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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등판하는 '쿠어스 필드'가 류현진에게 특히 위험한 물리적 이유

'투수들의 무덤'의 물리학

ⓒJustin Edmonds via Getty Images

류현진의 소속팀 LA다저스가 콜로라도 로키스와 28일(현지시간)부터 4연전을 치르고 있다. 28일 1차전의 다저스 선발 투수는 지난 22일 콜로라도전에서 9이닝 동안 삼진 16개를 잡아내며 완봉승을 거뒀던 워커 뷸러였다. 

28일 경기 전까지 6월 평균 자책점 0.87을 기록 중이던 뷸러는 5⅔이닝 1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7실점의 난타를 당했다. 그러나 뷸러만 그런 건 아니다. 콜로라도 선발 피터 램버트 역시 4⅔이닝 9피안타 2탈삼진 5실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과만 보면 12대 8로 다저스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러나 양팀은 이날 홈런 7개를 포함해 33개의 안타와 총합 20득점을 주고 받는 방망이 전쟁을 벌였다. 자칫 스코어와 기록만 보면 ‘유사 스포츠 논란’ 혹은 ‘잘 하는 일반인 야구‘로 보일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범인은 실력이나 컨디션 난조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쿠어스 필드 효과’다. 

지난 2007년 일리노이 주립대학교의 물리학과 명예교수 앨런 네이선이 로키스의 홈구장 쿠어스 필드의 물리학에 대해 쓴 글이 있다. 아주 간단히 요약하면 ‘제구로 승부하는 투수에게 쥐약이다’라는 내용이지만 류현진에 연관 지어 좀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쿠어스필드의 고도는 해발 5280피트(약 1609m)로 공기 밀도가 해수면의 82%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말은 공기가 공을 누르는 압력이 82%라는 뜻이고 이는 결국 공기 저항과 마그누스 힘 역시 82%라는 의미다. 공기 저항은 초속과 종속을 결정한다. 보통 투수의 손을 시속 152km로 떠난 공은 포수의 미트에 시속 138km로 꽂힌다.

이 속도 차를 만들어내는 게 공기의 저항인데, 공기의 저항이 적은 쿠어스필드에서 직구 위주로 승부하는 투수는 오히려 종속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네이선 교수는 쿠어스 필드에서의 종속이 최고 속도의 96%로 해수면에서 던질 때에 비해 1%가량 적게 떨어진다고 봤다. 그렇다고 쿠어스필드가 속구 투수에게 유리한 건 아니다. 속구(포심 패스트볼) 역시 회전을 이용해 공이 ‘덜 떨어지게’ 던지는 공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마그누스의 힘에서 설명하겠다.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류현진에게 중요한 건 마그누스 힘이다. 마그누스 힘은 공의 회전 방향에 따라 공을 둘러싼 유체(공기)의 상대 속도가 달라져서 공의 진로를 바꾸는 힘이다. 투수들은 변화구를 던질 때 공의 쥐는 방법을 바꿔서 회전 방향을 조절해 ‘마그누스 힘’이 작용하는 방향과 세기를 조절한다. 이 마그누스의 힘이 82%밖에 작용하지 않는 쿠어스 필드에서는 공이 휘던 대로 휘지 않는다.

네이선 교수는 ”오버핸드 커브볼의 경우 쿠어스에서 4인치 정도 덜 떨어지고, 오버핸드 패스트볼의 경우 4인치 더 떨어진다”고 밝혔다. 패스트볼이 ‘더’ 떨어지는 이유는 패스트볼이 위로 향하는 마그누스 힘을 활용하는 구종이기 때문이다. 

커브는 떨어지다 말고, 속구는 평상시에 원하는 곳보다 더 가라앉아 도달하니 투수들의 제구 영점이 엉망이 되는 곳. 그곳이 바로 쿠어스필드다. 

류현진은 타자를 힘으로 압도하는 투수가 아니다. 이번 시즌 류현진이 역대급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이유는 원하는 곳에 원하는 구종을 모두 집어 넣을 수 있는 엄청난 제구력 덕이다. 29일 쿠어스필드에서 치러지는 경기에서 류현진은 공기의 물리를 이길 수 있을 것인가! 

한편 류현진은 쿠어스필드에서 로키스를 상대로 통산 4경기에 등판해 1승3패, 평균자책점 7.56으로 부진했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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