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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호수의 물고기는 어디서 왔을까? '웅덩이 미스터리'가 드디어 풀렸다

새가 알을 옮긴다는 실증을 확보했다

남아메리카 고니가 먹이와 함께 삼킨 열대송사리의 알(아래)이 배설된 뒤 부화하는 실험이 성공해, 이 물고기의 장거리 이동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a href='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ecology_evolution/897758.html?_fr=dable#csidxe3a08746fa5b7adb8ecce12c11227ef'></div></a>
남아메리카 고니가 먹이와 함께 삼킨 열대송사리의 알(아래)이 배설된 뒤 부화하는 실험이 성공해, 이 물고기의 장거리 이동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G 실바 외(2019) ‘생태학’ 제공.

다른 물줄기와 연결되지 않은 외딴 호수나 웅덩이 상당수에 물고기가 사는 까닭은 오랜 미스터리다. 흔히 일반인은 “물고기가 비와 함께 떨어진다”고 믿고, 전문가는 “새가 물고기 알을 옮긴다”고 설명한다.

새가 알을 옮기는 쪽이 훨씬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그런 현상을 엄밀하게 증명한 연구는 이제까지 없었다는 것이다.그런데 새가 물고기 알을 옮긴다는 실증적인 연구가 처음으로 나왔다.

질리안드루 실바 브라질 발레 두 리우 도스 시뇨스 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생태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브라질에 서식하는 열대송사리의 알을 이 지역 고니가 멀리 떨어진 웅덩이나 늪으로 옮길 수 있음을 실험으로 증명했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물새의 다리나 깃털, 부리에 물고기 수정란이 붙어 이동할 것으로 추정됐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물고기 알이 새의 장관을 거쳐 배설되는 방식으로 퍼질 수 있음이 드러났다.

남미 고유종인 코스코로바 고니. 고니 가운데 가장 작은 종이다. <a href='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ecology_evolution/897758.html?_fr=dable#csidx9f013e0e06ac9d1b595561df10019fe'></div></a>
남미 고유종인 코스코로바 고니. 고니 가운데 가장 작은 종이다.  ⓒ올라프 올리비에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브라질 남부의 습지 라고아 두 피시 등에서 새가 식물이나 무척추동물을 먹어 퍼뜨리는 현상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들은 남미 고유종 물새인 코스코로바 고니의 배설물에서 한해살이 열대송사리의 알 1개와 알껍데기 6개를 발견했다.

이 알엔 잘 발달한 배아가 자라고 있었지만, 시료를 냉동해 보관하느라 부화시키지는 못했다. 연구자들은 앞서 발견한 종과 같은 열대송사리 2종의 알 650개를 확보해 먹이와 섞어 고니들이 먹도록 한 뒤 배설물 시료 55개를 얻었다.

배설물 4개에서 살아있는 열대송사리의 알 5개를 회수할 수 있었다. 고니에 먹힌 알 가운데 약 1%가 산 채로 배설된 셈이다. 이 알은 고니의 장관에서 최고 30시간을 보냈지만 살아있었다. 5개의 알 가운데 3개에서 배아가 발생했고, 그중 하나에서 49일 뒤 어린 물고기가 태어났다. 연구자들은 “도중에 죽은 알은 모두 곰팡이 감염 때문”이라며 “소화관의 영향이 직접 사인은 아닌 것 같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열대송사리의 일종. 한해살이 물고기로 일시적으로 고인 웅덩이에서 잘 번식한다. <a href='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ecology_evolution/897758.html?_fr=dable#csidxb45b6e032c23e09a6f4ea9a6ae74d24'></div></a>
열대송사리의 일종. 한해살이 물고기로 일시적으로 고인 웅덩이에서 잘 번식한다.  ⓒ엘로이 시네이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번 실험의 대상인 열대송사리(아우스트롤레비아스 속)는 한해살이로 거칠고 변덕스러운 환경에 적응한 물고기다. 일시적으로 고인 웅덩이에서 재빨리 자라 알을 낳은 뒤 웅덩이가 마르면 두꺼운 껍질로 둘러싸인 알이 다음 홍수를 기다리며 휴면에 들어간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로 홍수가 지지 않는 고립된 웅덩이나 여러 해 동안 말라붙은 웅덩이에도 열대송사리가 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며 “열대송사리 이외의 다른 어종도 이런 방식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서 열대송사리의 번식기와 고니가 오는 시기는 일치한다. 고니는 수 킬로미터 떨어진 먹이터와 잠자리를 매일 오가며, 계절적으로는 훨씬 먼 거리를 이동한다. 연구자들은 “논스톱으로 이동한다면 고니는 열대송사리의 알을 2000㎞까지 옮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식물의 씨앗은 새나 포유동물의 위장관을 거치면서 멀리 확산하는 전략을 편다. 그러나 동물 가운데도 드물지만 이런 방식으로 이동하는 종이 있다. 대벌레와 달팽이가 직박구리에 먹혀 먼 거리를 이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관련 기사: 직박구리에 잡아먹혀 새끼 퍼뜨리는 ‘대벌레’).

아래 사진 설명 : 고니(A)의 배설물 속에서 발견된 발생 중인 열대송사리의 수정란(B), 실험에 쓰인 두 종의 열대송사리(C, D), 실험에서 한 종의 수정란이 발생해 성체로 태어나는 과정(E, F, G, J), 다른 종의 발생 과정(H, I). 

ⓒG 실바 외(2019) ‘생태학’ 제공.

연구자들은 “송사리 수정란이 고니의 위장 속에서 어떻게 소화효소나 위산을 견뎠는지 등은 후속 연구과제”라고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Giliandro G. Silva et al, Killifish eggs can disperse via gut passage through waterfowl, Ecology (2019) doi: 10.1002/ecy.2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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