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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욕의 억만장자 커플은 왜 백신 접종 거부 운동에 34억원을 기부했을까?

반지성주의 운동의 미스터리

ⓒBertrand Rindoff Petroff via Getty Images

미국 반지성주의에는 양대 산맥이 있다. ‘플랫 어스‘와 ‘안티 백신‘이다. 전자는 여태껏 과학자들이 지구가 둥글다는 거짓말로 사람들을 현혹시켰다고 믿는다. 후자는 백신으로 예방하는 대부분의 전염병이 그리 심각하지 않아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고, 오히려 백신을 맞으면 자폐증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고 믿는다. 이들은 백신이 제약회사와 국가의 거대한 음모라고 의심한다. 모두 사실 무근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플랫 어스’ 이론을 믿는 사람 중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언론과 학자들은 이런 반지성주의 운동에 빠진 사람을 설득하고 계몽하려 노력하거나 싸운다. 심각하게 반목할 경우에는 경멸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뉴욕의 한 독지가가 이들을 장려하고 이들이 벌이는 운동에 필요한 대부분의 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밝혀졌다.   

워싱턴포스트의 19일 보도를 보면 헤지펀드 매니저인 버나드 젤츠와 그의 아내 리사 젤츠는 그동안 예술과 교육, 문화 사업에 다양하게 기부해 온 뉴욕의 독지가다. 그러나 7년 전부터 이들의 개인 기금에서 특이한 흐름이 발견됐는데, 바로  ICAN(Informed Consent Action Network)을 비롯한 여러 안티 백신 운동 단체에 약 3백만 달러(34억원)의 자금이 흘러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젤츠 부부의 기부가 이 단체들의 주요 자금원이었다고 밝혔다. 설립한 지 3년 된 ICAN의 경우 젤츠 부부의 기부금이 단체 활동 기금의 4분의 3을 차지했다. 일례로 2017년 이 단체의 수입은 약 140만 달러인데, 그중 100만달러가 젤츠의 기부금으로 밝혀졌다. 

안티 백신 운동으로 인한 폐해는 미국 전역 특히 뉴욕에서 크게 번지고 있다. 안티 백서들이 홍역·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풍진을 예방하는 MMR 백신의 접종을 거부해 올해만 1044명이 홍역에 걸렸다. 특히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중 뉴욕시 브루클린에 있는 극단적인 정통 유대교 공동체 지역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 거부 운동이 벌어지면서 뉴욕 시에서만 지난 9월부터 466건의 홍역 케이스가 발생한 것으로 보도됐다. 일부 유대교 신자 및 무슬림은 백신 접종이 자신들의 종교에 반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ICAN의 이사장인 델 빅트리는 정통 유대교 공동체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열린 한 포럼에서 ”만약 사람들이 홍역에 걸리고 싶다면 홍역에 걸리게 놔둬야 한다”라며 ”별것도 아닌 질병을 가지고 이렇게까지 강렬하게 의견이 대치되는 건 미친 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젤츠가 안티 백신 단체에 기부한 이유가 종교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버나드 젤츠가 운용하는 헤지 펀드 회사 젤츠 캐피탈의 포트폴리오 운용 기금은 5억달러(약 5826억원) 이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젤츠 부부와 젤츠 부부, 기금의 관련자 및 젤츠 부부 두 아들에게 안티 백신 운동에 흘러간 자금에 대해 물었으나 아무런 대답을 받아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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