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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20일 15시 51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6월 20일 15시 51분 KST

황교안의 대형사고

변명의 여지없는 차별이다.

황교안이란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부산 상공회의소를 찾아가 이런 말을 했다.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기여해온 것이 없다. 그런 외국인에게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 한국당은 법 개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임금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 내국인과 외국인은 임금에서 분명한 차등을 두겠다는 것이다. 국적에 따른 차별을 아예 법률로 못 박겠다는 것이다.

나는 인권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 이런 말에 논평할 가치를 못 느낀다. 그런데 아무리 싫어도 대권을 노린다는 사람이 한 말이니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사람이 일국의 야당대표란 사실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괴감이 들 정도다. 황대표가 이런 이야기를 나름 깊이 숙고하고 말했다면 이 말 한마디로 그는 정치권에서 아웃되어야 한다.

그는 법률가임에도 ‘근로조건의 균등한 처우’가 무엇인지를 전혀 알고 있지 못하다. 아마 법학을 공부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관련된 법률을 공부한 적이 없을 것이다(노동법은 사법시험 시험과목이 아니었음). 부끄러운 일이다. 다음 조문을 읽어보자 근로기준법의 한 조문이다.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ㆍ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

이 조문은 우리 근로기준법의 대원칙을 정한 조문 중 하나다. 그가 말한대로 외국인에 대해 임금차별을 법제화한다면 이것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황대표는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의 대원칙인 균등처우를 ‘불균등처우’로 바꾸겠다는 것인가.

이 조문이 어떻게 해서 나온 줄 아는가. 이것은 우리가 가입한 각종 국제인권조약과도 관련 있다. 국제인권조약은 우리 헌법에 의해 국내법적 효력을 갖기 때문에 우리가 가입한 이상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이다. 황대표가 혹은 자유한국당이 마음먹는 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황대표는 우리가 가입한 각종 인권조약 중 외국인 차별을 금지하는 각종 인권조약 그 중에서도 사회권규약(A규약), 자유권규약(B규약), 인종차별철폐협약 상의 차별금지를 단 한 번이라도 읽어본 적이 있는가. 황대표는 국제노동기구 협약 중에서 국적을 이유로 임금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협약 97호)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법률을 떠나서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국민들이 지금 5대양 6대주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일을 하면서 임금 차별을 받는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 그게 이해가 되는가. 황대표 의도대로 우리가 그런 차별입법을 하면 당장 국제적인 문제가 일어날텐데, 혹시라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세계각처에서 임금차별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황대표가 잠시 혼동을 했다고 너그럽게 보아줄까. 임금 이외의 복지제도(연금, 주택, 건강보험 등)는 외국인의 경우 내국인과 다른 대우를 받을 수는 있다. 그것은 상호주의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인권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분야에도 합법적 이민자에 대해서는 상호주의를 적용하지 말고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많음). 우리 국민들이 타국에서 대우 받는 만큼 해당국에서 온 외국인에 대해서 대우할 수 있다. 그러나 임금이란 그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노동에 대해 직접 처우이므로 그 대우를 달리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없는 차별이다.

나는 이런 정도의 상식도 없는 사람이 이 나라의 차기대권에 도전한다는 것은 ’언빌리버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 인물이 그렇게도 없다는 말인가. 아무리 우리나라 보수에 가짜가 많다고 해도 어찌 이런 가짜를 내세울 수 있다는 말인가.

*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