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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인터뷰] '비혼·졸혼의 시대' 이혼전문변호사 최유나는 웹툰을 통해 위로를 전하고 싶다

현실은 '사이다'가 아니라 '고구마'다.

ⓒcoeyunabyeonhosa/Instagram, HUFFPOSTKR 박사연

젊은 세대는 ‘비혼‘을, 나이든 세대는 ‘졸혼’을 주장하는 시대다. 결혼이 필수적인 것이 아니고, 이혼은 피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게 되면서 생긴 단어들이다.

이 가운데 소셜 미디어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혼 과정을 이혼 변호사의 입장에서 그려낸 ‘이혼 웹툰‘이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첫 연재를 시작한 최유나 이혼 전문 변호사의 인스타그램 웹툰 ‘메리지 레드(marriage red)’는 26일 기준 15만5천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허프포스트는 최 변호사를 만나 인스타툰 ‘메리지레드’와 이혼 전문 변호사로서의 삶, 그리고 최 변호사가 웹툰을 통해 전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 변호사는 이렇게 큰 사랑을 받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입을 열었다.

메리지 레드:
이혼을 앞둔 부부가 겪는 심리적 불안감

ⓒcoeyunabyeonhosa/Instagram

- 팔로워가 15만을 넘겼어요. 처음 시작할 때 기대하신 부분이 있나요?

″아뇨. 정말 기대는 전혀 안 했었어요. 몇 백 분 정도 봐 주시면 많이 봐 주시는 게 아닌가 생각했었죠. 이렇게 많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예요.”

- 변호사 일을 하면서 동시에 인스타툰을 연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이혼 사건을 다루면서 느끼는 점들이 있잖아요? 이 직업을 갖지 않았더라면 절대 느끼지 못했을 감정들이 있어요. 그런 마음을 많은 분들께 공유하고 싶었어요.

직업 특성상 사건을 구체적으로 다 말씀드릴 순 없지만, 사건을 맡다 보면 일관되게 일어나는 일들은 있거든요. 그런 걸 다루면 보시는 분들이 ‘내 얘기 같다’ 싶어서 조금 위로를 받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 그림 작가님이 따로 계시다고 했는데, 그려지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재판을 하러 법원에 들어가면 보통 대기시간이 짧으면 5분, 길면 한 시간씩도 걸려요. 그럴 때 수첩에다가 조금씩 글을 썼었어요. 그렇게 쓴 걸 그림 작가님께 넘겨드리고, 작가님이 그림을 그려 주시면 제가 인스타그램에 직접 올리고 있어요.

스토리를 쓰는 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아요. 제가 이혼 전문 변호사가 된 지 8년 차인데, 항상 일어나는 일들이다 보니까 대사를 쓴다거나 하는 게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 댓글은 다 보시나요?

″처음에는 사실 하나하나 다 보고 댓글도 달아드리곤 했는데, 요즘엔 댓글이 600개씩 달리니까 솔직히 다 보기가 어렵더라고요. 질문이나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많은데 다 답장을 못 해 드리고 있어서, 그런 부분도 고민이예요. 틈이 날 때 웬만큼 다 보려고는 해요.”

이혼=나쁜 것, 혼인 유지=옳은 것?

ⓒHUFFPOSTKR 박사연

- 사고·부동산·형사 등 수많은 전문 변호사가 있는데 어떻게 이혼 전문 변호사가 되셨나요?

″민사나 형사재판에 비해 이혼재판은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해요. 그 과정에서 당사자의 편에서 해결해 나가야 하는 변호사의 역할이 굉장히 크죠. 다른 것보다 변호사의 역할이 크다는 점이 저에게 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로스쿨에서도 가족법을 공부할 때 가장 재미있었고요.

이혼 전문 변호사가 되기 위해 따로 코스가 있지는 않아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진행한 이혼 사건의 수가 쌓이면 대한변호사협회에 이혼 전문 변호사 등록을 하는 절차가 있어요. 협회에서 심사를 한 뒤 등록을 하면 되는 것이고요, 가장 중요한 건 이혼 사건에 대한 관심과 연구, 사건 수 등이랍니다.”

- 웹툰에 그런 내용이 나오는데, ‘이혼 전문 변호사’라는 타이틀 때문에 겪은 해프닝이 있었을 것 같아요.

″‘이혼 전문 변호사‘라고 하면 사실 좀 부정적인 인식이 있어요. ‘이혼은 나쁜 것이고, 결혼을 유지하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옳은 일’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인스타그램 웹툰을 시작한 건,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이기도 했어요.

요즘은 결혼도 선택이잖아요. 결혼을 하시는 분도 있고 안 하시는 분도 있는 것처럼, 혼인을 유지하는 게 행복하신 분들도 계시지만 정말 여기서 벗어나야 더 행복해지실 분들도 분명 있거든요. 그런 분들을 위해 이혼을 돕는 게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일이고요. 그래서 ‘이혼 전문 변호사’라는 타이틀에 대한 그런 부정적인 인식을 좀 바꾸고 싶어요.”

