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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인터뷰] K-POP에 도전하는 일본 AV배우 미카미 유아의 이야기

"저의 삶의 방식을 바꾸고 싶지는 않아요."

  • 강병진
  • 입력 2019.07.04 14:02
  • 수정 2019.07.05 14:49
ⓒJun Tsuboike

7월 5일 일본 AV배우 미카미 유아가 이끄는 5인조 K-POP 그룹 ‘허니팝콘’(HONEY POPCORN)의 두번째 미니앨범이 한국에서 출시된다. 허니팝콘은 이미 지난해 또 다른 2명의 AV배우로 결성되어 K-POP 그룹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AV 배우에 대한 한국의 거부감 등 예상치 못한 역풍을 받았고, 이 그룹은 홍보조차도 거의 하지 못한 채 활동을 끝냈다.

ⓒ(C)kyun create.inc

허니팝콘은 이후 AV배우가 아닌 아이돌 연습생들을 추가해 5인조 그룹으로 재편성됐다. 지난 6월 말, 도쿄에서 만난 미카미 유아는 K-POP활동이 ”인생의 도전”이라고 말했다.

 

인기 아이돌 출신의 AV배우 

미카미 유아는 일본의 AV배우이지만, 그래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배우다. 아이돌 걸그룹 멤버 출신이라는 이력 또한 그녀를 아는 한국인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사실이다. 미카미는 지난 2009년 오디션으로 선발되어 일본 나고야에 본거지를 둔 인기 아이돌 그룹에 가입했다. 청순한 매력을 앞세운 이 그룹에는 ‘연애 금지’라는 규칙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 2013년 한 남자 아이돌과 미카미의 열애 장면이 담긴 사진이 잡지에 게재됐다. 이 사건이 있은 후 이듬해 미카미는 그룹을 졸업했다. 이후 팬들은 미카미의 행보에 크게 놀랐다. 2015년 미카미가 AV배우로 데뷔한 것이다.

- 인기 있던 아이돌 걸그룹의 멤버로 활동하다가 왜 AV로 옮긴 건가요?

ⓒJun Tsuboike

: 20살 때 아이돌을 그만두었어요. 스캔들도 있었고, 앞으로 청순한 이미지로 활동하는 것도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제안을 받았어요. AV라면 그런 것들을 모두 밝힐 수 있을 것 같아서, 오히려 저에겐 맞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 열애 사실이 잡지에 보도된 게 계기였나요?

: 네, 아이돌 생활을 그만두기 전 1년 정도 일이 끊긴 상태였어요.

- 일이 끊겼다고요?

: 활동을 하긴 했는데, 무대 공연과 악수회, 라디오 출연 등 소속만 되어 있으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최소한의 일밖에 못 했어요. 스캔들이 나오기 직전에 어떤 잡지에서 그라비아상 같은 것을 타게 돼서 그라비아 잡지에 대대적으로 나올 예정이었는데, 다 취소가 됐죠.

- ‘아이돌도 연애해도 되잖아’라는 생각은 안했어요?

: 안했어요. 그룹의 본거지가 (보수적인 관념이 강한 지역) 나고야였고, ”나는 잘못한 일을 했구나” 라고 생각했죠. AV로 갈 때는 ”아이돌로서 좀 더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후회도 있어서 “AV에서는 꼭 1등이 되겠다” 고 마음 먹고 노력했습니다.

 

소녀시대를 좋아했고 트와이스 팬클럽에 가입했다 

ⓒJun Tsuboike

AV업계에서 큰 인기를 얻은 미카미는 TV 드라마 출연이나 광고 모델, 패션 브랜드 런칭, 그리고 AV 배우로 편성된 일본 아이돌 그룹 ‘에비스 마스캇츠’ 등 다방면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그녀가 소속된 기획사 사장은 ‘허니팝콘’ 활동에 대해 ”다양한 활동은 연예인으로 수명을 늘리기 위한 것이며 본인이 K-POP을 좋아해서 제의해 봤다”고 밝혔다.

