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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 한국에는 오히려 득?

국내 업체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 백승호
  • 입력 2019.07.01 16:44
  • 수정 2019.07.01 16:56

일본 정부가 1일, 반도체 제조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이 수출을 규제하는 품목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인 포토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다.

 

ⓒBloomberg

 

일본의 이번 규제가 수출 자체를 금지하는 조치는 아니다. 일본은 그간 반도체 소재와 관련해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수출할 경우 그 절차를 간소화해왔다. 일종의 ‘우대조치’였다. 일본은 오는 4일부터 한국을 우대대상에서 제외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수출제한 조치로 인해 한국이 단기적인 타격은 입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한국에 득이 될 것이라는 분석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국내산 소재의 비중을 늘리면서 국내 소재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의 저자 경남대학교 양승훈 교수는 이번 일본 수출 제한 조치로 ”단기간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도 ”중장기적 전망으로는 이번 위기가 소재 부품 장비 분야 국산화율을 높여 제조업 생태계의 질적 전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양승훈 교수는 ”소재, 부품, 장비 분야의 경우 제조업 완성품사와의 오랜 협업 관계를 통해서 만들어진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선진국의 영역”이라며 ”한국은 충분한 노하우가 축적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는 기업의 투자유도와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준비를 잘한다면 국산화율이 늘어날 수 있는 호재”라고 언급했다.

실제 산업자원부는 지난 2018년 2월 후발국과 5년 격차를 유지하고, 선진국과 5년 격차를 극복한다는 의미를 담은 ‘GAP 5’ 전략을 발표하며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을 20%(17년 기준)에서 30%로, 소재 국산화율을 50%(17년 기준)에서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그러나 IBK 경제연구소는 ‘반도체 산업 현황 및 우려 점검(2019)’ 보고서를 통해 ”(최근 2년간의) 반도체 슈퍼 호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반도체) 소재, 장비 기업들의 영업실적 개선 폭이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산업 호황이 소재시장 확대로 직결되지 않는 구조인 데다가 반도체 제조 대기업도 국산화율의 시급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국내 소재 업체의 성장 기회가 없었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이번의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KTB투자증권은 ”우리나라는 전 세계 메모리 생산설비(CAPA) 점유율이 53%에 이르는 세계 최대 소재 시장인데 현재 도시바나 샤프 등 일본 업체들은 점유율을 늘릴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반도체 기업은 일본 소재 업체들의 ‘큰손’이다. 일본의 소재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판로를 넓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번 일을 계기로 국산화율을 높인다면 오히려 일본 소재기업들이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수출 제한에 따른 단기적인 위험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일본의 규제가 현실화 되면 재고 부담이 큰 국내 메모리 업체들은 자연스럽게 감산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TB투자증권 김양재 애널리스트도 ”최악의 경우 국내 반도체 제조사의 단기 생산차질은 불가피하겠지만, 현재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수급은 공급 과잉 국면”이라며 단기적인 효과가 적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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