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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성폭행 학원장 감형해준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내놓은 해명

법조계에서도 재판 결과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 청원

10세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35세 남성 학원장을 징역 8년에서 3년으로 감형해준 항소심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30대 학원장의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감형 논란

사건은 지난해 4월 24일 벌어졌다. 보습학원 원장인 남성 이모씨는 평소 이용하던 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10세 초등학생을 집으로 유인해 소주 2잔을 먹이고 양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피해자가 미성년자임을 알지 못했으며, ‘합의’하에 성관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씨는 최후 진술에서 ”가을에 약혼자와 결혼을 약속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반성하며 살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1심 재판부인 인천지법 형사13부(송승훈 부장판사)는 “34살 피고인이 10세에 불과한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주장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지난해 11월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9부(한규현 부장판사)는 13일 ‘폭행·협박으로 간음했다’는 증거가 피해자의 진술밖에 없다며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 : ”원칙적으로 ‘강간죄 무죄’가 선고돼야 할 사안이었다”

서울고법 형사9부(한규현 부장판사)는 ‘아동 성폭행범을 감형한 *** 판사 파면하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온 지 4일 만에 8만명이 동의하는 등 비판 여론이 악화되자 17일 해명 자료를 내놓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폭행·협박을 당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고, 조사관이 ‘그냥 누르기만 한 거야?’라는 취지로 묻자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라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을 누른 경위, 누른 부위,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 피해자가 느낀 감정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신문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렇듯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해 원칙적으로 ‘강간죄 무죄‘가 선고돼야 하지만 직권으로 ‘미성년자의제강간죄 유죄’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안에 무죄를 선고한다면, 적정 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 목적에 비춰봤을 때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일반인 상식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판결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도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아동은 ‘직접적인 폭행과 협박이 있었냐‘고 물어보면 그 말을 잘 이해 못 한다. 폭행은 정말 주먹으로 가격하는 것 정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에서 누른 것을 ‘폭행’이라고 인지를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단지 직접적인 폭행과 협박이 없었다는 답변 하나만으로 유죄 증거가 없다고 봤다면 무리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가 B양을 누른 행위 자체를 강간죄 인정 요건인 폭행·협박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이씨가 ‘성행위 당시 A양이 밀어내거나 옷을 벗기는 걸 거부하는 등의 행동을 했다’고 진술한 것도 폭행·협박을 인정할 만한 근거로 들었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조현욱)도 14일 성명을 내어 ”법정형의 범위 중 가장 낮은 3년형을 선고하였다는 것은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사실관계와 법리 검토에 충실하였다 가정하더라도 양형의 단계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수렴하려는 노력을 통해 법과 사회의 괴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변호사회는 ”마지막 정의의 보루인 법원 판결에 의해서도 피해 아동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추후 상식과 성인지 감수성에 부합하는 판결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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