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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7월 11일 09시 54분 KST

삼성, 회계사들에게 합병비율 보고서 조작 요구

1:0.35가 가능했던 이유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합병비율의 적정성을 평가한 보고서(합병비율 검토보고서)를 작성했던 딜로이트안진 소속 회계사들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삼성 쪽 요구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1 대 0.35’에 맞춰 보고서 내용을 만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보고서는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합병에 찬성하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근거로 쓰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국민 노후자금(국민연금)을 헐도록 한 삼성 쪽 책임이 더욱 명백해지게 됐다.

10일 <한겨레> 취재 결과, 삼성물산 의뢰로 합병비율 검토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안진 회계사들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삼성이 요구한 합병비율에 맞추기 위해 제일모직 가치는 높이고 삼성물산 가치는 낮추는 식으로 보고서 내용을 조작했다”고 진술했다.

 

한겨레

 

회계사들은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 가치를 낮추기 위해 두 회사의 사업 내용과 현금·부채 등을 조작했다.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실체가 없는 바이오 사업을 2조9천억원으로 평가했고, 1조5천억~2조원의 부채로 평가해야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콜옵션은 숨겼다. 또 삼성물산 가치를 축소하기 위해 현금성 자산 1조7천억원을 평가 때 뺐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할인율과 성장률도 조작됐다.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회계사들은 검찰에서 “합병비율에 맞추기 위해 보고서 작성 과정에 삼성 쪽과 지속해서 협의했다”고 진술했다.

안진은 이런 과정을 거쳐 2015년 5월25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 대 0.35가 적정하다는 취지의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를 작성해 삼성 쪽에 제출했다. 이튿날인 26일 삼성은 일정 기간 주가를 반영해 제일모직 주식 1주를 삼성물산 주식 3주와 맞바꾸는 1 대 0.35의 비율로 두 회사를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2014년 말 기준 삼성물산은 제일모직보다 영업이익은 3배, 자본금은 2.5배 더 많았지만, 합병비율(두 회사의 가치 비율)은 거꾸로 제일모직이 삼성물산보다 3배 높게 평가됐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은 보유하지 않았지만 제일모직 지분을 23.2% 보유한 최대주주여서,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이 이뤄질수록 통합 회사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었다.

이렇게 삼성 뜻대로 작성된 검토보고서는 그해 6월 삼성물산이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에게 1 대 0.35 비율 합병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객관적 근거로 쓰였다. 해당 보고서를 검토한 국민연금은 다음달 10일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정했고, 일주일 뒤인 17일 삼성물산은 주총에서 69%의 찬성으로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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