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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민주당 유색인종 의원들에게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고 했다

'인종차별적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 허완
  • 입력 2019.07.15 11:46
  • 수정 2019.07.15 11:48
ⓒMANDEL NGAN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유색인종 여성의원들을 겨냥해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며 인종차별적 조롱을 퍼부었다. 트럼프의 공격 대상이 된 의원 네 명 중 세 명은 미국에서 태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각) 올린 트윗에서 이들의 ‘원래 나라’를 언급하며 이렇게 적었다. 백인이 아닌 미국인은 ‘진짜 미국인’이 아니라는 시각을 재차 드러낸 것이다.

″완전히 재앙이자 전 세계에서 최악의, 가장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를 둔 국가들 출신의 ‘진보적’ 민주당 여성 하원의원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강력한 미국 시민들에게 정부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지금 목소리 높여 맹렬하게 떠들고 있다니 재밌는 일이다. 완전히 무너지고 범죄가 만연한 원래 나라로 돌아가서 바로잡는 게 어떤가.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는 어떻게 했는지 우리에게 보여주는 거다. 이 나라들은 당신들의 도움을 다급히 필요로 하고 있으니 빨리 돌아가는 게 좋겠다. 분명 낸시 펠로시(하원의장)이 신속하게 무료 교통편을 알아봐 줄 것이다!”

그가 해당 의원들의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최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 캘리포니아)와 각을 세워 온 민주당 진보파 초선 여성 하원의원 네 명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전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뉴욕), 일한 오마르(미네소타), 라시다 틀라입(미시건), 아야나 프레슬리(매사추세츠) 등이다. 모두 지난 중간선거에서 새 역사를 쓴 인물들이다.

이들 중 오마르를 뺀 나머지 세 명은 모두 미국 태생이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이민자 부모를 둔 오카시오-코르테즈는 뉴욕 브롱크스에서, 팔레스타인 이민 가정 출신인 틀라입은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났다. 프레슬리는 신시내티에서 태어나 시카고에서 자랐다. 오마르는 소말리아에서 태어난 뒤 12세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왼쪽부터)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뉴욕), 아이아나 프레슬리(매사추세츠), 라시다 틀라입(미시건) 하원의원. 
(왼쪽부터)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뉴욕), 아이아나 프레슬리(매사추세츠), 라시다 틀라입(미시건) 하원의원.  ⓒASSOCIATED PRESS

 

트럼프 대통령의 이 트윗은 즉각 격렬한 비판을 불렀다.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은 ”나의 ‘출신 국가’, 우리가 (취임) 선서를 한 나라는 바로 미국”이라고 반박했고, 오마르 의원은 ”우리는 역대 최악의, 가장 부패하고 무능한 대통령으로부터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며 ”당신은 백인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틀라입 의원은 ”나는 우리나라의 부패와 싸우고 있다”며 ”그게 바로 내가 하원의원으로서 당신의 정부에 책임을 물으면서 매일 하는 일”이라고 쏘아붙였고, 프레슬리 의원은 ”이게 바로 인종주의의 모습”이라며 ”우리는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고 적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 캘리포니아)도 거들었다. 그는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언제나 ‘미국을 다시 하얗게’였음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코리 부커 상원의원(민주당, 뉴저지)은 ”우리는 평생 이런 말을 들어왔다. 그런데 이제 백악관 집무실로부터 이런 얘기를 듣고 있다”고 적었다.

 

시리아-팔레스타인 이민자 부모를 둔, 공화당을 탈당한 저스틴 어마시 하원의원(미시건)은 트럼프의 발언을 ”역겨운 인종차별주의”라고 규정했고, 미국-이슬람관계협회(Council on American-Islamic Relations; CAIR)의 이사 니하드 아와드는 ”만약 도널드 트럼프가 월마트에서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에게 똑같은 말을 했다면 그는 체포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비(非)백인 미국인’에 대한 차별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정보당국에서 근무하는 한 한국계 미국인 여성으로부터 브리핑을 받던 도중 ‘어디 출신이냐?‘고 거듭 물었고, 국경순찰대원으로 근무하는 한 히스패닉계 미국인의 ‘완벽한 영어‘를 칭찬하기도 했다. 백인이 아니면 ‘진짜 미국인’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아니라면 도무지 나올 수 없는 발언이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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