- 도망가는 스토리도 있던데, 실화인가요.

ⓒcoeyunabyeonhosa/Instagram

″네. 제가 지금껏 사건을 통해 만난 당사자와 상대방을 다 합치면 3천명 가까이 돼요. 간혹 지나가다가 누군갈 만났는데 사건 상대방이었거나 하면, 제 잘못은 아니지만 제가 죄인이죠. 제 직업은 어느 한 쪽의 이야기만 듣고, 그 사람 편을 온전히 드는 거니까요. 상대방이 봤을 때 ‘왜 양쪽 얘기 듣지도 않고 함부로 말해’라고 생각하실 수 있으니까,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게 되고, 도망가게 되고 그래요.”

- 한쪽 편만 든다고 하셨는데, 사건 1에서는 A라고 주장했다가 사건 2에서는 정확하게 그 반대로 B라고 주장하는 변호사들의 이야기도 쓰셨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웹툰에 그린 건, 변호사 업무에 대한 이해를 도와드리고 싶어서였어요. 사실 저도 그렇거든요. 제 의뢰인이 누구인지에 따라, 제가 그 분을 방어해 드려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제 개인적 가치관이나 잣대를 들이댈 수가 없어요.

예를 들어 제 의뢰인이 외도를 하신 분이시면, 그럼 제 개인적인 가치관으로는 당연히 ‘외도는 나빠’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이 분을 대변해 드려야 하겠죠.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자신의 가치관만 곧이곧대로 밀고 나가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현실은 ‘사이다‘보다는 ‘고구마’

ⓒHUFFPOSTKR 박사연

- 이혼은 다른 사건에 비해 복잡한 부분이 많은 듯해요. 아무래도 함께 살았던 부부의 일이니까요.

″일반 형사사건은 최대한 형량을 안 받는 것이, 민사사건은 금전적으로 큰 보상을 받는 것이 제일 중요한 목표라면 이혼 사건은 목표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또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6개월, 1년, 이렇게 시간이 가는데, 사람이다 보니 마음이 계속 바뀌기도 하죠. 그런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 ‘당사자가 가장 원하는 것’을 가장 중시해서 사건에 임하려고 해요.”

- 복잡한 사안인 만큼, 웹툰에 몇 컷으로 압축해 그리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만화이기 때문에 한 컷에 대사를 두 개 이상 쓰지 못해요. 사실은 몇 시간 이상, 여러 차례의 상담을 통해 나온 이야기들이지만 축약하다 보면 독자분들께서는 ‘왜 저기서 그런 얘기가 나오냐’는 오해를 가끔씩 하시더라고요. 간혹 그렇게 생각하실 순 있지만, 많이 축약된 이야기구나 하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웹툰을 보면 법정에서 ‘사이다’ 판결보다는 ‘고구마’ 판결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제가 처음에 변호사가 됐을 때 느꼈던 점이 그거였어요. ‘아, 법정은 생각보다 사이다가 아니네?’ 그래서 그걸 좀 만화를 통해 많은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왜냐면 그런 부분에 대한 정보가 굉장히 없고, 드라마 같은 데서는 ‘사이다 판결’이 쏟아지니까요.

법은 당사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고구마‘라는 표현을 썼어요. 내 마음 속 고통은 한가득이라도 그걸 법에서 다 알아줄 수는 없어요. 굵직한 외도나 폭행 등에 대한 주장과 입장이 있을 때 위자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지, ‘내가 이렇게 살았다’는 것에 대해 전부 보상받을 수는 없거든요. 현실의 판결은 드라마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 그렇다면 가끔 ‘사이다’ 판결이 나오는 건 어떤 경우인가요?

ⓒHUFFPOSTKR 박사연

″물론 증거가 확실한 경우겠죠. 그런데 사실, 개개인이 느끼는 ‘사이다‘라는 게 다 달라요. 이 이혼 사건을 통해 상대방과 대화를 해서 풀고 싶다는 분도 계시고, 어서 합의로 마무리하고 싶어하시는 분도 계시고, 저 사람의 잘못을 판결로 받고 싶다는 분도 계시죠. 변호사는 그걸 초기에 많이 듣고, 의뢰인이 바라는 ‘사이다’에 초점을 맞춰서 사건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네이트 판’ 같은 곳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런 막장 스토리가 실제로도 많나요?

″아이가 있는 경우, 면접 교섭을 보통 2주에 한 번 하는데 그 때마다 몸싸움이나 욕을 하는 경우가 흔해요. 서로 증오의 감정이 가득한 상태에서 아이를 인도해야 하기 때문에, 부딪히는 일이 빈번하죠.

