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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가 소개한 구독자 800만 유튜버의 등골 빠지는 노동생활

엠마 체임벌린이 주인공이다

  • 박세회
  • 입력 2019.07.10 16:06
  • 수정 2019.07.10 17:59
지난 6월 27일 루이비통 행사에 초대받아 참석한 엠마 체임벌린. 미국에선 럭셔리 브랜드의 행사에 유튜브 스타를 초대하는 게 그리 드물지 않다. 
지난 6월 27일 루이비통 행사에 초대받아 참석한 엠마 체임벌린. 미국에선 럭셔리 브랜드의 행사에 유튜브 스타를 초대하는 게 그리 드물지 않다.  ⓒRich Fury via Getty Images

18살의 엠마 체임벌린의 팔로워는 805만2326명이다. 웁스~! 이 문장을 쓰는 사이에  한 명이 더 늘었다. 엠마의 영상 중 조회수가 높은 건 2700만이 넘는다. 유튜브의 소재는? 컵케이크를 만들고,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친구들과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 그게 다다. 

어떻게 8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18살 아이의 익살에 푹 빠졌을까? 유튜브 만으로 엄청난 수익을 창조하는 건 단순한 재능이거나 운일까? 9일 뉴욕타임스가 체임벌린을 밀착 취재한 기사를 보면 이 유튜버의 성공 요인에는 재능이나 운보다는 노력이 더 큰 것 같다. 

체임벌린이 유튜브를 시작한지는 이제 불과 2년. 1개의 비디오를 편집하는데 보통 20~30시간을 쏟는다. 가끔 10~15시간씩 편집 시간이 늘어나기도 한다. 웃기고 재밌는 비디오를 만드는 과정은 하나도 웃기지 않고 재미도 없다. 뉴욕타임스의 표현에 따르면 ”비디오의 코믹적인 요소는 비디오를 만드는 즐거움에 반비례”한다. 20~30시간 동안 편집을 하면서 그녀가 웃는 시간은 “10초 정도”라고 한다. 

데스크톱으로 편집을 하다가 하도 오래 앉아 있어서 허리 통증이 생겨서 이제는 누워서 작업을 할 정도다. 하도 컴퓨터를 쳐다보고 있어서 18살의 나이에 노안이 왔다. 체임벌린은 이제 책을 볼 때면 할아버지처럼 돋보기안경을 쓴다.

영상의 소재를 정하고 기획하고 촬영하는 과정을 합치면 거의 회사원보다 더 오래 일하는 격이다. 특히 다른 유튜버들과 합동 출연을 할 때면 기획 단계부터 의사소통 시간이 추가되어 업무 강도가 배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체임벌린의 비디오를 보면 특유의 스타일이 있다. 얼굴을 괴상하게 확대하거나 축소해서 마치 굴곡 거울에 비친 것 처럼 찌그러뜨리고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녹음된 목소리를 집어 넣는다. 2년 전만 해도 그녀의 독보적인 스타일이었으나 이제는 유튜브 채널 어디에서나 쓰는 흔한 트릭이 되었다. 

애틀랜틱은 이런 편집 스타일을 처음으로 만들어낸 그녀에게 크레딧을 헌사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지난 3일 애틀랜틱은 ”엠마 체임벌린은 오늘날 가장 중요한 유튜버다”라는 기사에서 화장은 물론 가끔 샤워도 하지 않고 영상에 등장하는 그녀의 솔직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다른 유튜버들이 사치스러운 생활을 자랑하거나 과도한 화장을 하고 등장하는 것과 비교하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부모를 떠나 로스앤젤레스에서 혼자 사는 그녀는 최근의 미국 십대들이 가장 열광하는 유튜버로도 꼽힌다. 유튜브의 수익을 측정하는 소셜 블레이드에 따르면 체임벌린의 수입은 1년간 최소 12만달러(1억4000만원) 최대 200만달러(23억6000만원)다. 

유튜브에서 성공을 거두는 채널들은 이제 점점 산업화되고 기업화 되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캐릭터가 카메라 앞에서 문화나 사회 비판을 늘어놓는 것만으로도 팔리던 시대가 있었지만, 이제 그런 식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1명의 유튜버 뒤에는 기업 수준의 스태프들이 달라붙어 화장을 하고 옷을 입히고 방송 수준의 CG를 덧붙인다. 이미 영상의 수준은 개인의 힘으로 돌파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지난 2년 동안 보여준 1인 미디어 엠마 체임벌린의 성공은 이런 시대의 흐름을 역행한다. 그리고 그 성공의 이면에 등골 빠지는 노동이 있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미국은 물론 한국의 십대들도 장래 희망이 ‘유튜브 스타’라고 말하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디지털 매체 복스는 지난 2015년 벌써 유튜브 시장이 성숙해졌다며 ”과거처럼 운으로 유튜브 스타가 되기 힘든 시대”라고 정의했다. 특히 복스는 유튜브 채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바이럴을 타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점을 유튜브 시장이 어려워지고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2015년에도 힘들었다면 2019년에는 당연히 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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