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2019년 07월 08일 15시 11분 KST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동일임금' 구호가 울려퍼진 배경은 이렇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시상을 위해 경기장에 들어서자 구호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USA TODAY USPW / Reuters
2019 FIFA 여자 월드컵 결승에서 네덜란드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미국 대표팀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리옹, 프랑스. 2019년 7월7일.

미국 대표팀이 FIFA 여자 월드컵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7일, 경기장에 모인 팬들은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향해 동일임금을 외쳤다.

미국은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네덜란드를 2 대 0으로 꺾었다. 오래 전부터 존재해 온 여성 축구에 대한 젠더 임금 격차 문제가 최근 몇 년 전부터 조명받고 있으며, 전세계 선수들은 FIFA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남녀 대회의 상금은 매우 크게 차이난다. 일례로 올해 여자 월드컵 총상금은 3000만 달러(약 354억원)인 반면, 2018년 남자 월드컵 총상금은 4억 달러(약 4719억원)에 달했다.

인판티노 FIFA 회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경기 후 축하 행사에 입장할 때 스타디움의 팬들이 ‘동일임금’을 외치는 것을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동일임금’을 외치고 있다

#FIFA 회장이 @EmmanuelMacron 대통령과 함께 들어올 때 스타디움에서 동일임금이라는 외침이 울려퍼진다

인판티노가 무대에 섰다. 스타디움 안의 모든 사람들이 ‘동일임금’을 외친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들어오자 스타디움에서 ‘동일임금’이라는 구호가 울려퍼진다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 5일 여자 월드컵 참가팀에게 수여하는 상금을 두 배로 늘릴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으나,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격차는 크다.

또한 이는 어디서 본 것 같은 대응이기도 하다. 지난해 FIFA는 여자 월드컵 상금을 1500만 달러 늘어난 3000만 달러로 올렸다고 발표했으나, 남자 월드컵 상금도 4000만 달러 늘렸다고 컬럼니스트 제시카 루터가 보도했다. 남자 월드컵 총상금은 이제 4억4000만 달러가 됐다는 얘기다.

여자 축구계는 상금 문제는 보다 큰 젠더 불평등 문제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해왔다. 여기에는 FIFA가 남자축구 경기에 비해 여자축구 경기를 등한시한다는 문제도 포함된다. 유럽의 주요 구단에서는 남자축구팀과 여자축구팀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여자 선수들에게는 구단 내 훈련시설 등을 이용할 기회가 동등하게 보장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Daniela Porcelli via Getty Images
미국 대표팀은 역대 네 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최강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사진은 결승전에 앞서 미국 대표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리옹, 프랑스. 2019년 7월7일.

 

여자 선수들에게 평등하게 돈을 지급하지 않는 축구 단체는 FIFA 뿐이 아니다. 지난 주에 50명 넘는 미국 의원들은 미국 축구협회(United States Soccer Federation)에 서한을 보내 여자축구 팀에게도 공정한 대가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여자 선수들의 기본급은 남자 선수들에 비해 약 3만 달러 적다. 협회가 지급하는 월드컵 진출 보너스도 적게 받는다.

지난 3월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 28명 전원은 미국 축구협회를 상대로 젠더 차별 문제를 제기하는 소송을 냈다. 협회가 여자 대표팀에게 남자 대표팀보다 적은 돈을 지급하고 동일임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이들은 훈련시설 및 여정 조건을 동등하게 보장하라고 협회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협회 측은 법원에 제출한 공식 입장문에서 남녀 대표팀의 임금 격차는 ”집계된 매출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맞섰다.

Charlotte Wilson/Offside via Getty Images
8회째 대회였던 2019 FIFA 여자 월드컵은 기록적인 시청자 수를 확보하며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은 미국과 네덜란드의 결승전에 만원 관중이 운집한 모습. 리옹, 프랑스. 2019년 7월7일.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반대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축구협회 재정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5년 월드컵 우승 이후 여자 대표팀은 미국에서 남자 축구에 비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티켓 판매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기당 매출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얘기다.

한 해 미국 축구협회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TV 중계권료와 스폰서십의 경우 남녀 대표팀을 합해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남녀 축구대표팀이 각각 매출에 얼만큼 기여했는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또 2015년 여자 월드컵 결승전은 남자축구와 여자축구를 합해 미국에서 역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시청한 축구 경기로 기록됐었다. 최근 나이키는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 유니폼이 한 시즌 동안 자사 웹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축구 유니폼이 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월드컵에서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지만 여자 대표팀은 이번이 벌써 네 번째 월드컵 우승이다.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네 개라는 독보적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3년 간 미국 여자축구 경기가 남자축구 경기에 비해 (미국에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격차는 특히 미심쩍다.” 의원들이 축구협회에 보낸 서한에서 지적했다.

 

* 허프포스트US의 Stadium Erupts In ‘Equal Pay’ Chants As U.S. Wins 2019 World Cup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