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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국경에서 사망한 아빠는 왜 딸을 안고 강을 건너려 했을까?

휩쓴 것은 급류지만 그들을 떠민 것은 정책이다

  • 박세회
  • 입력 2019.06.27 14:07
  • 수정 2019.06.27 14:08
ⓒAP PHOTO/JULIA LE DUC

지난 24일 미국 남서부와 멕시코의 국경 지대를 흐르는 리오그란데강에서 한 남성과 2살배기 아기의 시신이 발견됐다. 

AP통신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남성의 티셔츠는 가슴 팍게까지 말려 올라가 있었고, 아이의 머리가 이 남성의 티셔츠 속으로 들어가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수면 아래쪽으로 몸을 향한 채 누워있었다. 남성과 아이는 아빠와 딸이었다.

사망 당시 아빠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는 25세, 딸 발레리아는 생후 23개월이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온두라스 엘살바도르에 살던 마르티네스는 아내 타니아 바네사 아발로스(21)와 미국으로 건너가기 위해 모터사이클을 팔고 돈을 빌려 자금을 마련했다. 

가족은 멕시코 온두라스에서 멕시코 남부로 넘어가 타파출라의 이민자 보호소에서 2개월을 머물렀다. 그러나 멕시코는 이민자들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었다. 트럼프의 이민 정책의 압력이 멕시코로 이민 간 중남미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줬다. 

WP에 따르면 1000마일을 여행해 미국 국경에 가 닿으면, 가족은 망명을 요청할 계획이었다. 멕시코의 중미 이민자들을 향한 반이민 폭력에서 피난처를 찾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들을 휩쓴 것은 리오그란데 강의 급류였지만, 그 강에 뛰어들게 한 건 트럼프의 이민 정책이었다. 국경지대 이민자들에게 식료품과 물을 전달하는 비영리 기구의 구성원인 우드슨 마틴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부녀가 사망한 직접적인 원인은 다리에서 이뤄지는 ‘미터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미터링 정책은 하루에 받을 수 있는 망명 신청자의 수를 제한하는 정책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부녀가 건너지 못한 국경 다리 등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서는 지점을 막아 멕시코에 머물도록 해서 ‘리메인 인 멕시코’ 정책으로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마르티네스의 가족이 지난 주말 멕시코 북부 국경지대인 마타모로스에 다다랐을 때 리오그란데의 다리는 월요일까지 폐쇄된 상황이었다. 다리가 막히면 이민자들은 강의 유속이 잠잠해 보이는 지점을 따라 강을 건넌다. 마르티네스 역시 이 길을 택했다. 

부녀가 물에 휩쓸린 과정에 대해서는 보도가 갈린다. 멕시코 지역 언론(La Jornada)에 따르면 마르티네스는 딸 발레리아와 둘이 강을 건넌 뒤 딸을 건너편 강둑에 남겨 두고 돌아와 아내인 아발로스 함께 강을 건너려 했다. 그러나 딸을 미국 쪽 멕시코 쪽 강둑으로 되돌아갈 때 마르티네스는 딸이 자신을 따라 강으로 들어서려는 걸 발견했다. 아발로스에 따르면 마르티네스는 강물에 들어선 딸을 잡는 데는 성공했으나 급류에 휩쓸렸다. 

현지 경찰을 인용한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조금 다르다. 마르티네스는 일요일 정오께 발레리아를 티셔츠에 넣어 등에 업고 강을 건넜다. 뒤를 따라가던 아발로스는 건너편 강둑에 다다른 남편이 힘에 부쳐 딸과 함께 급류에 휩쓸리는 걸 보고 멕시코 쪽 강둑으로 헤엄쳐 돌아갔다. 

과정은 다르지만, 결과는 같았다. 24일 마르티네스와 발레리아의 시신이 수백 미터 떨어진 멕시코 쪽 강둑에서 발견됐다. 미국 당국은 지난 달 국경에서 14만 4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억류했다. 이는 2006년 이후 최고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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