 

- AV 배우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활동하려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원래 K-POP을 무척 좋아해서 그냥 듣고만 있었는데, 기획사 쪽에서 제의를 받았죠. 거절하기엔 너무 아쉬웠어요. 기회를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 어떤 노래를 즐겨 들어요?

: (K-POP을 좋아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아이돌로 데뷔하기 전이었어요. 그때는 중학생이었는데요. 소녀시대가 일본에서 한창 인기였던 무렵에 ‘뮤직 스테이션’(일본 TV 아사히에서 방송되는 인기 음악 프로그램)에서 봤죠. 그때 K-POP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어요. 일본 가수들과 전혀 다르잖아요. 왠지 몹시 자극도 받았고요.

제가 있던 아이돌 그룹은 실력보다 멤버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팬들이 응원하는 스타일인데, K-POP 가수들은 무대에 대한 프로 의식이 강해요. 그래서 푹 빠졌습니다.

그 후 에이핑크를 굉장히 좋아하는 친구가 ”너도 좋아할 것 같다”고 보내준 MV를 보고 마음에 들어서 라이브 콘서트에 갔었죠. 트와이스 팬클럽에도 가입했고 (2019년의 일본 도쿄돔 공연도) 티켓을 직접 사서 갔어요.

- K-POP 그룹은 무엇이 다르다고 생각하나요?

: ”모두 키가 크고 다리도 길고, 스타일도 날씬하고, 남다른 외형이 무대에 박력을 주는구나, 스타일이 좋아야 한국에서 아이돌이 될 수 있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해요.

- 한국 데뷔를 준비하는데 힘든 건 무엇이었나요?

: 본업으로 K-POP을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룹 결성부터 데뷔까지 기간이) 6개월도 안됐을 거예요. 보이스 트레이닝도, 춤 연습도 매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한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제 개인적으로는 ”완성도를 더 높여서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요.

하지만 원래 한국 노래가 좋아서 듣고 있었고, 가사의 의미는 몰라도 외워서 노래방에서 부르기도 하니까, 특별히 언어 장벽은 크게 느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AV배우 데뷔반대’ 청원 

그러나 미카미의 한국 데뷔는 두가지 걸림돌과 마주했다.

2018년 3월, 데뷔곡 ’비비데바비데부”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서 공개되자 일본 K-POP 팬으로 보이는 수많은 비판 댓글이 일본어로 달렸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한국에서 금지된 AV 배우라는 이유로 “하니팝콘 데뷔 반대”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이 청원에는 최대 5만 2592명이 동의했다.

성인 비디오 배우의 아이돌 데뷔라는 선례를 만들어 다른 성인 비디오 배우들의 아이돌 데뷔가 이어지면 다른 여자 아이돌, 가수 등 또한 성적으로 소비되고 취급될 우려가 있습니다. 현재 미투운동으로 성범죄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고백이 이어지고 젠더권력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싸우고 있는 많은 여성들과 국민들의 시국에도 반하는 일입니다.(대한민국 청와대 국민청원 ”일본의 성인비디오(AV) 배우의 한국 아이돌 데뷔를 반대합니다.”)

비판을 받아 그 해 서울에서 예정되어 있던 쇼케이스는 행사 당일 취소되고 언론 관계자만 참여하는 발표회로 변경되었다. 방송 음악 프로그램 출연도 하지 못했다.

 

- 한국 반응은 예상하고 있었나요?

ⓒJun Tsuboike

: 음... 일본인이 K-POP을 하는데 비판이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요. 우리가 처음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다, 특히 우리 직업상 꼭 그렇게 될 거라고는 머리 속 어딘가에서는 알고 있었어요.

 

- 유튜브에는 K-POP을 좋아하는 일본 여성들의 비판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 그런 것 같아요. 남성 아티스트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에게 우리가 조금이라도 다가갈 것 같아서 싫어한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는데... (웃음) 오해를 만들게 되는 것은 우리 직업상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저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때 제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섹시한 여자가 다가가면, 아마 그런 여자한테 친구랑 욕을 막 했을 거예요.

-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라든지 ”직업에 귀천이 없는거 아니냐”라든지, ”왜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없을까”라는 생각은 없어요?

