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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왜 트럼프의 '깜짝 만남' 요청에 응했을까?

시기, 형태, 명분까지 충분하다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BRENDAN SMIALOWSKI via Getty Images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만남’ 요청에 전격 화답하고 나선 것은 만남의 시기와 형태, 명분까지 충분하다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에는 하노이 회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비핵화 의지가 변함없음을 재확인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를 과시하는 효과도 플러스 요인이다.

우선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초대에 응한 것은 올해 안으로 미국과 비핵화-관계 정상화 협상의 진전을 봐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 “미국의 용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히고는 계속해 미국 쪽에 “새로운 셈법”을 촉구해왔다. 그러면서도 북-러,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지’와 함께 ‘대화를 통한 해법’을 강조하며 미국과 대화 재개 시점을 조심스레 타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BRENDAN SMIALOWSKI via Getty Images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쪽이 잇달아 발신한 대북 유화 메시지도 김 위원장이 움직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리라 관측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19일(현지시각)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언급한 뒤 28일에는 “동시적·병행적” 접근법을 재차 확인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미 모두 올해 안에 성과를 봐야 한다”며 “비건 특별대표가 사인을 보내면서 양쪽이 동시적·병행적 접근법 또는 포괄적·단계적 접근법에 대한 일정한 컨센서스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가을 2020년 미국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면 협상을 재개할 계기를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고려 요소 가운데 하나였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톱다운’ 정상외교를 선호하는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은 멈춰선 북-미 협상을 재개할 가장 좋은 출발점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이 이날 깜짝 만남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훌륭한 관계” 덕에 성사됐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러 가는 형식이어서, 하노이가 ‘빈손 회담’으로 끝나 국내 정치적으로 곤란할 수밖에 없었던 김 위원장의 면이 서게 되는 이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보러 디엠지에 온다는 것 자체가 명분이 될 수 있다”며 “(북한) 내부에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회의감이 있다면 불식하고 북-미 정상 간 신뢰관계를 다시 상기해줄 수 있어 실익이 크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이날 오후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밝힌 공식적인 이유는 “앞으로 더 좋게 우리(북-미)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만남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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