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금태섭 의원은 "정치인에겐 정치가 직업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획] 국회는 어쩌다 혐오시설이 됐나? - (2) 국회의원 금태섭 인터뷰

  • 백승호
  • 입력 2019.07.10 12:12
  • 수정 2019.07.11 10:36

정치인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통제를 받아야 합니다. 민의를 살피고 그것을 토대로 국정을 운영해야 합니다. 이 간단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서일까요? 한국 정치, 특히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했습니다. 사람들이 국회의원의 말을 무조건 믿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국회가 사람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불신이 더 커진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프포스트는 모바일 리서치 기업 오픈서베이와 함께 정치혐오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조사 결과,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국회에 대해 큰 불만과 불신을 보인 가운데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을수록 그 불만의 정도는 더 컸습니다.

정치가 무엇인지를 정치권에서 제대로 말해주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인들을 찾아가 직접 그 해명과 반성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을 통해 ‘진짜 정치’의 단면을 보고 싶었습니다.

이번 기획인터뷰는 보좌관 김성회, 국회의원 금태섭, 국회 사무총장 유인태를 상대로 진행했으며 총 3편에 걸쳐 게재됩니다.

 

ⓒjtbc

“과정이 정당하지 않으면 그 결과도 잘못되는 거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게 네 방식이야?” – 이성민 의원

“지금 그게 중요해요? 이기는 게 중요하죠? 세상을 바꿔보겠다면서요. 그러면 어떻게든 이겨야 뭐든 할 거 아닙니까? 저기 저 사람, 매년 왜 여기 와서 시위하고 있는 줄 아세요?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으니까요.” – 장태준 보좌관

 JTBC 드라마 보좌관은 앞선 두 인물의 갈등을 통해 정치의 ‘본질’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힘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그렇게 이기는 것은 세상을 바꿔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정치는 이성민과 장태준 사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늘 갈팡질팡하며 움직인다.

소신을 지키다 옷을 벗었던 검사, 성소수자 문화축제에 나가서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초선의원 금태섭에게 두 인물 중 누구에 더 가깝냐고 물었다. 금태섭 의원은 “옳은 것이 결국엔 이긴다”며 이성민 의원을 택했다.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에 대해 ‘사명감’ 때문이냐고 묻자 그는 그저 “정치가 해야 할 일”이라며 대답을 아꼈다.

 

ⓒ금태섭

 

정치인은 자기 속내를 그대로 이야기하지 않고 빙빙 돌려서 말한다. 언론사에 일하는 입장에서 정치인의 발언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매번 해석해야 한다. 그렇게 돌려서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일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평론가의 역할이다. 그러나 정치인은 평론가가 아니다.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법안을 논의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야당과 타협을 해야 통과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옳고 당신들은 틀렸다고 시비를 걸 수만은 없다. 어떻게 하면 야당이 우리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소위 ‘사이다’ 발언을 하면 순간적으로 지지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줄 수는 있다. 그런데 그 말이 협상 국면을 더 꼬이게 만들 수도 있다. 그건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생각 그대로를 밝히는 것보다 발언의 효과를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정치인들은 카메라가 돌고 있는 현장에서는 죽일 듯이 싸우다가도 사석에서는 형님 동생하고 친하게 잘 지낸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 실제로도 그런가?

저도 국회에 들어오기 전에는 그런 모습이 참 보기 별로였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고 싸웠던 사람이랑 어떻게 친하게 지내나. 그런데 들어와 보니 이해가 되더라. 정치는 본질적으로 싸우고 다투는 곳이지만 양보하고 타협하는 곳이기도 하다. 통과시켜야 할 법이 있는데 야당이 결사적으로 반대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경우 많다. 밥이라도 같이 먹고 친한 척이라도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걸 해야 한다. 그게 정치인의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생각이 너무 다르고 가치관이 정반대라면 마음속 깊이 친해지기는 어려운 건 사실이다.

