahamSC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 내가 뭐 더 말해야 할 거 있나?

우리는 절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거다. 여기에서 행복하지 않다면 떠나도 좋다! 당신이 선택할 문제고, 전적으로 선택의 문제다. 이건 미국에 대한 애정의 문제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증오한다.

그들은 반(反)이스라엘, 친(親)알카에다이고, 9/11 테러에 대해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일을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급진좌파 민주당원들은 국경 개방을 원하는데 그건 곧 마약, 범죄, 인신매매, 그밖의 많은 것들을 뜻한다.

(미등록 이민자) 구금 시설들은 강제수용소가 아니다! 미국이 지금처럼 강력했던 적은 없다. 재건된 군대, 역대 최고치인 주식시장, 가장 낮은 실업률,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취업률.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이민 규제 정책에 서명했다. 다른 나라를 거쳐 미국 남부 국경에 도착한 사람들의 난민신청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이다. 처음 도착한 국가에서 난민신청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몇 가지 예외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난민들에 대한 기존의 보호장치를 폐지하는 내용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16일부터 곧바로 시행될 이 정책은 또 한 번 법적 공방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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