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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법은 어떻게 임산부를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는가?

앨라배마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 박세회
  • 입력 2019.07.02 17:39
  • 수정 2019.07.02 17:49
ⓒmirror-images via Getty Images

지나치게 비이성적이라 전 세계를 혼돈에 빠뜨린 앨라배마의 ‘마샤 존스’ 사건의 개요를 살펴보자.

임신 5개월의 마샤 존스는 지난해 12월 한 마트 앞에서 회사 동료 에보니 제미슨과 남자 문제로 몸싸움을 벌였다. 몸싸움이 거칠어지자 제미슨은 지갑에서 총을 꺼내 바닥을 향해 위협사격을 했다. 바닥을 맞고 튕긴 총알이 존스의 배에 맞았다.

존스의 생명은 건졌으나 태아는 죽었다. 기소 여부를 결정짓는 대배심은 총을 쏜 제미슨의 행동이 ‘정당방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임신 중인데 먼저 싸움을 건’ 존스의 행동은 살인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총에 맞아 아이를 잃고 병원 생활로 직장도 잃은 존스를 체포했다. 

아주 단순하게 존스가 임신을 하지 않았다고 상정해보자. 존스는 기소됐을까? 임신하지 않은 두 여성의 싸움이었다면 총을 쏜 제미슨이 기소됐을 것이다. 물론 ‘정당방위‘로 기소 유예 판정을 받았을 수는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존스가 체포되어 재판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앨라배마의 사법 체계는 아이를 낳을 때까지 조신하게 행동해야하는 존스에게 ‘태아를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한 죄’를 묻고 있는 격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의 법학교수 미셸 굿윈은 지난 1일자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앨라배마의 법 체계가 임산부를 기소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며 미국의 법 체계가 임신을 범죄화 하고 있는 현상을 설명했다.

어맨다 킴브로우의 체포 사진. 
어맨다 킴브로우의 체포 사진.  ⓒColbert County Sheriff's Office

그 첫번째는 어맨다 킴브로우의 사례다. 가디언이 자세히 전한 그녀의 사례를 살펴보면, 약물 중독과 싸우던 어맨다 킴브로우는 아이를 사산한 죄로 기소되어 징역형을 살았다. 지난 2008년에 킴브로우가 낳은 아들 티미는 미숙아로 태어나 19분만에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의사는 태아 사망의 원인을 ‘제대탈출증‘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당국은 그녀의 소변 샘플에서 검출된 메타암페타민에 집중해 검출됐다. 이후 앨라배마 주는 킴브로우를 ‘약물로 위험에 처하게 한 죄’를 물어 기소했다.

‘아이를 약물에 의한 위험에 처한게 한 죄’는 원래는 부모가 가정에서 마약류를 제조하다가 아이들이 유해 가스나 폭발로 인해 위해을 입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규정한 범죄지만, 이후 앨라배마 검찰은 이 법에 근거해 임신 중에 약물을 사용한 여성들을 기소했다. 재판에서 그녀는 10년 복무를 조건으로 유죄를 인정했다. 무죄를 주장하며 싸우다 패소하면 무기징역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바륨을 복용하고 아이를 사산한 죄로 징역형을 받은 케이시 셰히의 사례다. 당시의 상황을 취재한 프로퍼블리카의 보도를 보면 셰히가 2014년에 낳은 아들 제임스는 태어나자마자 소변 검사를 받아야 했다. 셰히의 약물류 검사에서 벤조디아제핀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셰히는 벤조디아제핀과 관련된 약물, 자낙스나 클로로핀이나 아비탄을 복용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몇 주 전 전 남편과 싸우다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신경안정제인 발륨을 복용한 것을 기억했다.

걱정할 만한 양은 아니었고, 아이의 몸에서는 약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수 주 후 에토와 카운티의 보안관서에서 나온 조사관들이 영장을 들고 들이닥치더니 ”고의로 또는 부주의하게 아이를 민감한 약물에 노출 시킨 혐의”로 그녀를 끌고 갔다. 

ⓒASSOCIATED PRESS

프로퍼블리카가 당시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이를 약물로 인해 위험에 처하게 한 죄’가 법으로 규정된 2006년부터 20015년까지 479명의 여성이 이 법으로 기소됐다. 

굿윈 교수는 뉴욕타임스의 칼럼에서 이 두 케이스를 소개하며 ”그러나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엄마를 기소하는 사례가 앨라배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2006년도에 미시시피 주는 임신 중 코카인을 복용하고 태아를 사산한 레니 깁스에게 ”생명을 무시한 결과로서의 살인(depraved heart murder)”죄를 적용했다. 프로리퍼블리카의 보도를 보면 주 검찰은 기소장에 ”임신 중 코카인을 흡입함으로써 부도덕하게, 계획적으로, 범의를 가지고 아이를 죽음에 처하게 헸다”고 밝혔다. 

굿윈 교수는 이어 ”임산부를 향한 공격적인 기소 관행이 과거 남부의 노예주(남북전쟁 전 미국에서 노예 제도를 인정한 주)에서 묘하게 자주 벌어지기는 하지만, 북부라고 깨끗한 것은 아니다”라며 아이오와 주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진 일로 기소당한 임산부의 사례 등을 소개했다. 

이어 굿윈 교수는 ”임신한 여성-특히 유색인종의 가난한 임산부들을 무가치한 처벌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라며 ”임신의 범죄화만으로 내가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다른 모든 선진국들보다 임산부 사망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뇌사 환자에 대한 의료지시서보다도 우선시되는 법률, 강간과 근친상간도 예외로 하지 않는 반낙태 법률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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