: 아니요, 전혀 없어요. 그런 의견이 있는 게 보통 일인 것 같아요.

-의외로 불만이 없어 보이네요.

: 저도 본업(AV)이 있기 때문이죠. 그쪽도 중요하고, 오히려 그쪽에서 일도 하고 돈도 받고 있으니 그것을 지울 수는 없죠.

 

K-POP 데뷔는 인생의 도전

- 한국에서도 춤연습을 했다고 들었는데요?

: 네, 연습량도 전혀 다르고, 기초 훈련이나 근육 단련도 무척 힘들어서 지금까지 제가 즐겨듣던 K-POP 스타들은 늘 이런 연습을 하고 있구나, 이런 힘든 일을 해야 무대에서 빛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에게 있어서는 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할까, 인생의 도전이 되었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한국에 갈때마다 몸이 긴장됩니다.

- 한국 팬들의 반응은 있었어요?

: 허니팝콘 활동을 하면서 제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계정에 한국어 댓글이 굉장히 늘어났어요. 한국 분들이 ”다음 활동은 언제 하세요”라고 물어보는 댓글도 있죠. K-POP이 지금 영어권에서도 유행하는 것도 있어서 영어 댓글도 늘었어요. 활동 영역이 확장된 느낌이에요.

 

″비판을 두려워 하면, 오히려 안 좋다”

ⓒJun Tsuboike

미카미는 앞으로도 AV를 본업으로 하면서 K-POP 활동도 계속하겠다고 한다. 비난을 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 1집 활동을 하면서 많은 비난을 받았는데, 그래도 굳이 다시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원래 1집만으로 철수할 생각은 없었어요. ”뭐라고 하니까 그만두자” 같은 가벼운 마음도 아니었어요. 또 다시 비판을 받을 수 있고 관심조차 못 받을 수도 있지만, 무조건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 이번에는 새로운 멤버들이 들어와서 전혀 다른 그룹이 될 것 같아요.

: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들”로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K-POP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애들이라는 게 조금이라도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연습에 모든 힘을 쏟아낼 수 있으면 다를 수 있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시간이 없네요. 연습 시간도, 공부 시간도 제한된 조건 아래서 열심히 하자는 겁니다.

- 1집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바꾼 것은 있나요?

: 비판을 두려워하면서 하면 오히려 안 좋을 것 같고요. K-POP 자체가 제가 좋아하는 취미인데, 그것에 피곤해하면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K-POP은 계속 좋아하고 싶어서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즐기면서 할 수 있으면 해요.

이번에는 1집에 비해 뮤직비디오나 무대의상에 저희들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됐어요. 한국어를 할 수 있으면 한국 팬들 인상도 크게 바뀔 것 같아서 한국 드라마도 한국어 자막을 달아 보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원래 (K-POP을) 좋아하고, 그것이 제 일상 생활 속에 있었고, 한국어도 잘할 수 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으니까요. ”공부해야한다”라든가 “연습해야한다”’라기보다는 좋아서 하는 부분이 클지도 몰라요.

- 여전히 한국에서는 AV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이해받기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은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에요?

: 글쎄, 지금의 미카미 유아(의 지명도)를 만든 건 아마 AV죠. 이제 와서 (AV를) 그만두어도 과거는 남을 거고, AV를 발판으로 K-POP 아이돌이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니까요. 저의 삶의 방식을 바꾸고 싶지는 않으니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K-POP에서도 조금이라도 평가받을 수 있으면 해요.

- 이번 홍보 활동에서 해보고 싶은 것은?

: 1집 때는 거의 프로모션 활동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활동 무대가 좀 더 넓어지면 좋겠고요. 한국에서 야외 라이브 같은 것도 할 수 있으면 해보고 싶습니다.

2집 미니앨범의 제목은 “De-aeseohsta”. ”용기를 가지고 자기자신을 사랑하라” 는 주문으로 한국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7월 5일에는 작년에 이루지 못한 쇼케이스도 서울에서 예정되어 있다. 

*허프포스트일본판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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