 

많은 정치하는 분들, 특히 여당에 계신 분들은 야당을 ‘싸워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건강한 견제를 위해 필요한 존재’로 보신다. 어떤 의미인가?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나길 바라는 건 어느 정치세력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그걸 이루기 위해 각 당이 내놓는 입장이 다르다는 점이다. 때로는 민주당이 내는 안이 틀릴 수도 있고 자유한국당이 내놓는 안이 맞을 수도 있다. 정부와 여당이 힘을 합쳐 국정을 운영할 때 옆에서 계속 감시하면서 지적해줄 수 있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그래야 시행착오를 줄이고 가장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우리는 수많은 정치제도를 실험한 끝에 민주주의를 채택했다. 민주주의는 신뢰와 믿음에 기초한 제도가 아니라 불신과 견제에 기초한 제도다. 어떤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더라도 잘못할 수 있으니까 한 정치세력을 다른 정치세력이 견제하는 것이다. 한 정치세력이 판단을 잘못 내리고 있으면 국민들은 다른 정치세력으로 정권을 교체하기도 한다. 만약 하나의 세력이 항상 올바른 답을 내릴 수 있다면 왕정을 해도 상관없다. 그런데 모든 민주 국가에서 다당제를 채택하고 있다. 어느 한 쪽이 항상 정답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뷰가 진행된 당시에는 자유한국당이 여전히 국회에 들어오지 않았던 시기였다. 지금 야당이 ’건강한 정치세력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금태섭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여전히 국회 밖에 계시다”며 “빨리 국회에 들어와서 견제의 목소리를 내 달라”고 요청했다.

 

ⓒHuffpost KR

 

정치드라마를 보면 재벌기업이 유력 정치인의 스폰서로 등장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대부분 불법이다. 현실의 반영인가? 아니면 극적 장치인가?

드라마에서 나온 것처럼 재벌기업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편의를 봐준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있더라도 대단히 예외적이다.

예전에는 선거 한 번 치르기 위해서 정말 막대한 돈을 썼다고 들었다. 지역구민들 밥도 사주고 선물도 돌렸던 관행이 있었다. 선거에 돈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선거에 나올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계파정치가 사라지지 않았다. 제왕적 권력을 갖고 있는 총재들이 공천도 주고 선거자금도 제공해야 보통 사람들이 정치에 뛰어들 수 있었다. 엄청난 자산가가 아니라면 공천만 받아서는 당선되기 힘들었다.

요새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선관위가 강력하게 감시하고 제재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 정치자금이나 선거자금이 대단히 투명하게 관리된다. 유권자들한테 밥이라도 한 끼 사주면 거기에 있던 사람들이 선관위에 바로 제보한다. 몇십만 원, 몇백만 원만 잘못 사용해도 시민단체에서 바로 지적이 들어온다. 경로당 같은 곳을 찾을 때면 죄송한 마음도 든다. 여름철에 더우니까 수박 한 통 사들고 가면 좋겠는데 이게 문제가 된다. 그래서 빈손으로 찾아가서 죄송하다고 말씀 드린다. 그러면 어르신들도 ‘절대 그래선 안된다’며 이해해주신다.

 

허프포스트가 지난 5일, 모바일 리서치 기업 오픈서베이에 정치혐오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의뢰한 결과 응답자의 84.4%는 ‘국회의원이 일을 못한다(매우 못한다 49.4%, 못한다 35%)’고 응답했다. 국회의원이 받는 보수는 현재의 절반 수준인 월 621만원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많은 국민들은 국회의원의 월급을 깎아야 한다고 말한다. 금태섭 의원께서도 예전에 국회의원이 ‘국민 평균 수준(약 400만원)‘의 월급만 받으면 된다고 하셨다. 너무 적다고 생각하진 않나? ‘내가 이렇게 어렵고 중요한 일을 하는데 기업 부장하고 있는 친구보다 적게 받아서 되겠냐’는 박탈감 같은 게 들지 않나?​

국민 평균 소득을 받는 데 박탈감을 느낀다고 할 수는 없다. 국회의원의 보수는 국민들이 결정하는 게 맞고 지나치게 높다 싶으면 깎을 수도 있다. 다만 그게 정치 불신 때문이라면 곤란하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 국민들께서 국회의원 월급은 깎자고 말씀하시면서 장관 월급을 깎자는 말씀은 안 하신다. 언론도 그렇고 사회 전반적으로 정치를 불신하고 국회를 경시하는 풍조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고 국회의원은 자기 손으로 뽑은 사람인데 장관의 보수가 국회의원의 몇배가 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드라마에서 보면 정치인들은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경쟁자의 약점을 캐내고 그것을 통해 거래를 하거나 나락에 빠뜨린다. 이런 일이 실제로도 벌어지나?

