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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확인하려면 첫 성관계 시기 밝히라는 수원대

인권침해라는 인권위 결정이 나왔다

ⓒ한겨레

대학교가 학생들에게 개인정보와 관련한 설문조사에 응답해야만 성적확인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결정이 나왔다. 해당 학교는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의 연애 경험 유무, 연애 상대의 성별, 첫 성관계 시기와 성관계에 관한 생각 등을 물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인권위가 공개한 결정문을 보면, 수원대학교는 2018학년도 2학기 성적 조회를 할 때 학생들의 생활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교내 학생생활상담연구소(연구소)를 통해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설문조사의 목적은 학생지원 정책 수립 기초자료 활용 및 바람직한 성인식 태도 고취를 위한 상담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었다.

그런데 설문조사의 문항이 강의 내용과 상관없는 부적절한 질문들로 구성된 게 문제가 됐다. 인권위 조사 결과, 해당 설문조사에는 △연애 경험 유무 △연애 상대의 성별 △첫 성관계 시기 및 성관계에 관한 생각 △피임 여부 △진로 계획 및 경제적 사정 △가족과의 관계 △왕따 경험 등의 질문이 포함됐다. 이 설문조사는 성 인식과 관련된 항목 15개를 포함해 모두 95개 질문으로 구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수원대는 인권위 조사에서 해당 설문조사가 ‘학생생활상담연구소 규정 제3조’에 의해 실시됐으며 설문조사에는 개인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학번과 이름, 전화번호 등은 수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학교는 응답 결과에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제한된 인원만 접근할 수 있고 응답 내용 등이 담긴 파일을 암호화해 관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학교는 또 설문조사가 문제가 된 뒤 응답 선택지에 ‘미응답’ 항목을 추가했다고도 밝혔다.

실제로 연구소는 해당 설문조사를 같은 해 1학기에도 진행한 뒤 ‘인권 침해‘라는 학생들의 항의가 발생하자 일부 질문에 ‘미응답’ 선택지를 추가했다. 그러나 ‘미응답’ 선택지가 추가된 질문은 △현재 연애 상대의 유무 및 성별 △지금 나이에 교제하는 사람과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신체접촉의 정도 △만남을 가진 뒤 얼마 만에 성관계를 갖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지 △처음 성관계를 가진 시기 △성관계 시 피임 여부 등 5개에 불과해 사실상 학생들이 대부분의 질문에 응답해야만 성적확인이 가능했다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같은 설문조사가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의 성적확인 시 강의 내용과 관련 없는 질문들로 구성된 설문조사에 응하도록 강제한 것은 학생들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 및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인권위는 학생들이 성적확인 과정의 필수 절차로써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강제한 것은 부적절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연구소 소장이 성적확인과 연계해 민감한 정보가 포함된 설문조사를 강제하지 않도록 하고 향후 설문조사를 할 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처를 강구할 것을 수원대 총장에게 권고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수원대 총장에게 유사 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대학교 학생생활상담연구소 직원들에 대해 인권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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