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7월 09일 11시 46분 KST

외교전문 유출 스캔들 : 트럼프가 영국 대사와 총리에 '발끈'했다

트럼프에 대한 킴 대럭 대사의 '솔직한' 평가가 담긴 외교 문건 유출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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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영국 국빈방문 당시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런던, 영국. 2019년 6월4일.

″나는 영국 테레사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8일(현지시각) 저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뜸 트위터에 운을 뗐다.

″그와 그의 대표자들이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것 좀 봐라. 나는 그에게 이것(브렉시트 협상)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말해줬지만 그는 다른 길을 택했다.” 

그러나 불과 몇 주 전 영국 국빈방문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메이 총리가 지금까지 브렉시트 협상을 ”매우 잘해왔다”며 ”그는 아마 나보다 좋은 협상가일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느닷없이 메이 총리를 ‘저격‘하고 나선 배경에는 최근 벌어진 외교전문 유출 사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언론 ‘메일 온 선데이’는 미국 워싱턴 주재 영국대사 킴 대럭이 작성해 본국으로 보낸 외교전문 내용을 6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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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대럭 미국주재 영국대사. 유럽연합(EU) 대사 등을 지냈던 그는 2016년부터 워싱턴DC에서 근무해왔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작성된 이 문건들에 따르면, 대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정부에 대해 솔직하고도 신랄한 평가를 내렸다.

‘우리는 이 정부가 더 정상적으로 되거나, 기능장애가 덜해지거나, 덜 예측불가해지거나, 덜 당파적으로 분열되거나, 외교적으로 덜 어설프고 덜 서툴러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또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뉴스‘로 치부하는 보도 대부분은 ‘진실‘이라고 적었고, 트럼프 대통령을 대할 때는 ‘간결하게, 더 나아가서는 직설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으며, 미국의 이란 정책은 ‘앞뒤가 맞지 않고 혼란 상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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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출된 논란의 외교전문을 작성한 영국 대사를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사가 영국을 위해 직무를 잘 수행해오지 못했다는 점 만큼은 말할 수 있다”고 힐난했다. ”그에 대해 내가 언급할 수도 있지만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의 ‘신경쓰지 않겠다’는 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다음날(8일) 메이 총리를 ‘저격’한 뒤 곧바로 이어진 그의 트윗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그 대사를 모르지만 그가 미국에서 인정을 받거나 좋은 평가를 받지는 않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그를 상대하지 않을 것이다. 위대한 영국에게 좋은 소식은 그들이 곧 새로운 총리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참으로 훌륭했던 지난달 국빈방문에서 대단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내가 가장 감명 받았던 건 여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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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포츠머스, 영국. 2019년 6월5일.

 

유출 문건 내용이 보도된 이후에도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대럭 대사에 대한 ”전적인 신임”을 표명했다.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의 평가”를 보고하는 게 바로 대사의 임무이자 권한이라는 이유에서다. 

″우리는 이번 유출이 매우 유감스럽다는 점을 미국 측에 분명히 밝혔다. (맥락에서 벗어나) 파편적으로 추출된 유출문은 친밀하고도 대단한 존경을 갖는 (두 나라의) 관계를 반영하지 않는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대사들이 파견국의 정치에 대해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의 평가를 내릴 수 있어야 함의 중요성 또한 강조했다. 킴 대럭은 총리의 전적인 신임을 계속해서 받을 것이다.” 총리실 대변인이 밝힌 입장이다. 

가디언은 총리실이 대럭 대사를 해임하거나 책임을 뭍기는커녕 적극적으로 변호한 게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총리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트윗 이후에도 그를 해임하거나 문책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대럭 대사를 ‘상대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불분명하다. 만약 정부 차원에서 업무 협조를 중단하도록 하는 조치를 뜻한다면, 외교관으로서 대럭 대사의 정상적인 임무수행은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