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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신문 독자들이 '우유 먼저 vs 차 먼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찻잔에 우유를 먼저 부어야 할까? 아니면 차를 먼저?

  • 허완
  • 입력 2019.07.09 17:05
  • 수정 2019.07.09 17:07
ⓒAnita Vincze / EyeEm via Getty Images

영국에서 또다시 ‘MIF vs TIF’ 논쟁에 불이 붙었다. 한국의 ‘부먹 vs 찍먹’ 논쟁보다 훨씬 더 오래됐을 게 분명한 ‘우유 먼저(Milk In First)’ 대 ‘차 먼저(Tea In First)’ 논쟁이다.

8일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바에 따르면, 이 소소한 논쟁이 시작된 건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 7월4일자 신문에 실린 한 짧은 독자편지(Letters to the Editor) 때문이다.

남부 해안도시 브라이튼에 거주한다는 Bob Maddams라는 이름의 독자는 전날 잉글랜드의 패배로 끝난 2019 FIFA 여자월드컵 준결승에 대한 짤막한 소감을 보냈다. 

2019 FIFA 여자월드컵 준결승 미국 : 잉글랜드 경기에서 미국 대표팀의 알렉스 모건이 이날 경기의 결승골을 넣은 뒤 차를 홀짝거리는 골 셀러브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리옹, 프랑스. 2019년 7월2일.
2019 FIFA 여자월드컵 준결승 미국 : 잉글랜드 경기에서 미국 대표팀의 알렉스 모건이 이날 경기의 결승골을 넣은 뒤 차를 홀짝거리는 골 셀러브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리옹, 프랑스. 2019년 7월2일. ⓒCharlotte Wilson/Offside via Getty Images

 

(영국 특유의 ‘정중하게 돌려말하기’ 화법을 감안할 때, 이건 ‘미국인들이 차(茶)에 대해 뭘 알겠어’라는 뜻으로 읽힐 여지가 있는 글이었다.)

″잉글랜드를 상대로 미국의 결승골을 넣은 뒤 (미국 대표팀의) 알렉스 모건이 차를 마시는 셀러브레이션을 하는 걸 즐겁게 보기는 했는데, 우유를 먼저 넣어야 한다는 걸 그가 아는지 잘 모르겠네요.” 

ⓒTHE TIMES

 

이 짧은 글은 영국 내부의 즉각적인 논란을 초래했다. 다음날 신문에 실린, 남부 서리 카운티에 있는 한 작은 마을 출신 독자 Tom Howe씨가 보낸 글을 살펴보자.

″여자월드컵에서 알렉스 모건의 차 셀러브레이션에 대한 Bob Maddams의 독자편지(7월4일자)는 우유를 먼저 넣는 것이 올바른 방법임을 암시합니다. 저는 우유를 먼저 넣느냐 나중에 넣느냐의 문제는 원래 사회적 신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믿어왔습니다. 뜨거운 차를 부으면 값싼 자기제품이 깨지기 때문에 우유를 먼저 부어 온도를 낮춰서 그런 재앙을 피하는 것이지요. 고품질 자기류는 깨지지 않으므로 차 다음에 우유를 넣습니다만 이 자기는 매우 비싸서 상류층들만 살 수 있었기 때문에 차 먼저(tea first)가 관례가 된 것이죠.

그렇기는 해도 저는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방식이 올바른 것인지 신경쓰지도 않을 뿐더러 차이도 잘 모르고, 그저 훌륭한 차 한 잔을 원할 뿐이라고 봅니다.”

독자 투고는 이어졌다. 더타임스는 6일자 신문에 무려 네 건의 관련 독자편지를 게재했다.

ⓒTHE TIMES

 

레스터의 독자 Peter Sergeant씨는 ”왜 차에 우유를 먼저 붓거나 나중에 부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7월5일자)에서 Tom Howe씨가 언급하지 않은 게 있다”며  ”차가 자기를 얼룩지게 하므로 우유를 먼저 넣으면 이를 완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옥스포드셔의 독자 Christopher Murray씨는 스리랑카에 있는 유명 차 공장의 가이드가 이에 대한 자신의 질문을 일축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적었다. ”차 먼저죠. 그렇지 않으면 우유를 얼만큼 넣어야 할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햄프셔에 산다는 Frank Higgins라는 이름의 독자는 알렉스 모건 선수가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을 지칭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했고, 서리에 거주하는 독자 Catherine Money씨는 Howe씨의 의견에 공감을 표하며 ”누군가를 ‘약간 MIF(우유 먼저)’라고 묘사하는 것”의 사회적 의미를 짚었다.

ⓒEva-Katalin via Getty Images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지긋지긋한 논란을 종결짓겠다는 듯 런던의 한 독자가 나섰다. 7일자 신문에 실린 Nigel à Brassard씨의 글이다.

1946년 에세이 ‘A Nice Cup of Tea’에서 조지 오웰은 차를 컵에 먼저 부어야 한다고 정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함으로써 우유 양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요. 

한편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영국인들의 79%는 ‘차를 먼저 넣는다‘고 답했다. ‘우유 먼저’는 20%에 불과했다.

반면 2003년 가디언 기사를 보면, 영국 왕립화학회(Royal Society of Chemistry)는 수 개월 간의 연구 끝에 ‘우유를 먼저 넣어야 한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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