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유학소녀'의 시청률이 0.5%를 못 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

재밌는 친구들이 모였는데 활용을 못 한다

ⓒ엠넷 캡처

엠넷의 야심작 ‘유학소녀’가 첫 방을 한 지 4주가 지났다. 시청률 추이를 보면 0.3~0.5%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애청자로서 불만이 많다. 이 친구들의 매력은 더욱 널리 알려져야 한다. 

개인적으로 시청률이 오르지 못하는 장애 요인은 국뽕 묻은 먹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식 먹뽕이 매회 등장한다. 이집트, 폴란드, 우쿠라이나, 미국, 스웨덴, 노르웨이, 러시아, 태국에서 온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분식, 치킨, 두부, 삼겹살, 김치찌개&불고기, 세발낙지, 삼계탕을 먹인다. 그때마다 맛있게 먹는 장면을 편집하고 ‘먹방 요정’ 등의 자막을 붙인다. 

외국인 먹방 이제는 좀 지겹지 않나? 유튜브에서 ‘외국인 먹방’으로 찾으면 영상 수만 수조억 개가 뜬다. 스크롤을 내리다가 손목이 아플 정도다. 치킨, 보쌈, 삼겹살, 불고기, 낙지, 삼계탕은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메뉴다. 

ⓒ유튜브 캡처

대체 외국인에게 이렇게 계속해서 한국 음식을 먹여야 할 이유가 뭐가 있나? 게다가 MBC every1의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이미 너무 우려먹은 컨셉이 아닌가? 제작진이 게을러 보이는 이유다. 

ⓒMBC Every1 캡처

유학소녀의 콘셉트는 10명의 외국인 아이들이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KPOP 데뷔곡을 녹음하기 위해 실력을 쌓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간단하게 도식화하면 ‘유학=문화체험+생활+학습’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방송분을 보면 학습의 분량에 현저하게 적다. 

지난 4회를 떠올려 보면, 3분의 1가량을 한복을 입고 경복궁과 북촌을 돌아다니고 삼계탕을 먹는 데 할애했다. 나머지 3분의 1은 쇼카운트다운을 보러 가서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봤고 한 5분의 1 정도는 코인 빨래방에서 세탁을 하는 데 썼다. 이들이 보컬 레슨을 받거나 춤을 연습하는 ‘학습’의 비율이 현저하게 적다.

꼭 ‘프로듀스 101’처럼 치열하게 애쓰는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기획 의도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애초에 콘셉트를 ”외국인 소녀 10명의 서울 한 달 살기”로 잡지 않은 이유는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해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을 터인데, 다채로움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럴 거면 그냥 ‘관광소녀’로 이름을 바꾸는 게 어떨지 제안해본다. 

유학소녀에는 정말 재밌고 개성 넘치는 친구들이 잔뜩 모였다. 특히 미국 친구 마리아가 그렇다. 마늘이 좋다며 ‘나 마늘 사랑한다 했잖아’라고 노래를 부르는 센스는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엠넷 캡처

또한 십대 후반과 이십대 초반의 특징인 소위 ‘비글미’(beagle美, 활기차고 즐거운 장난을 자주 치는 사람이 전해주는 일종의 쾌감) 넘치는 캐릭터들이 잔뜩이다. 이 매력을 더 잘 살리는 쇼가 됐으면 좋겠다. 한식 먹뽕은 제발 그만하고!

ⓒ엠넷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엠넷 #유학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