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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 남성 침입 범죄가 가십거리?" 숙대생들이 일침을 날렸다

앞서 '여장 남성 침입 범죄'를 두고  “내 여동생보다 몸매가 좋다”, "뒤태가 기깔난다" 등의 반응이 있어 논란이 됐다.

  • 이인혜
  • 입력 2019.06.17 17:33
  • 수정 2019.06.17 17:47

한 남성이 여장을 하고 숙명여자대학교 캠퍼스를 돌아다니다 경찰에 붙잡혔다. 학생들은 남성이 ‘불법촬영 카메라’를 달진 않았을까 불안감에 휩싸였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여장 남성 침입 사건’을 웃음거리로 소비했다. 숙명여대 학생들은 성명을 내고 여성의 공포를 웃음거리로 소비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14일 여장을 하고 숙명여대 건물 안을 돌아다닌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상 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이용장소 침입)로 30대 남성 ㄱ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17일 경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ㄱ씨는 긴 머리 가발을 쓴 채 핑크색 후드 티셔츠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숙명여대 여자화장실과 강의동 등을 돌아다녔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학생들이 보안팀을 호출했고, 학교의 연락을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이날 오후 1시50분께 ㄱ씨를 붙잡아 지구대로 연행했다.

이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일부 누리꾼들은 이 사건을 농담의 소재로 댓글을 달았다. 숙명여대에 여장 남성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알린 한 커뮤니티 게시글에는 “내 여동생보다 몸매가 좋다” “남성이지만 여자가 되고 싶었을 수도 있지” 등의 댓글이 달렸다.

페이스북 등 SNS에서도 일부 누리꾼들은 “멋진 인생이다” “ㅋㅋㅋㅋㅋㅋㅋ” “내 다리보다 이쁘다” “뒤태가 기깔난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자신의 지인을 피의자인 것처럼 언급하며 “왜 이런 짓을 벌였느냐”고 놀리는 댓글도 여럿 있었다. 해당 사건을 전한 일부 기사의 댓글에는 “여대에 남자가 들어가면 왜 안 되냐. 남대도 만들어라” “머리 짧은 여자들도 잡아가라”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숙명여성연대

이 같은 반응에 학생들은 반발했다. 지난 14일 숙명여대 중앙여성학동아리 SFA 등 3개 단체로 이뤄진 숙명여성연대는 성명을 내고 “학생들의 공포가 가십거리로 소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숙명인이 이 사안을 처음 접했을 때 해당 남성이 불법촬영카메라를 설치하진 않았을지, 마약을 가지고 학우에게 위해를 가하려던 것은 아니었는지를 상상하며 공포를 느껴야 했다”고 말했다.

숙대여성연대는 지난 3월에 마약 강간 전과 18범 남성이 마약을 들고 평일 대낮에 여장화장실을 무단출입한 일 등을 언급하며 “(지금 숙대생들이 느끼는 공포는) 충분히 합리적인 공포감”이라고 강조했다.

또 여성연대는 “허나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졌을 때 일부 남성들은 ‘ㅋㅋㅋㅋㅋ’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며 “어째서 우리의 공포가 한낱 유머이자 가십거리로 소비되는가”라고 반문했다.

피해자인 학생들에게 잘못을 돌리는 듯한 태도도 비판했다. 이들은 “피해자인 우리는 왜 또 다시 ‘여자대학인 탓’ ‘금남의 구역을 만든 탓’이라며 질책을 받아야 하냐”며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만들어낸 책임은 여성혐오에 찌들어있는 대한민국 사회에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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