근데 그걸 또 나쁘다고만 이야기할 수 없는 게, 서로 너무 미워서 헤어진 사람들이 느끼는 당연한 감정이니까요. 그래도 당연한 감정이기에 더더욱 강조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어요. 우리 엄마 또는 아빠가 뭔가를 굉장히 잘못했고, 엄마와 아빠는 서로를 엄청나게 미워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 아이는 세상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아이 앞에서는, 정말 연기를 하면서라도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으니까요.”

- 이혼 이후 찾아오셔서 감사 인사를 하거나 하는 경우가 있나요?

″많진 않아요. 대부분 이혼 때 있던 일들을 잊어버리고 싶어하시거든요. 그래도 간혹 당시 얘기를 많이 해주셨거나, 유독 저에게 의지를 많이 하셨던 분들이 시간이 지난 뒤 ‘저 지금 이런 일 하고 있다, 감사하다’고 연락을 해 오세요. 밝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제가 도움이 되었구나 싶어서 너무 좋더라고요.”

82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훈

ⓒcoeyunabyeonhosa/Instagram

- 육아 문제로 갈등하는 80년대생 부부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82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훈‘, ‘끼인 세대’라는 표현을 쓰셨어요.

″일단 저도 80년대생이고요. 80년대생들은 그 이전 세대나 이후 세대 양쪽의 가치관을 다 갖고 있기 때문에 ‘끼인 세대’라는 표현을 썼어요. 이전 세대 분들은 남자가 밖에서 일을 하면 여자가 아이들 키우는 것들이 굉장히 흔한 일이었잖아요. 그래서 입장 차이도 컸고요.

80년대생들은 이전에 비해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아진 세대고, 남성과 여성 할 것 없이 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육아’가 가장 큰 걱정거리이자 해결되지 않는 부분으로 등극하게 되더라고요.”

- 그럼 80년대생들은 그런 육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개인의 행복, 그리고 가정에서의 행복을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도와야 하겠죠. 이전 세대 어머니, 아버지와는 달리 80년대생들은 남, 녀의 입장이 어떻게 보면 또 비슷하거든요. 서로 이해하려 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육아는 한 사람의 책임이 되어버리면 고통 그 자체이지만 두 사람이 동등하게 하면 행복한 추억이 되는, 신기한 분야의 일이예요. 그러니 결혼생활과 육아에 있어 서로 규칙을 정하고 소통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인스타툰, 그 이후

ⓒHUFFPOSTKR 박사연

- 웹툰 연재 이후, 가장 뿌듯한 것을 꼽으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댓글에 본인의 이야기를 해 주실 때. 진짜 가까운 친구 아니면 얘기할 수 없었던 일, 또는 진짜 친한 친구들도 몰랐을 이야기들이 있잖아요. 이혼하지 않으신 분들이라도 가정에서 행복만 느끼고 산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 얘기들을 댓글로 나눠 주실 때 서로가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웹툰을 그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보람도 있었어요.

또 의뢰인 분들이 웹툰을 보신 뒤 위로를 받았다고 하실 때. 의뢰인 분들은 지금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시기 때문에 굉장히 혼란스러우면서도 정신적으로 우울감이 크시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아, 다른 사람들도 이런 식으로 이혼을 하고 이런 식으로 극복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신다고 해서 보람을 느껴요.”

- 많은 이혼 부부들을 보셨는데, 그 입장에서 이혼을 생각하는 분들께 해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이혼을 생각하는 분들께는, 정말 만약에 내가 아직 노력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더 노력하시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해요. 그 노력이라는 게 나 혼자만의 희생을 뜻하는 건 아니고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거죠. 그런 것들에 대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끊임없이 대화를 해 보시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이미 그런 노력을 다 했다고 하신다면, 죄책감을 가지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했다는 그 판단은 제 3자가 아닌 내 스스로가 하는 거니까요. 저를 찾아오신 분들은 항상 ‘제 잘못이다‘, ‘제가 정말 나빴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만약 외도나 폭행 등 큰 잘못을 하지 않았다면, 결혼에 실패했다고 해서 인생이 실패한 것도 아니예요. 서로 안 맞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 너무 큰 죄책감을 갖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다만, 아이가 있으시다면 이혼을 결심한 그 순간부터 아이만 바라보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실제 이혼사건들을 바탕으로 한 최 변호사의 웹툰은 드라마처럼 극적인 ‘사이다’ 결말은 아닐 때가 많다. 그럼에도 오히려 현실적인 이야기로 수많은 의뢰인들과 독자들에게 위로를 안겨주고 있다.

최 변호사의 인스타툰 ‘메리지레드’는 오는 8월 초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며, 지금까지 연재된 내용은 여기를 클릭하면 확인할 수 있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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