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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3만명' 일본 사회의 고립을 살핀 칸노 쿠미코가 한 말

칸노 쿠미코는 일본의 논픽션 작가다.

  • 박세회
  • 입력 2019.07.09 17:54
  • 수정 2019.07.09 17:57
ⓒ마이니치신문출판사

일본에서는 연간 3만명이 고독한 죽음을 맞는다. 혼자 사는 연립주택의 방에서 혼자 죽음을 맞이한 사체가 방치된 채 부패해 구더기가 꼬이고 악취가 흐른다. 이웃 주민의 신고로 집주인이나 경찰이 문을 따고 들어서야 주검을 발견한다. 이렇게 세상을 떠나는 이가 많아 ‘고독사 처리 전문 업체’도 생겼다. 일본의 논픽션 작가 칸노 쿠미코 씨는 고독사를 4년 동안 취재했다. 일본의 경제지 겐다이비즈니스가 ‘초고독사사회 : 특수청소 현장에 간다’를 낸 칸노 쿠미코에게 고독사의 실상을 물었다.

해당 인터뷰에서 사회에서 고립된 개인을 1000만명으로 추산한 칸노 씨는 이중 약 80%를 ‘셀프 니글렉트’ 혹은 ‘완만한 자살’ 상태에 들어섰다고 파악했다. 셀프 니글렉트(자기 방임)란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집안에 쌓아두거나, 식사를 하지 않거나, 의료 행위를 거부하는 등 자신을 돌보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셀프 니글렉트에 빠지면 자연스럽게 ‘완만한 자살‘의 상태에 들어선다. 수도와 전기가 끊기고, 가스가 끊겨 난방이 멈춰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칸노 씨가 취재한 것은 완만한 자살의 단계의 끝에 다다랐거나 목숨을 자신의 손으로 끊은 사람들의 거처를 청소하는 ‘특수 청소 업체’다.

칸노 씨는 겐다이비즈니스에 ”고독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계절은 여름”이라며 ”특수 청소 업체는 여름 대목에는 현장에서 현장으로 2개월가량 휴일 없이 일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특히 평범한 여자 대학생이 사는 집의 바로 옆 방에서 여름철에 1개월이나 방치된 70대 노인의 사체가 발견된 현장에 대해 말하며 ”보통의 생활을 누리고 있는 방과 벽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무수한 파리와 구더기가 꼬인 시신이 있다. 그것이 현대 일본 사회의 리얼”이라고 밝혔다.

또한 칸노 씨는 ”고독사라고 하면 노인을 생각하기 쉽지만, 30~40대의 한창 일할 나이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실업, 질병, 이론, 실연 등을 겪고 어느 날 뚝 하고 부러져 은둔형 외톨이가 되고 만다”고 밝혔다. 실제로 칸노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규슈의 한 여성은 40대였다. 직장 갑질로 회사를 그만두고 은둔하게 된 이 여성은 30kg 정도 밖에 나가지 않는 여윈 모습이었으며, 다다미방에서 편의점에서 산 냉동 페트병으로 혹서를 견디고 있었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 블룸버그, 인디펜던트 등의 외신은 2018년 일본의 고독사 특수청소 업체에 관련한 보도를 각기 내보낸 바 있다. 당시의 블룸버그의 보도를 보면 8000개의 회원사가 45억달러(약 5조3200억원)의 수입을 내고 있다. 

한국에서도 고독한 죽음이 늘어나며 관련 업체들이 점차 전문화되어 가고 있다. 지난 4월 매일신문의 보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500~1천명이 고독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4~2018년 6월)간 무연고 사망자는 무려 8173명에 달하며 2014년 1379명에서 2018년 상반기 1290명까지 45.6% 증가했다고 한다. 다만 모든 무연고 사망자와 고독사가 완전히 포개지는 것은 아니다. 홀로 죽었더라도 가족이 있는 경우 무연고로 분류하지 않고, 무연고로 사망했더라도 홀로 살다 죽지는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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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국제 #일본 #고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