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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쏘 왓'으로 돌아온 박해미는 "앞으로 더 열심히 살 것"이라고 말한다 (인터뷰)

박해미는 30년 가까이 뮤지컬 제작을 해왔다.

ⓒ해미뮤지컬컴퍼니 제공

“오케이 잘했어.” “오케이 좋아.” 지난달 24일 서울 대학로의 한 건물 지하 1층 오디션장. 우렁찬 목소리가 벽을 타고 로비까지 전해진다.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짐작이 간다. “오케이”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찰지게 말할 수 있는 사람. 걸크러시의 원조 박해미다. ‘오케이’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 속 ‘박해미’가 사용해 유행이 됐는데, 실제 그가 잘 쓰는 말이기도 하다. 듣는 사람도 힘 나게 만드는 ‘오케이 해미’를 최근 만났다.

그는 지금 ‘오케이’만큼 쿨한 제목의 뮤지컬 <쏘 왓?>(8월 개막)을 만들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해미뮤지컬컴퍼니에서 기획·제작하고, 총감독도 맡는다. 기성세대의 억압 속에 살던 청소년들이 서로 고민을 나누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내용인데 특히 청소년의 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잘못된 경로로 성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청소년이 많다. 성에 대한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며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청소년 성범죄가 늘고, 여혐·남혐 등 성을 대결구도로 나누는 현실이라 눈길을 끈다. 이종원 음악감독, 오광욱 연출과 호흡을 맞춰, 원작인 100년 전 연극 <스프링 어웨이크닝>에 랩을 섞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1984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로 데뷔한 박해미는 30년 가까이 뮤지컬 제작을 해왔다. 그런데도 <쏘 왓>엔 유독 관심이 쏟아진다. ‘그 일’ 이후 근황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기사들이 속속 등장하는 등 추측이 난무하는 탓이다.

남편의 교통사고와 그로 인해 희생된 제자들, 그리고 이별까지. 칠흑 같은 어둠을 헤맸을 그는 뮤지컬로 스스로를 다잡으며 지내고 있다. 9월엔 뮤지컬 <위 윌 록 유> 연습을 시작한다. 영국 국립예술대학 유시에이(UCA)와 문화 교류 프로그램 중 하나인 공연 <심청가>도 내년 개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유시에이의 대학 1년짜리 과정도 서울에서 올해 9월 문을 연다. 그는 “대부분 예전부터 추진하던 것이지만 아픔을 겪은 이후 일에 더 빠져들었다”고 했다.

“일에 빠져 사는 게 좋다”고 하면서도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말을 아끼는 그의 마음엔 짙은 죄책감이 응고돼 있는 듯 보였다. “열정적으로 살던 젊은 배우들이 죽은 데 대해 죄의식을 갖고 있어요. 앞으로도 영원히 그래야겠죠.”

뮤지컬 제작에 힘을 쏟아 공연계 후배들에게 좀 더 많은 길을 열어주려는 각오는 사고 이후 더 단단해졌다. “번 돈 다 써가며 굳이 공연을 제작하느냐는 얘기를 예전부터 들었어요. 하지만 무대에 서겠다고 오는 친구들을 보면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이 바닥이 어려운 걸 아니까. 그 열정 갖고 여기까지 왔는데 지푸라기라도 던져주고 싶었어요.”

<쏘 왓> 같은 청소년 공연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그는 제작을 시작한 이후 주로 청소년 공연을 많이 만들어왔다. 1997년 제작한 <사고뭉치 길들이기>는 집을 나와 대학로에서 배회하던 아이들과 함께 만들었다. 그는 “아이들의 개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며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쏘 왓>은 전 배역을 오디션으로 뽑는 등 배우 발굴에도 공을 들였다. 120명이 지원해 10명이 뽑혔다. “유튜브를 개설해 배우들을 알리는 등 <쏘 왓>을 통해 ‘대학로 스타’를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거침없이 하이킥>의 김병욱 감독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교 친구에게 당차게 악수를 청하는 모습을 보고 그를 캐스팅했다고 한다. 이후 박해미는 ‘멋진 언니’의 대명사였다. 가시밭길 걷는 아픔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걷는 그를 향해 “역시 멋진 언니”라는 응원 목소리가 높아 힘든 만큼 위안도 받는다. “많은 것을 내려놓았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살 거예요.” 분위기가 가라앉으려고 하자 박해미는 하이톤으로 말했다. “오케이,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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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미 #뮤지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