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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 일방 통보했다

양국 실무회의에서 있었던 대화

ⓒ한겨레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와 관련해 1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첫 양국 실무회의에서 일본이 사실상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통보했다. 한국 쪽은 화이트리스트 배제의 근거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근거를 따져 물었지만, 일본은 한국의 전략물자 수출 통제 제도가 불충분하며 수출과 관련한 부적절한 사안의 재발을 막겠다란 말만 반복했을 뿐 구체적 사례나 근거를 끝내 언급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 이호현 무역정책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6시간 가까이 이어진 양국 수출통제 과장급 대화에서 일본이 펼친 주장을 전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우선 지난 1일 발표한 두가지 수출규제 강화 조처 중 하나인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관련해 설명했다. 화이트리스트는 국제 전략물자 수출통제 4대 체제와 3대 조약에 모두 가입하고 캐치올(Catch-All·상황허가제도. 무기 제작 등에 사용될 수 있는 품목들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수출규제)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에 수출 허가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제도다. 일본 화이트리스트엔 한국을 포함해 27개국이 있지만, 일본은 한국을 배제할지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배제 사유에 대해 한국이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 규제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고, 지난 3년 동안 양국 협의가 제대로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국가에 견줘 한국에 캐치올 제도가 미흡한 사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둘째 조처인 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를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바꾼 이유에 대해서도 추상적인 설명만 했다. 일본은 공급국으로서 책임있는 수출 관리를 해야 하며, 한국 쪽의 짧은 납기 요청으로 수출 관리가 부족하다는 점을 규제 강화의 근거로 내세웠다. 또 ‘한국으로 가는 수출과 관련한 부적절한 사안’ 등이 발생하고 있어 유사 사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처라고 했지만, 부적절한 사안이 무엇인지 제시하지 않았다.

일본 쪽은 전략물자 국제통제체제의 관점에서 일본에서 한국으로의 수출통제를 적절하게 운영하려는 것이지 수출 금지 조처는 아니라는 점도 재차 밝혔다. 최종적으로 순수한 민간 용도라면 무역 제한의 대상이 아니고, 시간이 더 걸릴 뿐 수출이 허가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포괄허가가 개별허가로 바뀜으로써 심사 기간이 즉시에서 90일로 바뀌는 등 실제 규제 수준은 상당히 높다.

이날 회의는 일본 쪽의 이런 설명으로 시작했으며, 설명이 끝난 뒤에는 한국 쪽의 질문과 반박이 긴 시간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쪽은 한국의 캐치올 통제가 재래식 무기에 대해서도 높은 수준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점, 또 수출규제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조처가 사전 합의 없이 3일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점을 집중 제기했다. 일부 기업의 짧은 납기 압박은 기업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 쪽 반박에도 일본은 24일까지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을 위한 일본 내에서의 의견수렴을 받은 뒤 각의 결정 후 공포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공포되고 21일이 지나면 시행된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도 이날 회의 뒤 기자회견을 열어 회의 내용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략물자 수출규제 강화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 아니고 대항조처는 아니라고 정중히 설명했다”고 한다. 일본 언론에서 보도된 북한으로의 유출 문제를 한국 쪽에 “부적절한 일로 들지는 않았다”는 점도 밝혔다.

이날 비공개 실무회의는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에서 개최됐다. 한국 쪽 전찬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이, 일본 쪽 이와마쓰 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과장과 이가리 가쓰로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이 대표로 참석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1일 수출규제 조처를 발표한 이후 처음 열린 실무회의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 쪽에 국장급 협의를 이어갈 것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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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국 #불화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