특정 정치인에게 비리나 악행이 있다면 알려야 한다. 정치인은 공인이다. 아무리 친한 의원이라도 위법행위가 있다면 국민들께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그걸 떠나서 자기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거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누군가를 배신하고 곤경에 빠뜨리는 것은, 한 두번은 먹힐지 모르겠지만 계속하다 보면 정치인들 사이에서 평판이 나빠진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생긴다.

 

금태섭 의원은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한다. 유튜브에 금태섭 TV를 만들어 자신의 활동을 홍보한다. ‘의정활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금태섭 의원은 “정치는 공적인 일이다. 사생활이 아니라면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두 유권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답했다.

 

ⓒHuffpost KR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너무 심하다 보니 최근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필요하다는 말까지 등장했다.

먼저 국회의원들이 신뢰를 주지 못해서 그런 여론이 생기는 거니까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국민들께서는 일을 제대로 못하는 국회의원들 임기를 왜 끝까지 기다려줘야 하는지 의문이 생기실 수도 있다. 그런데 국민소환제를 실시하면 국회의원들이 소신을 지키기 어렵다. 인기에 영합해야 한다. 인기 없는 주제, 소수자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

저는 자유한국당과는 정반대의 철학을 가진 사람이지만 과거 한나라당이 이자스민 의원을 비례대표로 뽑은 것은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민주당이 먼저 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당시 이자스민 의원에 대한 반응을 생각해보자. 당시에 국민소환제가 있었다면 이자스민 의원은 소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면 지금 태극기 시위하시는 분들이 민주당 의원을 소환하겠다고 나서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반대편 의원들을 소환할 것이다. 그러면 의회 정치가 깨진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잘못할 때도 있고 국민들께서 실망하실 때도 있지만 임기 동안에는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게 해주셨으면 좋겠다. 맘에 안드신다면 선거로 심판하시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버텨봤자 4년이 지나면 누구나 다 선거를 치러야 한다.

 

최근 한겨레에 ‘국회의원이 사는 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고 계시다. 검사 재직 시절에도 비슷한 일을 하셨다. 일종의 사명감인가?

예전에 신문에 ‘현직검사가 말하는 제대로 수사받는 법’을 썼고 결국 검찰에 사표를 쓰게 됐다. 그런데 그때도 조직 내부의 부조리를 폭로하겠다는 의도는 아니었다. 검찰이 국민들의 신뢰를 못 받고 있으니 정확하게 알려서 고쳐야 할 건 고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풀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치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치인도 노력해야 하지만 유권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도 국회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국회는 국가기관 중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집단이다. 여론조사를 해도 신뢰도가 낮게 나온다.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

물론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국민들이 정치인을 욕하고 스트레스가 풀릴 수 있다면 좋다. 그런데 그걸 넘어서 정치에 대한 기대가 없어지게 되면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쓰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우리 정치가, 국회가 일하는 내용을 알리고 싶었다. 국회에 대한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시키고 싶었다.

 

ⓒHuffpost KR

어느 국회의원실을 찾아가 봐도 책장에 책이 빼곡하다. 금태섭 의원은 그보다도 많았다. 거의 도서관 같은 분위기였다. 회의실 책상에는 ‘82년생 김지영’ 같은 소설과 ‘제인스빌 이야기’ 같은 산업분야 책들이 놓여 있었다. 금 의원에게 ‘책이 많다. 다 읽은 것이냐’고 묻자 “책을 아주 좋아한다”며 “책장은 자비로 설치했다”고 농담을 늘어놓았다.

그의 책상 한쪽에는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의미하는 ‘PRIDE’ 팔찌가 있었다. “이런 걸 하면 지지율에 도움이 안되지 않냐”고 묻자 “그래도 정치인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게 정치가 할 일”이라는 소박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정치인에겐 정치가 직업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은 민의를 듣고, 여러 이해집단과 협상한 뒤에 법안으로 만드는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금태섭 의원은 훌륭한 직장인이 틀림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정치 #국회 #인터뷰 #금태섭 #정치혐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