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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21일 15시 52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6월 21일 15시 56분 KST

[뉴디터의 신혼일기] 신혼부부들이 늘 듣는 그 질문, "결혼하니까 좋아?"

나는 MSG를 좀 첨가할지언정 거짓말은 잘 못하는 스타일인데.

yuoak via Getty Images

허프 첫 유부녀, 김현유 에디터가 매주 [뉴디터의 신혼일기]를 게재합니다. 하나도 진지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만을 따라가지만 나름 재미는 있을 예정입니다.

″결혼 하니까 좋아?” 이런 질문을 꽤 많이 받는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나 친척들이나 뭐 기타등등으로부터.

MBC/유노윤호

″좋아? 좋으냐구... 웨딩 드레스 입으니깐 좋아? 호텔에서 결혼하니까 좋아? 그 ㅆ...” 
아니 이게 아니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참 솔직하게 곧바로는 못 하고 있다. 왜냐면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고 사람 살아가는게 그렇듯 결혼을 해서 좋은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안 좋은 부분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마냥 좋고 달콤하기만 한 관계는 3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도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그런 건 막장의 끝을 달리는 일일 저녁드라마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결혼한 게 너무 좋을 때도 있는데 그 반대일 때도 있으니까 ”결혼 하니까 좋아?”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망설임 없이,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응!”이라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나는 MSG를 좀 첨가할지언정 거짓말은 잘 못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남편의 반응은 정반대다.

예시1)

“그래서, 오빠는 결혼하니까 좋으세”

“물론이지!”

예시2)

“형 결혼하니까 좋아요?”

“(이미 고개를 끄덕이고 있음)”

예시3)

“야, 결혼하니까 좋냐?”

“네전아주너무좋고매일행복합니다.”

MBC

...?

0.3초. 질문이 들어가고 그가 대답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나랑 결혼한 게 그렇게 좋다구? 짜식...ㅎ하고 귀엽게 느껴졌으나 매번 반복되니 짜증이 좀 났다. 특히 “네전아주너무좋고매일행복합니다” 같은 대답에서는 AI같은 공허함만이 느껴질 뿐, 인간미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연애 시절 그렇게 자주 써먹던, 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다급하게 꺼내던 사과의 유부남 버전 같달까? 결국 나는 짜증을 냈다.

“그런 식으로 넘기듯 답하면 전혀 안 좋아 보인다고! 알아?”

그러자 남편은 진짜로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너무 진심이 안 느껴지잖아. 생각 없이 무조건 알았다고 하는 것 같고!”

“당연히 생각 없이 하는 말이지!”

MBC

뭐야?

“이것 봐 이것 봐. 또 그 옛날에 어 오빠가 잘못해 놓고 내가 뭐라고 하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면서 괜히 미안해 미안해 이래서 내가 어 오빠가 뭘 잘못했는지 알기는해 라고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이렇게 말해서 또 나를 화나게 해서 짜증이 더더욱 났던 그때가 생각이 나는구만. 아주 그래 어 생각없이 맨날 그냥 상황의 위기를 면피하려고 그냥 생각도 안하고 그냥 막 둘러대고 핑계 대고 변명 하고 아주 당신은 매번 그러는구만. 결혼을 해도 달라지는게 없구만 어!”

장황한 잔소리에 남편은 오히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냥 좋으니까 생각을 할 필요가 없잖아. 난 그냥 여보랑 결혼한 게 맨날 너무 좋아. 그래서 그런 질문 받으면 생각 없이 대답해. 그냥마냥 좋은데 왜? 뭘 그렇게 복잡해? 그리고 그런 여보는 왜 그렇게 생각을 많이 해? 나랑 결혼한 게 안 좋아? 아 안 좋은가보네. 그럼 결혼 왜하냐. 결혼 왜했냐. 메롱메롱.”

MBC

할 말을 잃었다.

그래, 백번 양보해 우리 남편은 정말 나를 너무너무너무 사랑해서 나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만 하면 미쳐벌여서(?) 아무 생각도 안 들어버리는 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그냥 무조건적인 사랑을 맹세하게 되는 걸까. 아니면 그냥 남자들은 멀티 태스킹(?)이 안 되는 걸까? 

어쨌든 나는 아직까지도 “결혼 하니까 좋아?”라는 질문에 아무 망설임 없이 단칼에 답하지는 못하겠고, 남편은 여전히 0.3초만에 답한다. 그리고 어떤 답변을 해도 서로 기분이 나빠진다. 

세상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이제 갓 가족이 된 신혼부부는 좋을 때도 있고 좀 짜증날 때도 있고 싸우기도 하고 그런 건데 말이지. 후회스러운 날도 있고 너무 하길 잘했다 싶은 날도 있고 그냥 그게 일상이란 말이지. 그러니까 제발, 네/아니오로 답할 수밖에 없는 질문인 “결혼 하니까 좋아?” 같은 말보다 ”결혼 하니까 어때?”라고 물어봐 주시면 안 될까요.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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